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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준열 Feb 19. 2022

팀원 퇴사 앞에 선 팀장

팀장, 선택의 기로에 서다

"팀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많이 들어봤던 말이고 나 또한 적지 않게 했던 말이다.

팀장은 이 말을 들었을 때 온몸이 싸~해지는 그런 느낌을 받는다. 더군다나 일 잘하고 내가 좀 더 아꼈던 팀원에게서 들으면 그 느낌은 더욱 강하게 다가온다. 십중팔구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순간 팀장의 머릿속은 마구 복잡해진다.


"내가 공들여 키운 친구인데 이제 실력이 좀 늘었다고...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한다 하네요, 마음이 쓰라립니다", "아직 이 친구와 할 일들이 많은데... 너무 자기만 아는 거 아닌가요?", "이래서 검은 머리 짐승은 들이지 말라고 하는 건가 봐요", " "이 친구 없으면 일에 큰 차질이 생기는데... 퇴사를 막을 방법이 없을까요?"


내가 팀장일 때 했던 말이기도 하고 팀장 코칭을 하면 의례 듣는 말이기도 하다.

뭐, 솔직히 나가줬으면 하는 팀원도 있다. 근데 참 이상하게도 나가줬으면 하는 팀원은 오래오래 붙박이로 있고 꼭 능력 있는 팀원은 퇴사(이직)를 해 버린다. 조직을 운영해 보면 이런 경우가 많이 생긴다. 내 맘과 같지 않을 때가 너무 많은 것이다. 속상하다. 그런데 또 생각해 보면 이런 상황이 지극히 정상이다. 성장지향인 팀원은 실력이 일취월장 좋아진다. 그리고 언젠가 성장이 다 했다고 생각이 들면 또 다른 도전을 위해 자신에게 더 큰 기회를 주는 조직으로 이직을 한다. 커리어든 연봉이든 어떤 이유든 말이다.


좋은 팀원을 떠나보낼 때, 초임 팀장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혹시 내가 뭘 잘못했나? 내 리더십에 문제가 있나?" 물론 그것은 퇴사 직원의 본심을 알기 전에는 알 수 없다. 반은 정답이고 반은 오답이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건 팀장 본인이 더 잘 알고있을 것이다. 만약 본인이 딱히 잘못한 게 없다면 너무 상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만남과 헤어짐은 의례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상황에 대해 조언을 받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퇴직은 막을 수 없습니다. 실력 있는 팀원들은 퇴사도 실력 있게 하니까요. 이 사람들은 용의주도해서 몇 번을 고민해 보고 돌다리도 다 두드려 보고 모든 것이 확정된 다음, 가장 마지막에 팀장에게 말하는 겁니다. 이들의 마음을 돌이키려 하지 마세요"

"다만, 많이 아쉽다는 것을 잘 표현해 주시면 됩니다. 혹시나 다른 조직에 가서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조언을 구한다면 진심어린 마음으로 이야기 해 주세요. 그럼 아마도 회사 밖에서도 좋은 선후배 관계가 될 겁니다"


아무튼, 좋은 팀원을 숱하게 떠나보냈던 경험 많은 팀장도 매번 섭섭한 마음이 드는데 초임 팀장이나 팀장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은 오죽할까... 충격에서 헤어 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좋은 팀원이 퇴사할 때 마음이 안 좋은 것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그래도 이에 대응하는 팀장의 마음가짐은

조금은 더 냉정해져야 한다. 이럴 때 팀장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좋을까?


첫째, 팀원과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바로 이해가 갈 것이다. 내 입장에서만 생각하니 섭섭한 것이다

나는 이 회사를 백 년 만 년 다닐 것인가? 당연히 아니다. 물론 무게감은 다를 수 있다. 내 가족과 미래에 대한 고민 때문에 조금은 더 고심할 것이다. 그래도 결국 떠나야 한다고 결심이 들면 여지없이 결정할 것이다. 나 역시 "이사님, 사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지 않겠는가. 떠나는 사람은 내 개인 생각 90% 조직생각 10%. 이게 현실이다.


