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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준열 Sep 28. 2022

나보다 실력 있고 까칠한 팀원을 담아내는 법

팀장, 선택의 기로에 서다

팀장이 되고 난 후 제법 시간이 지났을 때였다


나는 실무에서 손을 좀 놓고 전반적으로 목표관리, 대표이사 수명 업무, 큰 프로젝트 위주의 일, 또는 사람들을 관리하는 그런 매니지먼트형 팀장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시기상조였던 게, 관리해야 할 일과 인원이 엄청 많은 조직도 아니었고 전사 인원 규모도 그리 크지 않은 회사였기 때문이다. 전사 인원 규모는 200명, 우리 팀 구성은 팀장포함 4명이었다. 사실 팀장도 관리업무를 하며 실무를 놓지 말아야 할 상황이었다(나중에는 회사가 성장하여 인원 규모나 매출, 영업이익 면으로 엄청 성장하게 되었다)


물론 내 분야에서의 실무는 적지 않은 경험이 있다고 자부했었고 팀원들의 업무 또한 어렵지 않게 컨트롤 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실무형 리더에서 관리형 리더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이 큰 잘못도 아니고 크게 문제될 것도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별 탈 없이 지날 때쯤 나는 팀원 한 명을  채용하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나와 나이가 엇비스했고 경력도 적지 않았다. 아무튼 경력과 실력이 좋은 사람이라 채용하게 되었고 이 사람을 잘 관리하면 팀의 성과가 더 좋아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언젠가 이 사람이 나를 대체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겠구나라고 말이다. 사실, 팀원을 채용할 때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 특히 나와 경력과 나이가 비슷한 사람을 채용하게 될 경우 말이다. 이상적으로만 본다면 실력 있고 나보다 나은 사람을 채용하는 리더가 용기 있고 좋은 리더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아니, 팀장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이런 사람을 채용을 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어느 정도 있을 것이다.


역시나 이 팀원은 처음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초반러쉬를 해야 하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생각해 보니 어쩌면 나는 "팀장도 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팀장급"을 채용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과연 나는 이 사람을 담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 팀원은 빠르게 임원들의 인정을 받기 시작했고 이윽고 대표이사에게도 인정을 받게 되었다. 나는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뭐라고 할까... 능력 있는 팀원의 팀장이어서 좋은 일이긴 한데 상대적으로 내가 작아지는 느낌이라고 할까? 실제로 회사에서 그렇게 봤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자격지심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뭔가 알 수 없는 답답함이 느껴졌다. 설상가상 팀원이 이제 나의 말과 지시를 조금씩 벗어나려고 했고 갈수록 까칠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까? 아니 벗어난다는 건 올바른 생각이 아니었다. 비겁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았다. 그럼 뭘 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협력적인 관계로 발전시킬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나도 다시 회사의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나는 수개월 동안 고민에 고민을 더해 이런 결론에 다다랐다. 그리고 즉각적인 행동으로 내 깨달음을 팀원들에게 보여줬다. 마침내 나는 장장 6개월 동안 절치부심 했던 상황을 개선할 수 있었다.

내가 고민 끝에 내린 결론과 이를 적용했던 행동에 대하여 소개를 하고자 한다




[생각정리]

첫 번째, 팀장이라고 모든 업무에 전문가가 될 수는 없다. 이를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팀 내 소통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사람들이 이를 인식을 하는 것과 아닌 것과는  차이가 있다.

완전한 전문가 집단을 원한다면 조직에 "장"이 왜 필요하겠는가. 그렇다면 회사의 조직 구조와 일을 더욱 세분화하여 그에 딱 맞는 전문가들로만 인력을 배치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순 없다. 어떤 조직이든 성과와 문제 해결, 불협화음, 방향설정, 의사결정, 조직문화, 핵심가치 등등 이 많은 이슈들을 효율적으로 엮어내어 하나의 응집된 에너지로 만들어 내야 한다. 그래야 회사가 지속적으로 생존할 수 있다. 그러자면 업무 전문가도 필요하지만 컨트롤러(controller), 왔처(whatcher), 코치(Coach) 역할도 필요한 것이다.

팀장은 업무 전문가이기도 하지만 조직에서 발생하는 문제거리를 조율하고 해결해 나가야 하는 "관리책무"를 맡은 사람기도 하다. 그래서 반드시 팀장=업무전문가는 아닐 수 있다. 이 사실을 나 스스로 믿어야 한다. 스스로를 믿지 않는다면 팀원은 자신없어 하는 팀장을 바로 알아채 버린다.


[컨셉팅]

두 번째, 포지셔닝 또는 컨셉팅이라고 해도 좋다. 현 상황에서의 팀장 컨셉을 다시 가다듬어야 한다.

