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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준열 Jan 29. 2022

리더, 사람앞에 서다

 리더, 문 앞에 서다


내가 한 조직에서 조직개발 실장직을 맡고 있을 때였다. 


어느 날 한 임원과 조직평가 문제로 다툼이 있었고 심하게 의견 충돌이 있었다. 나는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그 사람의 생각과 태도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심하게 다툰 후 나는 그날 팀원들에게 날 찾지 말라고 했고, 역삼동에서 인천 월미도까지 택시를 타고 무작정 달렸다. 끓어오르는 화를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거기서 뭘 했냐고? 바다를 보며 혼자 낮술을 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처음 있는 일탈이긴 했지만 아무튼 나는 저녁때까지 분노를 삭이지 못했다. 그 사람을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를테면 복수였다 ㅠ.ㅠ). 결국 그 사람과의 일은 나중에 잘 합의가 되어 큰 문제없이 해결되었지만 서로 앙금은 남아 있었다. 내가 그 회사를 이직할 때까지도 사이는 그리 좋지 않았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사람과의 문제는 서로 잘 맞지 않았던 성향 차이가 아니었을까 한다.


나는 최근에 팀장들을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그들의 고민을 유심히 본 적이 있다. 보고 있노라면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문제의 유형은 변한 게 없었다. 대부분 사람(팀원 또는 상사)에 대한 문제였다. 그리고 이 또한 서로 성향이 맞지 않기 때문에 소통이 안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사람의 성향 충돌에 대한 문제가 끊임없이 생겨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개인적으로 그것이 성격이나 스타일 등 흔히 말하는 "결"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사실, 사람들은 나와 "결"이 맞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그것은 인간의 변수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 간 성향이 비슷하다 하더라도 인간의 변수는 항상 존재한다.
좋았던 사이라도 얼마든지 헤어질 수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처음에는 나와 결이 잘 맞았기 때문에 끌렸지만 예상치 못한 모습 때문에
실망을 하기도 한다.

사람과 사람이 모여있는 곳에는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작동한다
 무엇으로도 변할 수 있는 변수, X 말이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들은 이 변수를 상수로 만들고자 하는 일이지만
아쉽게도 변수는 변수로서 항상 존재한다



그러므로 그곳이 기업이든 사회든 사람 사는 곳이라면 사람 문제는 없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책을 봐도 코칭을 받아도 컨설팅을 받아도 이러한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변수를 대하는 자세가 빠져있기 때문이다. 이 변수를 대하는 자세는 "포기"가 아니라 "관점"을 움직이는 것이다.


사람 사이의 문제는 누가 봐도 문제일 때도 있지만 상황에 따라 어떤 사람에게는 문제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나는 당신이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당신은 내가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결국 리더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사람 사이에서 생기는 문제(물론 일과 사람이 엮여있긴 하다)들은 내가 이것을 어떻게,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냐에 따라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풀리지 않는 문제들의 경우, 때로는 그 변수를 인정하고 다른 관점으로 다시 볼 수 있어야 그 문제에 끌려다니지 않는다는


어쩌면 예전에 나를 월미도까지 가게 했던 그 사건도 사람에게서 보일 수 있는 변수를 미처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사람 사이에 충돌을 하면 순간 화가 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알고 있는 상대방이 100% 상수가 아니라는 것, 변수가 충분히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서로를 보는데 다른 관점도 존재한다는 것을 우선 "인정"하는 태도를 갖고 있었다면 그렇게 화가 많이 나지 않았을 것 같다.




대부분 팀원 문제, 상사 문제를 상의해 오는 리더들은 코칭을 받아도 그 문제가 만족할 만큼 해결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코치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언가를 "하게끔"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하는 것보다 하지 않는 것이 더 도움이 될 때도 있다.


무조건 나와 결이 맞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만큼 사람은 복잡 존재다.

너와 내가 서로 맞추기위해 무언가를 꼭 하지 않아도 될 때가 있다. 내가 상대를 인정하고 관점을 달리 해 보는 것만 해도 상대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은 무한의 변수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태준열 (taejy@achvmanaging.com)

리더십 코치/컨설턴트

25년 동안 음반회사, IT대기업, 반도체 중견기업, 소비재 기업 등 다양한 기업에서 인사, 조직개발 업무를 경험하였으며 15년 동안 인사팀장/조직개발실장을 맡아왔다. 현재는 리더십 개발기관 Achieve. Lab의 대표이며 팀장 리더십, 성과관리 등 강의와 팀장 코칭, 리더십 개발 컨설팅, 조직개발 활동 등을 활발히 이어 나가고 있다. 저서로는 <어느 날 대표님이 팀장 한번 맡아보라고 말했다><Synergy Trigger><존비 정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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