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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준열 Mar 23. 2022

빌런(Villain) 팀원을 대하는 팀장의 현실대응법

팀장, 선택의 기로에 서다

새로운 회사로 이직을 한 후배 팀장이 어느 날 필자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선배님, 요즘 한 팀원 때문에 고민이 많습니다. 실력도 좋지 않은 데다 제가 볼 때는 인성도 좋지않은 사람인데... 이 친구가 제 말을 잘 안 듣습니다. 뭐라고 할까요... 업무지시를 대놓고 거부하는건 아닌데 데드라인을 잘 지키지 않고 핑계만 댑니다. 실수도 자주 하고 다른 사람들 탓만 합니다. 본인이 해야 할 역할을 다 하지도 않고요. 질책도 해 보았지만 그때 뿐이네요... 괜히 서로 감정만 안 좋아지고 있는 듯합니다. 저는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가급적이면 좋게 잘 이끌고 나가고 싶습니다만... 제 느낌은 이 친구가 저와 파워게임을 하고 있는 듯해요(팀원도 과장, 팀장도 과장) 마음 같아서는 정말 헤어지고 싶은데 그러면 팀원 관리를 잘 못하는 리더라는 인식이 생길까 봐 주저하게 됩니다. 정말 미치겠어요.... 조언 좀 부탁합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팀장! 


필자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기 때문에 후배의 고민을 십분 이해한다. 물론 객관적인 사실에 입각해 누가 맞느냐를 따진다면 팀원의 이야기도 들어봐야한다. 하지만 필자는 후배 팀장을 코칭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후배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좀 해 주고 싶다. 


새로 이직한 회사에 모두 능력 있고 좋은 팀원들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만은 현실은 그렇지 않다. 천신만고 끝에 이직을 해도 예기치 못한 문제들은 항상 생겨난다. 그중 가장 골치 아픈 문제는 사람 문제다. 대부분 팀원들은 새로 입사한 팀장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고(좋은 인상) 또 열심히 도와주기도 한다. 하지만 개중에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팀장에게 다분히 적대적이라고 할까? 아무튼 이런 사람이 대부분 팀의 "빌런"이 된다. 이들은 팀장의 미소와 겸손과 선의를 이용한다. 팀에 불화가 생겼을 때, 손해는 신임 팀장의 몫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만약 후배 팀장의 상황처럼 빌런 팀원이 있다면 함께 갈 수 없다. 일을 잘하고 못하고, 지시를 잘 받고 말고를 떠나 어리석고 강팍한 사람은 팀장을 위험에 빠뜨리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팀 자체를 흔들어 버릴 수도 있다.  안타깝지만 이런 사람과는 이별을 고해야 한다. 리더는 사람들을 이끌고 성과를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조직의 성장과 비전을 이끌어 내는 사람이다. 하지만 "빌런이 되기로 작정한 사람들"에겐 예외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사전에 팀장이 할 수있는 노력은 다 해봐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함께 무리없이 잘 지내고 서로 좋은 관계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선의 노력을 다 했지만 결국 안되는 경우는 어쩔 수 없다.


지금부터는 빌런 팀원과 잘 헤어지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의 노하우지만 누구에게나 잘 맞는 매뉴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개인 상황에 맞춰 잘 정리해 보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우선, 사람을 조직에서 내보내는 일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1) 섣불리 사람을 내보내려 하면 내가 역공을 당할 수 있고 2) 팀 관리를 못하는 사람으로 비취질 수도 있다. 3) 해고 방식은 정말 쉽지 않다. 취업규칙이나 근로기준법 기준으로, 딱 맞는 해고사유가 아닐 때는 부당해고가 되기 때문이다. 4) 권고사직도 쉽지 않다. 퇴직권고에 대한 개인의 협의와 합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팀장은 용의주도함이 필요하다. 조직 문제의 현실은 드라마와 같이 언제나 해피앤딩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필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소개하겠다.





첫째, 나의 지원군 만들기:가장 먼저 임원과 대표이사와의 그물망 관계를 만들어라.

팀장이 해당 조직의 임원과 사이가 좋으면 안정성을 갖게 된다. 대표이사와의 관계는 말할 것도 없다. 상사와의 관계 설정에 성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 입사 한 회사라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실력 있는 팀장이라면 3개월 내에 대표이사는 당신을 알아볼 것이다. 우선 당신의 실력을 보여주고 동료 팀장들, 상사, 대표이사에게 자연스럽게 좋은 느낌을 주어야 한다. 나의 지원군을 만드는 게 가장 먼저다. 그래야 내 의견과 판단에 동조하는 그룹이 생긴다. 리더그룹과의 관계에 촘촘한 그물망이 생기면 누구든 감히 뚫고 들어오려는 시도를 하지 못할 것이다. 분명 빌런 팀원도 이러한 모습을 볼 것이다. 팀장이 굳건해지는 모습 말이다. 그러면 "어떤 일이 생겨도 내 말 보다 팀장의 말을 더 믿겠구나" 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조금씩 그의 의지를 꺾는 것이다. 시간이 좀 필요하지만 그래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둘째, 자연스럽게 명분을 만든다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 모든 문제를 법적으로, 회사 규칙만으로 풀어낼 수는 없다. 이것도 하나의 정치라고 볼 수 있다. 정치를 잘하기 위해서는 명분이 필요한 것이다. 가끔씩 시간 날 때마다 임원이나 대표이사에게 빌런 팀원에 대한 의아심을 표시하는 게 좋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 분위기를 만들라는 것이다. 다만, 자주 비난을 하거나 직접적으로 불신임을 표시하는 것은 좋지 않다. 자연스러운 흐름이어야 한다. 잘못하면 나 스스로에게 침을 뱉는 거니까.