쉽게 말하자면 감독과 선수의 위치, 그 어디쯤 중간에서 만나는 곳이 있을 것이다. 바로 플레잉코치인 것이다. 선수와 함께 뛰면서 그 안에서 사람들과 일을 관리하고 나 스스로도 관리하는 것이다. 물론 공력이 더 들어가겠만 이는 나의 전문성을 다시 살리고 부각시키면서도 내가 전문적이지 않은 분야는 명확히 담당에게 임파워먼트 하는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 관리형 리더에 치우쳤었다면 다시 내 프로젝트를 만들어 내고 개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일을 개발해야 한다). 팀원과 팀장 각자의 영역에서 성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나도 좋고 팀원도 좋다. 더불어 내가 인정받을 수 있는 부분이 한 가지 더 있다. 내 개인 성과를 내면서 + 성과를 내는 팀원을 조직 안에서 잘 관리해야하는 미션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내가 리더로서 가질 수 있는 무기는 실무 또는 관리의 영역 한 가지만으로 선택되는 게 아니라 플레잉코치로서 팀원들보다 훨씬 더 많은 고민과 수고와 책임으로 조직에 기여 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 집중하면 반드시 그 노력은 인정받을 수 있다.


[체급 올리기]

세 번째, 마지막으로 정말 중요한 것이다. 팀장의 "찐" 역할은 성과를 내고 조직을 관리하는 것 외에 한 가지가 더 있다. 이것은 팀원들이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를 도맡을 때 팀장은 정말 팀장다워지는 것이다. 그리고 팀원들은 진심으로 팀장을 따르게 된다. 이것은 바로 "피하지 않는 것"이다. 즉, 화살이 날아올 때 내가 맞는 것이다. 팀원들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는 조직의 리더로서 할 수 있는 일이자 권리이다. 화살을 팀원이 맞게 하지 말자. 그렇게 된다면 그가 리더다. 나는 팀원들의 일이나 타 부서와의 관계가 어려워질 때 적극적으로 나섰고 실패와 실수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상황마다 두려움도 있었지만 돌이켜 보면 화살을 맞는다고 생각처럼 죽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리더로서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그리고 팀원들에게도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그 까칠했던 능력 있는 팀원에게 까지도 말이다. 리더로서 책임을 지는 사람일 수록 체급은 올라가게 되어 있다.


이를 통해 내가 깨달은 것은 사람들은 "헌신"하는 사람에게 감동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존경받을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는 것이다. 물론 헌신하면 헌신짝 된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헌신은 결이 다르다. 무조건 생각 없이 나를 희생하라는 말이 아니다.


내가 말하는 헌신의 의미는"존경"의 영역이다.

집중해야 하는 곳을 찾아서 집중하고 어려운 일을 도맡는 것이다. 팀원을 보호하며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고 함께 해결하는 것이다. 팀원의 전문성을 진심으로 인정하고 그들이 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들에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리고 함께 이기는 것이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나를 괴롭혀 왔던 그 능력 있는 팀원과의 관계는 나를 리더로서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결국 난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하는 과정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 우리는 서로 편한 사이가 되었다. 나도 그를 인정하고 그도 나를 인정하게 되었다. 몇 년이 흐른 뒤 그도 나도 각자의 길을 걷기 위해 이직을 하였지만 회사에 함께 있는 동안에는 처음에 가졌던 그 불편함과 가슴 쓰림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나보다 실력있고 까칠한 팀원이 있다면 그리고 그와의 관계 때문에 힘들다면 그럴수록 내 에너지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생각을 정리하고 컨셉을 다시잡고(플레잉코치) 행동하는거다. 그리고 내 체급을 올리는 것이다. 그 사람을 어찌해야할까 고민하지 말자. 그러는 사이에 내 에너지는 빠르게 방전될 것이고 나의 중심은 흐트러지게 될 것이다. 인위적인 방법이 아니고 진심으로 헌신하여 내 체급을 올리는데 집중하자. 어려움을 도맡는 사람이 정당한 인정을 받게되는 법이다.


Photo by Charles Forerunn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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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준열 (taejy@achvmanaging.com)


리더십 코치/컨설턴트


25년 동안 음반회사, IT 대기업, 반도체 중견기업, 소비재 기업 등 다양한 기업에서 인사, 조직개발 업무를 경험하였으며 15년 동안 인사팀장/조직 개발실장을 맡아왔다. 현재는 리더십 개발기관 Achieve. Lab의 대표이며 팀장 리더십, 성과관리 등 강의와 팀장 코칭, 리더십 개발 컨설팅, 조직개발 활동 등을 활발히 이어 나가고 있다. 저서로는 <어느 날 대표님이 팀장 한번 맡아보라고 말했다><Synergy Trigger><존버 정신>이 있다.



태준열 리더십코치의 작품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5876767


태준열 강의분야, 강의프로그램 소개

https://blog.naver.com/mathew626/222887477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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