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소설> - 젠느와 안느

by 신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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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소설> - 젠느와 안느








<젠느와 안느>










"안느 얼른 와. 이러다가 못 볼 수도 있어."


"응."



젠느와 안느는 서둘러 통나무에 걸터앉았다.
아직 10월인데도 불구하고 코끝이 따가운 바람이 분다.
둘은 각자 좋아하는 패턴의 담요를 들고 와 서로의 등을 감싸줬다.



"저기 바구니에 비스킷 좀 줘."


"여기."


"오늘은 할머니가 오래 있을 거 알고 10개나 만들어 주셨어."


"어쩐지 무겁다 했어."



10월 21일
영롱한 가을의 밤이 찾아오면 이 곳 셀린느 숲에는 수사슴 떼가 엄청난 발굽소리를 내며 다른 숲으로 이동을 한다.
젠느와 안느는 지난 3년 동안 이 날을 기다려왔다.


어느 날이었다.
잡화점의 털보 아저씨가 말씀해주셨는데

3년마다 수사슴 떼가 줄지어 숲을 지나간다고 했다.
그중 한 마리의 목에는 루비 목걸이가 걸려있는데 그 사슴 옆에 무리를 이끄는 한 남자가 있다고 했다.
이때까지 그 남자를 본 사람은 자신의 어머니밖에 없다고 하니

호기심 많은 젠느 가만있을 리가 있나
안느는 믿지 않았지만 결국 3년 뒤 이곳에서 둘은 비스킷을 먹으며 멀찍이 떨어진 숲을 보고 있다.



"정말 오려나?"


"올 거야. 우리가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려왔는데 안느."


"난 아니야."


"막상 보면 소리 지를 거 다 알아."


"위험하진 않으려나.."


"여긴 안전해. 설마 여기까지 뛰어오겠어?"


"수사슴도 나름 난폭하다 하던데. 더군다나 떼를 지어서 온다잖아."


"우리한테 덤빈다면 그 남자가 말려주겠지. 마법을 써서라도."


"말도 안 돼."




안느는 호기심으로 가득 찬 젠느의 눈을 바라보며 비스킷을 물었다.
아저씨 말대로라면 11시와 자정 사이에 그들이 나타날 거라 했다.
이미 해는 저물었으니 이렇게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젠느가 하는 이야기들만 들어도 시간은 충분히 빨리 지나갈 테니까.


젠느는 아직까지 고요한 숲을 바라보며 하품을 했다.
저녁을 많이 먹은 탓인지 비스킷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
수사슴이 나타나려면 아직 2시간은 더 기다려야 할 텐데.
휘익 하고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웅크리고 안느에게 고개를 기대었다.


"있잖아 안느."


"응."


"너 안 추워?"


"괜찮은데. 너 춥구나? 그 졸린 눈은 또 뭐니."


"할머니가 버터에 수면제를 넣었나 봐."


"네가 자버리면 난 지루해서 못 참을 거야 젠느."


"오늘은 안느 네 이야기해주면 안 될까? 난 이제 소재가 다 떨어졌다구."


"어떤 얘길 원하는 거야? 죄다 재미없을 건데."


"예를 들면 모험담 같은 거? 너 전에 바다에 간 적 있다 했었잖아."


"응. 하지만 별거 없어."


"너한텐 그렇겠지만 나는 다를 거야."



젠느는 얼굴을 비스듬히 들어 안느를 바라보고 얘기를 해달라는 듯 팔짱을 꼈다.



"알겠어."



안느는 밤하늘을 바라본다.
그래, 언제였더라 내가 바다에 갔던 때가


찌르레기 소리만 울려 퍼지는 셀린느 숲
안느는 행여나 젠느가 깰까 숨을 죽이고 숲을 바라보고 있다.
바다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해주고 둘은 같이 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러다 별똥별이 내려오는 걸 보곤 소리를 질렀는데 그렇게 별을 보다 스르르 하고 잠이든 젠느다.


점점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이대로 자버린다면 사슴과 남자를 놓치고 말텐데.
하지만 밤하늘은 너무나 영롱하다.

누군가가 후 하고 바람을 불어주는 듯 안느의 볼을 간지럽힌다.