셋째, 반박 못할 자료를 만든다. 지금부터 빌런 팀원에게 명확하게 말한다. 

팀장의 기준을 명확히 주고 앞으로 벌어지는 업무실수, 데드라인 무시, 지시 불이행 등에 대하여 명확하게 말하고 경고한다. 화내고 혼낼 필요도 없다. 냉정하게 경고하자. 필자의 경우는 빌런 팀원의 업무사항, 업무실수 등을 모두 기록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징계가 가능하면 징계를 준다. 기준에 따라 사유서, 시말서 등 징계의 수준을 높여간다. 이러는 이유는 혹시나 개선이 되면 좋은 것이고, 여전히 개선이 안되더라도 권고사직 시 자신도 받아들일 만한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넷째, 셋째 과정을 해당 임원과 면밀히 공유한다. 

평소 임원과 소통을 잘하지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팀원 권고사직에 대해 상의하는 팀장도 있다. 임원에겐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다. 임원을 놀라게 하면 안 된다. 이럴 경우 팀장이 오히려 역공을 당할 수 있다. 팀원 관리 부실로 말이다. 팀원 문제가 있을 때 임원에게 즉시 보고하고 그에 대한 조치사항을 공유하자. 그리고 이 모든 것들에 대해 상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다섯째, 완전 불신임 상태에 이르렀을 때, 업무지시를 구두로 하지 않는다.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메일로!

이것은 팀원을 불신임하고 있다는 것을 본격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가급적이면 이런 방법을 쓰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거의 끝까지 왔다고 생각될 때는 이런 방법을 쓰기도 한다. "당신과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를 보여주는 것이다. 충분히 말로 해도 될 사항인데 매번 메일을 주고받아야 한다면?(팀장이 좀 번거로울 수 있긴 하다) 이미 자신은 팀장과 어렵다는 것을 직감하게 될 것이다. 이혼 직전 부부의 모습이 딱 이렇지 않을까? 대화 없이 할 말만 톡으로 하는 관계 말이다. 이것은 상대방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상사와의 소통이 막혔다고 생각할 때, 스스로의 운명을 직감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권고사직이다. 

가장 좋은 것은 본인이 알아서 퇴직하는 것이다. 그 시간을 기다리기엔 팀장이 너무 답답할 것이다. 또한 다른방법 즉, 일이나 평소 회사생활 등에서 압박감을 줄 수도 있겠지만 자칫 잘못하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갈 수도 있기 때문에 이 또한 주의해야 한다. 그래서 마지막 방법은 권고사직으로 가야 할 수 밖에 없다. 권고사직을 하는 순간에는 냉정하고 냉랭한 모습보다는 오히려 부드러운 모습이어야 한다. 명분, 증거자료, 임원과 대표이사의 인식, 팀원들의 인식 등등.. 모든 환경들이 자신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 구석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물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판단을 하게 된 이유를 잘 이야기하며 달래주는 것이 좋다. 또한 권고사직 프로그램이 있다면 퇴직자에게 도움 줄 수 있는 것들을 제시한다.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보다 조금은 더 배려해 줄 수도 있다.



사람을 내보내기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리 달갑지 않은 주제이기도 하다(이런 일이 없으면 가장 베스트다). 하지만 작은 불씨가 온 산을 다 태울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좋겠다(다른 팀원들도 흔들리기 때문이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인식이나 빌런 팀원과 끝까지 잘해 보려는 마음을 먹는다면 그때부터는 지옥행 열차를 타는 것이다.  왜냐하면 당신은 바뀌어도 빌런은 바뀌지 않을 테니까. 결국 당신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될 것이며 더 나아가 어이없는 가스 라이팅을 당할 수 있다(가스 라이팅이 별개 아니다. 누군가로 인해 나 스스로를 운영할 수 없게 되면(팀을 운영할 수 없게 되면) 그게 가스 라이팅이다)


좋은 팀장은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좋은"이란 단어에는 함정이 있다."웬만한 것을 다 평화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착한 사람"을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빌런들은 이것을 귀신같이 알아보고 적당히 이용한다. 


이젠 좋은 팀장보다 "능력 있는 팀장"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능력 있는 팀장은 좋은 팀장보다 더 많은 것들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준열 (taejy@achvmanaging.com)

리더십 코치/컨설턴트

25년 동안 음반회사, IT대기업, 반도체 중견기업, 소비재 기업 등 다양한 기업에서 인사, 조직개발 업무를 경험하였으며 15년 동안 인사팀장/조직개발실장을 맡아왔다. 현재는 리더십 개발기관 Achieve. Lab의 대표이며 팀장 리더십, 성과관리 등 강의와 팀장 코칭, 리더십 개발 컨설팅, 조직개발 활동 등을 활발히 이어 나가고 있다. 저서로는 <어느 날 대표님이 팀장 한번 맡아보라고 말했다><Synergy Trigger><존버 정신>이 있다.



Photo by Jackson Simmer on Unsplash

Photo by Pranjall Kumar on Unsplash





태준열 리더십코치 신간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5876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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