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조직개발을 하면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성장하는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 성장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모두 모양새와 패턴이 유사했다는 것이다.
성장하지 못하는 조직과 개인은 “곁가지”를 줄기처럼 여긴다.
솔직히 이야기해 보자. 회사에서 하는 일 중에 정말 중요한 일은 몇 가지나 될까? 하루 8시간 일을 하면서 집중하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일을 많이, 오래 해야만 뭔가 잘한 것 같고 고생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 그런 느낌 같은 느낌은 우리의 일상에서 매일 벌어지고 있다. 필자도 직장 생활을 24년이나 했지만 고백하건대 곁가지 같은 일들을 하면서 살짝 포장하고 중요한 듯 말하면서 인정을 받으려 했던 적이 꽤나 있었다. 뭐라 할까, 비유를 하자면 딱히 법을 어긴 건 아닌데 그렇다고 도덕적으로 떳떳하지도 않은 그런 느낌말이다. 그런 느낌은 아마도 본인만이 알 것이다.
기업은 성과향상을 위해 앞다투어 성과관리 제도를 도입한다. MBO, KPI, BSC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OKR까지. 제도의 안착을 위해 많은 에너지를 투여하고 있다. 직원 교육은 어떤가. 수많은 전문 강사들의 강의와 컨설팅, 조직 활성화를 하면서 구성원들이 성장하길 바라지만 현실은 어떤가? 어떤 생각이 드는가? 회사가 바라는 대로 잘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물론 이런 노력들이 의미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해 왔던 수많은 노력 대비 현실이 어떠냐는 것이다. 과연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그게 눈에 보이는지, 투자 대비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궁금증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HR 담당들도 어떻게든 객관적인 지표를 활용해서 이 모든 노력들이 효과가 있었음을 증명하려 하지만 솔직히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은 본인들이 더 잘 알 것이다(필자 또한 그랬다). 우리는 모두 적당히 받아들일 수 있는 선에서 합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누군가 만들어 내는 “프레임”속에 살고있는 것 아닐까. “그루(GURU) 산업”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성과가 좋으려면 당연히 성과관리를 해야 하고 KPI, OKR 제도를 도입해야 하고, 직원 교육을 위해서 전문 강사의 강의와 코칭, 퍼실리테이션 등을 해야 한다. 당연하듯 말이다. 컨설팅, 강의, 코칭.. 이 모든 기업교육 시장은 마치 영어학원이 오랜 시간 동안 유지될 수밖에 없는 이유, 헬스클럽이 오랜 시간 유지될 수밖에 없는 이유와 같은 것 아닐까? 필자 또한 이 산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솔직히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한다.
진짜 성과를 만들고 싶다면
일을 해서 성과를 내려면 사실, 핵심적인 그리고 본질적인 부분을 건드려줘야 한다. 그런 부분은 대부분 작고, 적고, 깊은 곳에 있다. 그리고 그곳은 의지를 가지고 “심사숙고” 하는 곳에서 발견될 수 있다. 의심해 보고 다시 생각해 보고 고민해 보고 증명해 보고 실패해 보고 다시 도전해 보는 곳, 무엇이든 “정수(essence)”를 찾는 곳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우리는 그곳을 너무 쉽게 찾으려 한다. 여기서 우리가 진짜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가 생기는 것이다.
우리는 날마다 DO를 하지만 그 많은 DO들이 원하는 BE가 되었는지, 어떻게 해야 BE라는 상태에 이를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최영훈_페이스북 콘텐츠 발췌) 우리가 집중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것은 어떻게 DO를 해야 하는 가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원하는 BE의 상태로 갈 수 있는가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는 길에 곁가지들은 없었는지, 과도하게 포장된 곳은 없었는지, 개인의 욕심은 없었는지, 적당히 타협하진 않았는지 들여다보는 것이 먼저다.
팀장 리더십, 가로가 아닌 세로의 축적으로, 본질을 향한 wisdom
요즘은 팀장 리더십 과잉의 시대다. 서점가에 수많은 팀장 리더십 책이 쏟아져 나오지만 모두가 비슷한 말을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그냥 “잘하라는 것이다” 모범을 보여야 하고, 소통을 잘해야 하고, 이렇게 조직관리해야 하고, 저렇게 성과관리를 해야 하고, 힘들 땐 어떻게 해야 하고... 모두가 맞는 말을 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현실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기업과 조직, 개인이 진짜 생존하고 번영하는 길은 “가로의 확장”이 아니라 “세로의 축적”이다. 즉 새로운 시대, 새로운 개념은 끝없이 흘러나올 것이지만 결국 승자는 그 모든 것에 기웃거리는 사람이 아니고 가장 중요한 것을 정해 끊임없이 좁히고 깊게 관여하여 가장 본질적인 것을 해결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리더십은 기술이 아니다. 리더십은 “생각”에서 출발한다. 세상 그 어떤 그럴듯한 경영시스템이 나오고 그루(GURU)들의 리더십 법칙이나 방법들이 나와도 결국 “내 생각”을 남에게 맡기면 나는 끊임없이 남이 만들어 놓은 것을 소비하는 소비자가 되는 것이다. 리더는 남이 만든 생각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으로 방향을 만드는 사람이다.
“더 작게 그러나 더 깊게 고민하는 것이 더 위대한 성과를 만들어 낸다.
부디 조직에 있는 수많은 곁가지들을 쳐내고 의미 없는 태클을 넘어 리더십의 정수(essence)에 다다르는 "현명함"을 갖길 바란다. 그것이 당신과 당신 조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나는 확신한다.
태준열 (taejy@achvmanaging.com)
리더십 코치/컨설턴트25년 동안 음반회사, IT 대기업, 반도체 중견기업, 소비재 기업 등 다양한 기업에서 인사, 조직개발 업무를 경험하였으며 15년 동안 인사팀장/조직 개발실장을 맡아왔다. 현재는 리더십 개발기관 Achieve. Lab의 대표이며 팀장 리더십, 성과관리 등 강의와 팀장 코칭, 리더십 개발 컨설팅, 조직개발 활동 등을 활발히 이어 나가고 있다. 저서로는 <어느 날 대표님이 팀장 한번 맡아보라고 말했다><Synergy Trigger><존버 정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