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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하영 Aug 24. 2020

내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유

말하는 것과 듣는 것의 차이점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결국 악몽을 꿨습니다. 이제는 정말 괜찮다고 그렇게 자신 있게 말했는데도 꿈에 일상의 불순물들이 나와 저를 잔뜩 괴롭혔습니다. 근데 저 진짜 괜찮은데, 자고 일어나면 그냥 나대로 하루를 잘 보내는데 이런 악몽을 꾸는 거면 조금은 지친 걸까요?


아무도 내게 말해주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줄곧 괜찮은 척을 했으니까요. 사실 고민도 있고 힘든 일이 있는데 가지고 있는 모든 걸 내려놓고 펑펑 울어버리면 진심으로 나를 안아주는 사람이 있을까요? 사실 저는 울 자신이 없습니다. 제법 부끄러운 것들이 많거든요. 그렇게 좋은 말로 남들을 위로 해놓고선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에 힘들어 한다는 게 참 민망합니다. 


왜 저는 위로해주는 것이 더 편한 걸까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누군갈 위로하다 보면 이런 사람도 있구나,하고 내 걱정을 잊어버리게 된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 아픔을 자꾸자꾸 묻어뒀는데 그게 곪아서 꿈에서 터진 게 아닐까 싶어요. 근데 말입니다, 참 사소한 게 이 밤에 지상철 문에 기대어 창밖을 보다가 이어폰에서 3년 전에 좋아했던 노래가 나오는데 얼마나 행복하든지요. 나는 사실 그걸로 괜찮은 것이었습니다. 내가 아프면 얼마나 아프다고.


남몰래 밝은 미래를 그리고 있기도 하고 그래도 나만의 방법으로 버거운 일상을 힘차게 보내는 것을 보면 조금은 비밀스럽게 행복하고 사랑하고 혼자 아파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런 저는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기뻤습니다.






책 <사랑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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