결국 잠에 빠져들고 만 안느

그 순간 멀찍이 떨어진 숲 안에서 아주 작은 불빛이 반짝하고 빛났다.





.





이윽고 눈을 떴을 때 젠느가 없어졌다는 걸 알고 벌떡 일어난 안느다. 자신의 등위에 두 개의 담요가 덮어져 있다.

어디로 간 거지?
서둘러 통나무를 내려와 주변을 살핀다.
아직 밤이지만 자정이 지났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수사슴 따위
근데 이 털털이는 도대체 어딜 간 거야?




"젠느!"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눈에 보이는 건 저기 저 셀린느 숲 밖에 없다.



"내가 진짜 못살아.."



담요를 둘러매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울창한 숲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시야는 점점 어두워졌다.

분명 길을 잃었을 게 분명하다.

아무리 크게 소리를 질러봐도 젠느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이대로 더 깊숙이 간다면 안느도 길을 잃을 게 분명했다.
만약 젠느 앞에 무서운 동물이라도 나타났다면? 깊은 도랑에 빠진 거라면? 발목이 부러진 거라면?
젠느를 걱정하는 마음에 발걸음이 더 빨라졌다.
두 눈에 가득 차 버린 이슬은 당연했다.

워낙 걱정이 많고 눈물이 많은 안느였으니까
그러다 발견한 건 떨어진 나뭇잎 사이에 있는 젠느의 머리띠였다.



"젠느으-!!"



그것을 줍고 소리를 지르며 숲을 가로지른다.
이대로 만난다면 팔뚝을 아주 세게 때려버릴 거다.
정말이지, 만날 속만 썩게 하는 녀석!


그렇게 젠느의 팔찌, 젠느의 신발, 젠느의 향기
벌써 그리운 나의 친구의 조각을 찾아 안느는 숲 속 깊은 곳으로 향했다.
아름답고 보석 같은 순간이 자신을 기다리는 줄도 모른 채 말이다.


셀린르 숲 끝 골짜기
멀찍이서 젠느의 목소리가 들린다. 향기 또한 더욱 진해졌다.

품에 그녀의 조각을 한 아름 들고 목소리를 따라간다.
그 끝에는 아주 작은 불빛이 있었는데 가까이 가보니 아주 영롱한 초록빛이 빛나고 있었다.



"젠느?"



겁이 많은 안느는 발걸음에 속도를 줄이며 그 불빛으로 다가간다.
하지만 저 끝에는 분명 절벽이 있을 텐데..
그리고 가는도중 젠느의 목걸이를 발견했다.
드디어 눈물이 터져버린 안느다.

그 목걸이는 젠느가 가장 소중이 여겼던 물건이었기때문이다.



"으아아앙!!"



서둘러 불빛 쪽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그 불빛에 다다랐을 때 안느는 숨이 턱 하고 막혀버리고 말았다.


.



절벽 밑으로 이어져 있는 숲 사이로 수백 마리의 수사슴이 이동하고 있는 게 아닌가
수사슴들은 누군가가 깨어나지 않게 하려는 듯
아주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숲을 건너고 있었다.
그 맨 앞에는 한 남자가 서있다.
아, 하지만 아무렴 상관없다. 지금 이렇게 젠느의 조각들을 가지고 여기까지 왔는데
그녀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게 될 테니까
그래서 안느는 세상에서 제일 큰 목소리로 젠느를 불렀다. 이 광경을 나 혼자 봤다고 하면 분명 울며 떼를 쓸게 분명하다.



"젠느으으으으으으-!!!"


"안느"



수사슴 떼 사이로 올라오는 젠느의 목소리였다.
서둘러 고개를 돌리니 남자가 안느를 바라보고 있었다.



"응?"



남자가 손을 뻗자 안느의 몸이 하늘로 떠올랐다.
그리고 수사슴 떼가 있는 곳으로 이끌린다.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구름 위에 누은 듯한 편안함이 느껴져 차마 입을 열 수 없었다.
남자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한다.



"안녕 안느."



깃털처럼 바닥에 젠느를 놓아준 뒤 남자가 물었다.



"힘들었죠?"



겁에 질린 안느가 가슴으로 두 손을 모았다.
남자는 안느의 발밑에 떨어진 젠느의 팔찌와 목걸이 그리고 신발과 머리띠를 주워 자신에게로 가져왔다.



