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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준열 Nov 09. 2024

열 번의 사랑보다 한 번의 용서를


나는 미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가까이는 와이프가 미웠고 마음처럼 되지 않는 아들이 미웠다. 자식이지만 나와 성향이 맞지 않다는 생각에 불편하기도 했다. 아버지가 가시는 마지막 길에 적극적으로 함께하지 않았던 형도 미웠다. 

한 때는 주변 사람들이 모두 미웠던 시절이 있었다. 와이프도... 자식도, 형제도 모두 그랬다. 심지어 부모님도 보고 싶지 않았다.


돌이켜보니

미움이라는 것은 자신을 파괴시키는 "가장 강력하고 빠른 주문"이었다.

난 독한 말과 생각으로 상대방을 해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독이 다시 나에게 돌아올 것이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내가 상대방을 참아주고 있던만큼 상대방도 나를 참아주고 있었을 텐데... 나는 뭐가 그리 옳았고 그리 잘했을까. 정직하고 올바르게 살았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들이 나만의 기준, 나만의 프레임이었지만 말이다. 생각해 보면 다른 사람들도 딱히 다르지 않았다. 그들만의 생각과 기준, 프레임에 따라 살고 있을 뿐이었다. 뭐가 그리 옳고 그름이 있었을까.


오래전부터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전혀 현실감이 없으니까.

너무 극단적이어서 설화 속에 나오는 이야기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했다. 어떻게 원수를 사랑할 수 있을까.


몸 여기저기 아픈 적이 있었다. 그때  항상 분노에 차 있었다. 사람들을 비난하고 독한 생각만 했다. 어느 정도였냐면, 걸으면서 까지 누군가에게 저주를 퍼부을 정도였다. 중얼중얼...." 네가 뭔데...." "지금 너 이렇게 하려는 거지? 난 다 알아, 난 못 속여", "네가 어떻게 그럴 수 있어!", "그러다 망할 거야! 너 때문이야!, 지옥에나 가버려!"... 나는 상대방과 가상의 말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반은 미쳐있던 상황이었다. 나는 깜짝 놀랐다. 내가 정말 미쳐가고 있는건가? 아니면 어떤 악한 영 같은 게 우리 가족을 괴롭히는 건가? 별의별 생각을 다 했다. 결론적으로 모두 아니었지만 말이다. 난 그저 마음을 다스리지 못했고 누군가를 "용서"하지 못했을 뿐이다. 독한 마음과 생각이 어디로 가겠는가....제일 먼저 나를 찾아왔다. 나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고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입맛이 없었으며 소화도 되지 않았고 몸은 야위여만 갔다. 미움과 분노는 미워하는 대상이 아니라 나를 파괴하고 있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이 어떤건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아마도 이런 의미가 아니었을까. 누군가를 미워하는  생각과 행동은 상대방에게 가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향한다는 것, 상대방이 아니라 내가 먼저 무너진다는 것. 미움은 사람을 변하게 할 힘이 없다는 것.


원수를 사랑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미워하는 마음을 거둬들일 있다면 용서할 수 있고 용서할 수 있다면 사랑도 가능하지 않을까. 어쩌면 이 말은 나 자신을 위한 것 아니었을까.


난 고육지책으로 명상을 시작하게 되었다.

아침저녁으로 무조건 마음으로, 말로 용서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뭘 감사하고 용서해야 할지 몰랐지만 서서히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용서하고 감사해야 할 이유를 찾다 보니 의외로 너무 많았다.

나 자신도 용서했고 지금까지 셀프로 이끌어 온 내 인생에도 감사했다. 명상이란 걸 잘 모르지만 호흡을 하고 몸을 편안히 하고 그저 감사하고 용서한다는 말만 되풀이하였다. "모든 노력들이 모여 지금은 많은 것들이 해결되었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싶지만..사실 그렇지는 않다. 아직도 못한 것들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괜찮다. 이제 나 자신을, 다른 사람을 "용서"하는 것 그리고 "이해"하는 것이 예전보다 조금 더 나아졌으니 말이다.


경험하지 않고도 인생의 많은 것들을 깨달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독서하고 수양한다고 외부에서 오는 모든 상황과 충격을 받아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실제는 책과 달랐다. 아니, 책에 있는 말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감정과 생각으로 반응했을 뿐. 나는 온 마음과 몸으로 겪어내고 서야..그제서야 이해가 갔다.  


젊으나 나이를 먹으나 배웠으나 못 배웠으나.. 중요한 것 같진 않다. 우리는 모두 미숙한 인간이니까.  끝없이 배워나가야 하는.


모든 것이 다 힘들어지더라도 이것 만은 기억하며 살고 싶다.


열 번의 사랑보다 한 번의 용서를.


어디선가 스치듯 본 문구가 내 마음을 흔들었다.

사랑했기 때문에 용서가 안되는 것 보다 용서했기 때문에 다시 사랑할 수 있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사진: Unsplash의 Nathan Dumlao

사진: UnsplashFelix Koutchins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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