째, 내가 아끼던 팀원이 퇴사를 하면 이제 회사 밖에서 만날 수 있는 친한 후배가 하나 더 생긴 것이라고 생각하자. 회사 안에 있을 때는 아무리 좋은 동료, 선후배라 할지라도 회사를 떠나면 잊혀질 가능성이 많다.

처음 1~2년은 가끔 볼 수 있다. 만나면 옛 이야기로 웃음꽂을 피울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각자의 소속에 더 충실하느라 멀어질 수 밖에 없다. 만약 회사 밖에서도 좋은 선 후배 관계가 지속된다면 당신은 사회에서 만난 친구 한 사람을 건진 것이다.


셋째, 인간관계에 있어서 본전 생각은 당신을 잘못된 선택에 이르게 한다. 사람은 본전을 생각하면 이성적인 판단을 잃게 된다. 꼭 팀원이 아니라도 그렇다. 심지어 부모 자식 간의 관계도 그렇지 않은가.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이 말은 지옥문을 여는 치트키다.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동시에 나를 세상 어디에도 없는 불운한 피해자로 만들기 때문이다. "내가 너에게 얼마나 잘해 줬는데...."이런 말 또한 상대방에게 부채를 얹어주는 좋지 않은 언어습관이다. 팀장이나 팀원이나 진심을 다 해 열심히 일 했다면, 팀원을 진심으로 대해줬다면 그걸로 된 것이다. 왜냐고? 그런 팀장의 태도는 또 다른 좋은 사람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그러니 너무 아쉬워하지 말자.


넷째, 마음 상하는 것은 이제 그만! 빨리 조직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속된 말로 제대를 앞둔 병장은 마음이 떠나 있게 마련이다. 인수인계서가 완벽하지 않다 해도 너무 나무라지 말자. 서로 마음만 상한다. 가급적이면 잘 다독거려 최선을 다 해 인수인계서를 만들게 하자. 다행이 새로운 사람이 빨리 입사를 하게 된다면, 이 역시 잘 인수인계할 수 있도록 유도하자. 아니면 퇴사 이후라도 하루 정도를 할애하여 새로운 팀원에게 인수인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좋다. 가끔 퇴사하는 팀원을 억압하여 인수인계가 잘 안 되면 퇴사를 안 시킨다느니... 뭐 이런 말을 하는 팀장이 아직도 있긴 한데, 두려움으로 일이 되게끔 하는 팀장은 언젠가 똑같이 당하게 마련이다.


다섯째, 마지막. 아끼던 팀원을 떠나보내는 당신은 이제 정말 리더가 된 것이다. 모든 팀장은 다 리더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다"이다. 직책자 라고 해서 저절로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예전 내가 몸 담고 있던 한 회사는 모든 직책자를 다 리더라고 통칭하였다. 물론 내 생각이긴 하지만, 리더 같지 않은 팀장도 분명 있었다. 최소한 리더라면 좋은 팀원을 영입하고 키우는, 능력 있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좋은 팀원을 잘 떠나보내는, 관계 관리의 달인이기도 하다. 좋은 팀원을 잘 떠나보내는 일 또한 좋은 리더가 되는 과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좋은 팀원을 떠나보내지 않는 방법 따위는 없다.

좋은 팀원을 잘 떠나보내는 팀장이 있을 뿐이다.

핵심인재 관리, 중요하다. 하지만 떠날 사람은 결국 떠나게 되어 있다. 어떻게 떠나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함께 일 하면서 열정을 다 했고 즐거웠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면 그걸로 된 것이다.

팀원이나 팀장이나 모두 한 단계 더 성숙한 것이다.


그걸로 된것 아닌가.



태준열 (taejy@achvmanaging.com)

리더십 코치/컨설턴트

25년 동안 음반회사, IT대기업, 반도체 중견기업, 소비재 기업 등 다양한 기업에서 인사, 조직개발 업무를 경험하였으며 15년 동안 인사팀장/조직개발실장을 맡아왔다. 현재는 리더십 개발기관 Achieve. Lab의 대표이며 팀장 리더십, 성과관리 등 강의와 팀장 코칭, 리더십 개발 컨설팅, 조직개발 활동 등을 활발히 이어 나가고 있다. 저서로는 <어느 날 대표님이 팀장 한번 맡아보라고 말했다><Synergy Trigger><존버 정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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