"미안 안느. 놀라지 마요."


"젠느.. 못 봤어요? 쪼그맣고 노란 머리인 아인데."



남자가 안느의 손을 잡으니 이내 어느 곳으로 이동한다.

먼저 안느는 지금 이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전설 속 이야기의 그 남자를 실제로 보고 있다니.
남자는 안느의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그녀의 손을 꾸욱 잡아주었다.



.



수사슴 몇 마리가 무언갈 둘러싸고 있었다.
남자가 다가가니 맡은 바를 다했다는 듯 뿔뿔이 흩어진다.

그사이로 보이는 건 다름 아닌 편히 눈을 감고 있는 젠느
얼굴과 다리 곳곳에 상처가 나있는 걸 보곤 안느는 재빨리 뛰어가 젠느를 껴안았다.



"젠느! 여기서 뭐하는 거야. 일어나. 일어나라구 얼른.."



울먹이며 젠느를 부르는 모습을 본 남자는 조용히 마법을 부린다.
자신의 옆에 있는 커다란 수사슴 목에 달린 루비 목걸이에서 초록 불빛이 반짝하고 빛났다.



"곧 일어날 거에요. 잠시 잠에 빠져든 것뿐이니까."



그 말을 듣곤 안느는 젠느의 품에서 한참을 울었다.
자신의 무릎에서 피가 나는 줄도 모른 채.





.






이내 눈을 뜬 젠느는 안느에게 물었다.



"여기 어디야..?"


"셀린느 숲. 어때 몸은?"


"괜찮아... 미안해 안느. 나 어딘가에 떨어져서 정신을 잃은 것 같은데."


"도대체가 넌."


"찾는다고 고생했지..? 미안해 정말.

얼른 돌아가자. 앞으로 절대 이러지 않을게."



어느새 아침이 되었다.
젠느는 안느에게 쉴 새 없이 사과를 했고 안느는 그 말을 들어주며

아무 말 없이 미소를 지었다.
불과 몇 시간 전
젠느와 안느를 남긴 채 떠나기 전 남자는 말했다.



"나를 볼 수 있었음을 감사히 여기는 것보단 친구를 구한 당신에게 박수를 쳐줘요.
저를 본 순간 이 친구의 해맑은 표정을 잊을 수가 없군요. 저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데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상처를 치료하면서 일부러 기억도 지웠다만.. 어쨌든 곧 일어날 테니 조심히 가도록 해요. 당신 무릎도 치료해두었으니 가는 동안엔 다치지 말고요.
전 3년 뒤에 다시 여길 지날지도 모릅니다.
그땐 조용하게 인사를 나누길 바래요. 물론 제가 하는 말은 모두 비밀인 거 아시죠?"



남자의 말을 생각하며 젠느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무슨 일이 일어난지도 모른 채 남은 비스킷을 입에 문 채 집으로 가고 있다.
그 모습에 웃음이 터져버렸다.



"뭐야. 왜 웃는 거야 안느."


"아니야. 근데 이러고도 앞으로 수사슴 떼 전설을 믿을 거야?"


"아니. 절대."


"후.. 그럼 이제 날 괴롭힐 일은 없겠네."


"털보 아저씨가 또 다른 이야기를 해줄지도 몰라. 사람은 낭만을 가져야 해 안느."



귀엽게 미간을 찡그리는 젠느다.
안느는 "응."이라고 밝게 말한 뒤 젠느의 등 뒤에 덮인 담요를 정리해줬다.
3년 뒤 안느는 젠느에게 줄 선물이 생겼다.
젠느가 무슨 콧방귀를 뀔지는 몰라도 적어도 안느에게는 젠느가 말한 낭만이라는 게 생겨버렸다.



그 낭만의 이름은





10월의 영롱한 밤의 수사슴 떼
















p.s

여러가지 종류의 글을 쓰고 싶어요.

그중 하나가 동화인데

순수하는 걸 접목해서 글을 적는다는 건 참 어렵더군요.


젠느와 안느는 메인사진을 보는 순간 바로 영감이 떠올랐어요.

숲 그리고 두소녀의 우정


어쨌든. 조금의 여운이 남길 바랍니다.


젠느의 말처럼 우리는 낭만을 가져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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