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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준열 Nov 06. 2024

에너지가 예전 같지 않아서 더 좋다

조금은 최적화된 나의 에너지

회사를 나와 혼자 일하다 보니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예전에 나는 "공격형 미드필더"라고 생각했다. 언제라도 수비와 공격에 가담할 수 있는 최고의 에너지를 가진 미드필더! 나는 에너지가 충만한 사람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상대편 문전 앞에서 골을 기다리는 게으른 공격수가 된 느낌이다. 그래서 많이 뛰지는 않는다. 내가 골을 잘 넣는 사람인지는 모르겠다... 그저 "예전과 같이 지속적인 열심히"가 잘 안 되는 그런 사람이 된 것 같다는 말이다. 월급생활 보다 더 많이 뛰어야 그나마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이젠 에너지에 한계를 느낀다. 나이라는 걸 인정해야 하는 걸까?. 핑계 대고 싶진 않지만 부인도 할 수 없는 나이, 50대가 되었음을 이제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부터 느낀건데 열심히 한다고는 하지만 에너지가 예전 같지 않았다. "이러면 안 되는데.... 돈을 쌓아 놓고 사는 것도 아닌데.... 배째라 정신이 여기서 나오다니" 자연스럽게 혼잣말을 되뇌기도 했다. 24년 회사, 개인사업 4년까지 더해서 28년을 쉼 없이 달려왔는데 경제적인 여유는 말할 것도 없고 삶의 여유도 없다니... 현실을 무시한체 그저 놀고만 싶었다. 가장의 무게를 좀 벗어버리고 싶었던 것일까? 사업이 엄청 잘 되었다면 오히려 활력이 생겼을까?

잘 모르겠다.



다시 활력을 찾고 싶어서 곰곰이 생각해 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지금 내가 찾는 활력은 예전과는 다른 것이었다.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서도 아니었고, 성공을 위한 것도 아니었고, 무리해서 30대와 같은 폭발적인 에너지를 내겠다는 것도 아니었다. 이제 인생의 목적, 목표보다 그냥 나에게 주어진 하루를 살아내고 최선을 하면 그걸로 삶을 살고 싶은 것이다. 하루를 잘 살아내는 그런 평범한 에너지로 말이다. 최근에 삶을 떠나신 분들을 보면 인생이라는 게 참 허무하고 짧다는 생각도 든다. 그분들의 삶은 어땠을까. 성공한 분이든 그렇지 않은 분이든 그분들의 하루는 행복했을까?


난 여전히 이루고자 하는 목표도 있고 60이 넘어 하고 싶은 일도 있다. 삶을 열정적으로 살고도 싶다. 하지만 예전과 달라진 것은, 이제 난 그 목표들이 반드시 이루어지지 않아도 슬프진 않을 것 같다. 물론 노력도 할 것이고 이루어지면 더 좋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아도 불행할 것 같지는 않다. 나에게 주어진 하루에 최선을 다 하고 가족을 사랑하는 하루하루의 삶을 살면 되니까.


 에너지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려 한다. 미드필더든 게으른 공격수든 상관없다. 최선을 다 일하고 사랑하고 축복하고 감사하는 그런 하루. 딱 하루만 그런 에너지를 내면 되니까. 그런 하루가 모여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되니까.


요즘은 시간이 갈 수록 열심히와 게으름이 번갈아 나타나는 것 같다. 예전 같으면 왜 난 기복이 심할까..라고 힘들어 했을텐데..그건 아닌것 같다. 난 그저 긍정과 부정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 나갈 뿐이다.

그냥 일 열심히 하고 잘 먹고 즐겁게 운동하고 잘 자고 잘 쉬고..그 뿐이다.


어쩌면..
에너지가 예전 같지 않아서
더 좋은 것 같기도 하다.



사진: UnsplashHernan Sanch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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