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소설> - 아픔 생성기 - 2

by 신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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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 생성기






















am 3:27



A도시




어둑한 골목길 사이로 한 남자가 나타난다.

밤새 비가 온 탓에 도시는 습기를 가득 안고있었다.


짙은 기운의 그는 검은 코트를 여미며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후."





스산한 기운이 주위를 맴돈다.


1월. 아주 추운 겨울날.

그는 소리 없이 어두운 곳으로 깊이 들어간다.







.








"탁, 탁"





신호에 맞춰서 문에 달린 쇠고리를 잡아당겼다.

2번 정도 반복하니 요란한 기계음과 동시에 땅에서 1미터 남짓하는 쇠기둥이 올라왔다.

기둥 끝에는 아주 작은 렌즈가 박혀있었다.





"명함을 대시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목소리가 나와 당황한 그지만

차분하게 코트 안주머니에서 회색빛 명함을 꺼내 들었다.


지난 4개월 동안 수소문 끝에 찾은 'Burn out'이라는 단체.

본래 마음의 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좋은 기억을 삽입해주는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원하는 아픔을 생성하고 의뢰인의 머리에 삽입해주는 아주 비밀스러운 곳이기도 한 단체였다.



세상은 이들의 존재를 모른다.

그는 여기가 자신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말했듯이 여긴 아주 비밀스러운 곳이었으니까.






"XXX 씨. 본인 맞습니까?"




"맞습니다."




"미리 받은 암호를 대시오."




"아.. 네. 음...

세, 세계는 토끼의 뒤를 따라올 수 없으니 칼을 뒤에 숨기고 돌아올 때를 기다려라."






그가 미리 받은 암호를 외우자 벽 한쪽이 밀리면서 긴 통로가 생겼다.

그는 주위를 한번 살피고 통로를 걷기 시작한다.


그렇게 5분 정도 걸었을까.

통로 끝에서 한 남자가 그를 향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드디어 오셨군요. XXX 씨."






남자는 흰가운을 입고 있었고 그의 전담 매니저였다.

장소로 가는 동안 아픔 생성기라는 기계에 대한 여러 가지 설명을 해주었다.

제법 위트 있는 말투에 예의도 발랐다.

엄청난 거금을 주었으니 이리 친절한 거겠지.






"항간에는 XX 씨가 죽었다고 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여기 오신 이유는 서류에서 몇 번이고 읽어봤습니다.

이유가 정말 특이하지만 XX 씨가 적었다고 생각하니 이해가 되더라고요."





"아, 그렇군요."




"하하 네. 일단 간단한 검사부터 진행하고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저기, 시간은 얼마 정도 걸립니까?"




"아, 아 기억을 넣고 나면 2~3일 정도 쉬어주시는 게 좋습니다. 머리가 조금 아프거든요.

기억 안정기라고 삽입된 기억이 원래의 기억과 잘 섞일 때까지 기다리셔야 합니다.

안정기는 10일에서 15일 정도라고 보시면 되고요."




"부작용은?"




"가끔 인위적인 기억이라고 생각들 때가 있죠. 그런 경우는 기억을 다시 제거를 하고 새로운 기억을 넣을지 결정하실 여부를 드릴 겁니다. 계속 아픔을 넣는 것도 썩 좋지만은 않으니깐요."




"네..."




"의학적으로는 아무 문제없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네."




"그럼 이쪽으로."






탈의실에서 특수 제작한 옷을 입고 남자를 뒤따라갔다.


도착한 곳.

오십평 남짓 한 하얀 방안에는 큰 기계가 하나 있었는데 수많은 전선들이 기계 안쪽으로 연결돼있었다.


남자는 속으로 두려워하면서도 해야만 하는 것, 그러니까 자신의 밝은 미래를 생각하며

아무 말 없이 열린 기계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용기를 내야했다.






또각또각





그때 들리는 구두 소리







"오 수고했어요 그린씨. 좀 어떤가요?"




"나쁘지 않아요. 새 손님인가 봐요?"




"아, 네 그렇죠.."




"유명한 사람이네?"




"아하하, 못 본 체하고 가시면 될 것 같네요 그린 양.

매니저는 어딨죠?"




"제 알아서 간다했어요. 잘 있어요 제이슨."






말소리에 고개를 들자 검은 가죽 재킷을 입은 한 여자가 출구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아무도 모르게 여길 왔고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을 본 이상

어떻게라도 해야겠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고 기계 안에서 다시 눈을 감았다.

그 정도로 심신이 많이 지쳐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걱정하지 마세요. XXX 씨 비밀은..."




"괜찮습니다. 얼른 진행해주세요."




"네."





이내 머리에 수십 개의 선이 연결되고 괴상한 소리가 나며 기계의 문이 닫혔다.



하얀 연기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점점 희미해져 가는 의식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싶은 그는



지금 아픔 생성기 안에 있다.
















.

















"이번 구르이프 세계 문학상의 주인공은.

XXX 씨입니다!"





전 세계로 생중계되고 있는 거대한 예술 페스티벌


그는 빛나는 트로피를 손에 들고 무대 한가운데에 서있다.

멋진 슈트를 입고 있는 남자

이제 그의 말은 현장에서 번역되어 2억 명이 넘는 사람이 듣게 된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어.. 제가 작품으로 복귀한 지 2년 만에 이런 과분한 상을 받게 되었는데요.

후.. 사실 저는 참 자신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산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많아서 많은 것들을 피하면서 살았었죠.

그런 저에게 하나님은 창작이라는 선물을 주셨습니다.

아팠던 기억들, 힘들었던 순간들. 그 모든 것들은 이 작품을 만드는데 백 프로 도움을 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린 누구나 각자의 아픔을 가지고 있을 테죠.

아픔은 나눌 순 없습니다. 전 누구의 아픔도 대신할 수 없을 거예요.

하지만 우린 공감할 수 있습니다. 이 공감이라는 것은 사실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활자, 음표, 그리고 물감. 이런 요소를 이용해 하나의 작품을 만들고 누군가가 그걸 보면서 잠시 고개를 끄덕 거린다면. 그게 바로 아픔에 대한 작은 위로가 아닐까요?

전 계속 쓰고 만들어내겠습니다.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닌 아픔을 위해서요.

감사합니다. 이 상은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겁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수상 소감이 끝나자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치고 환호를 질렀다.

그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창작가가 되었다.

그리고

카메라에 잡힌 그의 미소는 진심으로 행복함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제 시작이었다.



욕심이 생겨버렸다.



창작이 아닌

아픔에 말이다.






























아픔 생성기 3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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