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나는 "공격형 미드필더"라고 생각했다. 언제라도 수비와 공격에 가담할 수 있는 최고의 에너지를 가진 미드필더! 나는 에너지가 충만한 사람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상대편 문전 앞에서 골을 기다리는 게으른공격수가 된 느낌이다. 그래서 많이 뛰지는 않는다. 내가 골을 잘 넣는 사람인지는 모르겠다... 그저 "예전과 같이 지속적인 열심히"가 잘 안 되는 그런 사람이 된 것 같다는 말이다. 월급생활 보다 더 많이 뛰어야 그나마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이젠 에너지에 한계를 느낀다. 나이라는 걸 인정해야 하는 걸까?. 핑계 대고 싶진 않지만 부인도 할 수 없는 나이, 50대가 되었음을 이제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부터 느낀건데 열심히 한다고는 하지만 에너지가 예전 같지 않았다. "이러면 안 되는데.... 돈을 쌓아 놓고 사는 것도 아닌데.... 배째라 정신이 여기서 나오다니" 자연스럽게 혼잣말을 되뇌기도 했다. 24년 회사, 개인사업 4년까지 더해서 28년을 쉼 없이 달려왔는데 경제적인 여유는 말할 것도 없고 삶의 여유도 없다니... 현실을 무시한체 그저 놀고만 싶었다. 가장의 무게를 좀 벗어버리고 싶었던 것일까?사업이 엄청 잘 되었다면 오히려 활력이 생겼을까?
잘 모르겠다.
다시 활력을 찾고 싶어서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지금 내가 찾는 활력은 예전과는 다른 것이었다.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서도 아니었고, 성공을 위한 것도 아니었고, 무리해서 30대와 같은 폭발적인 에너지를 내겠다는 것도 아니었다. 이제 난 인생의 목적, 목표보다 그냥 나에게 주어진 하루를 잘 살아내고 최선을 다 하면 그걸로 된 삶을 살고 싶은 것이다. 하루를 잘 살아내는 그런 평범한 에너지로 말이다. 최근에 삶을 떠나신 분들을 보면 인생이라는 게 참 허무하고 짧다는 생각도 든다. 그분들의 삶은 어땠을까. 성공한 분이든 그렇지 않은 분이든 그분들의 하루는 행복했을까?
난 여전히 이루고자 하는 목표도 있고 60이 넘어 하고 싶은 일도 있다. 삶을 열정적으로 살고도 싶다. 하지만 예전과 달라진 것은, 이제 난 그 목표들이 반드시 이루어지지 않아도 슬프진 않을 것 같다. 물론 노력도 할 것이고 이루어지면 더 좋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아도 불행할 것 같지는 않다. 나에게 주어진 하루에 최선을 다 하고 가족을 사랑하는 하루하루의 삶을 살면 되니까.
난 에너지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려 한다. 미드필더든 게으른 공격수든 상관없다. 최선을 다 해 일하고사랑하고 축복하고 감사하는 그런 하루. 딱 하루만 그런 에너지를 내면 되니까. 그런 하루가 모여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되니까.
요즘은 시간이 갈 수록 열심히와 게으름이 번갈아 나타나는 것 같다. 예전 같으면 왜 난 기복이 심할까..라고 힘들어 했을텐데..그건 아닌것 같다. 난그저 긍정과 부정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 나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