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친 하루를 회복시키는 단순한 깨달음

오늘도 걸으며 성장합니다.

by 태준열


얼마 전 하루를 그냥 망쳐버린 날이 있었다.

아무리 안 좋은 일이 있어도 흔들리지 말자고 그렇게 다짐을 했건만 요동치는 마음, 짜증이 밀려오고 불안과 두려움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난 오전까지 일을 하고 오후에 사무실을 박차고 나왔다. 내가 했던 한 프로젝트가 완성에 다다랐고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완료되어 있던 상황이었다. 공식 레터만 받으면 되는 일인데 며칠을 기다려도 고객사의 공식컨펌이 나지 않았다. 오늘은 컨펌이 나겠지... 기다렸지만 역시 소식은 오지 않았다. 아마도 내일? 글쎄... 모르겠다.... 갑자기 마음이 무너졌다.


"최종 단계에서 뭐가 잘 안 된 걸까?" "이상이 있으니까 연락을 안 하는 거겠지?"

"역시 잘 안된 거야, 난 이런 경험이 많아. 분명 내부적으로 문제가 생긴 거야..."


내 마음이 다시 소리치고 있었다. 불안감이 밀려왔다. 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극장에서 영화 한 편을 보았다. 역시나 영화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영화를 본다고, 오락거리로 내 마음을 달랜다고 상황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뭐... 항상 그랬다. 알면서, 충분히 경험했으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오면 다시 본능으로 돌아가곤 했다.


그날 저녁 동네를 거닐며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했다.

그렇게 마음을 다지고 좋은 생각을 하고 책을 읽으며 열심히 살던 내가 또다시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던 건 왜일까?..


어떻게 해야 오늘의 숙제를 잘 풀 수 있을까?

나는 질문을 통해 그날의 필름을 거꾸로 돌려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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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오늘 마음이 무너졌어! 일에서 이탈하고 하루를 망쳤어. 왜 그랬을까?

프로젝트가 성공한 듯했는데.. 고객사의 반응을 보니 갑자기 미온적이었어...

그래서 아... 프로젝트 결과가 잘못되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지..

그럼 그 생각이 너에게 어떤 영향을 미친 거지?

음.... 불안감과 두려움을 준 거지.

그게 왜 두려웠던 거지?....

그건.. 실패를 의미하는 거니까!

그게 왜 실패라고 생각한 거지? 일을 하다 보면 그럴 수 있는 거잖아.

어.. 맞아 그럴 수 있지 근데... 그게 계속되면 내가 계획해 놓은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잖아. 그게 두려웠던 것 같아.

그래? 그럼 너의 목표가 뭐였지?

그건... 올해 ooo의 수입을 올리는 거지. 그리고 3년, 5년 내 내가 생각했던 성공에 다다르는 거지(나만의 목표). 근데 이렇게 실패가 계속되면 내가 원하는 때 원하는 것을 취할 수 없고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없잖아... 실패는 계획 속에 없는 그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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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내 솔직한 마음의 소리였다. 결국 돈 때문이었다. 나를 흔든 건 돈이었다. 물론 내 성공에 "돈 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직업적 소명 같은 숭고한 무엇인가도 있다. 하지만 더 깊이 생각해 보면 금전적인 성공이 70%는 되는 것 같다. 그다음이 직업적 의미고 세상의 필요고 인생의 행복 등등이다.

그래, 틀린 건 아니다. 사업을 하면 돈, 중요하다. 돈 많이 벌어야지.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노후도 준비해야 하고 애들도 시집 장가보내야 하고..... 여유로운 삶. 그래 내 나름의 성공, 중요하다. 엄청 부자까지는 아니라도 어느 정도 풍족한 삶을 영위할 만큼의 재산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런데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 좋은데.... 성공도 좋고 돈도 좋고 자아실현, 애들, 가족들, 여유 있는 삶. 다 좋은데...


"그전에 내가 먼저 죽을 것 같다".


예전에 극도의 스트레스 때문에(나의 성격일 수도 있다) 건강을 크게 해쳤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목표를 다 이루었거나 아니면 이루는 과정에 있거나... 갑자기 내가 하늘나라로 가버린다면? 그럼 난 뭘 위해 산 거지?


성공이나 실패의 문제가 아니라 내 삶이 먼저 끝나버릴 것 같았다. 이것보다 더 큰 것이 어디 있을까.


이렇게 생각해 보았다.

나의 하루는, 나의 인생은 종착역을 향해 가는 급행 기차가 아니라 세상 관람을 위한 완행열차인 것이다. 종착역도 같고 달리는 것도 같지만 목적이 다른 것이다. 난 여전히 최선을 다 하지만 내 인생에서 지나쳐 버리는 하루를, 아이들을, 아내를 평온한 마음으로 보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완행열차 안에서 말이다.



어떻게 해야 나도 잃지 않고, 가족도 잃지 않고, 내 직업도 잃지 않는 행복한 삶(적어도 불행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완벽할 순 없어도 덜 괴롭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있는 것 같다.


노자의 무위사상이 떠올랐다.

도덕경 63장에 위무 위(爲無爲)라는 것이 나온다.


"하고자 함 없이 하고 일함이 없이 일하며 맛 들임 없이 맛보고, 크고 작으며 많고 적음이니 원한은 덕으로써 갚는다. (중략)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것에서 만들어지고 천하의 큰일은 반드시 작은 일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무위(無爲)라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손을 놓고 편하게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다. 노력하되 결과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이다. 왜 그럴까? 인생은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번갈아 교차하는 그래프이기 때문이다. 잘 될 때가 있으면 안 될 때가 있는 법이다. 인생에서 계속 안 되는 것도 없고 계속 잘 되는 것도 없다. 하지만 결과에 너무 집착하게 되면 치우치게 되고 생각과 행동에 무리가 생긴다. 잘 될 때 더 잘 될 것이라 흥분하게 되고 안 될 때 더 안 되는 상상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럼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번갈아 생기며 잔잔히 전진하는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지 못하게 된다.


나는 내 하루를 망쳤던 그 일로 인해 왜 내가 함 없이 해야 하는지 알았다.


다시 한번 하루의 작은 목표와 그 목표에 진실하게 집중하는 것, 하루를 실패했더라도 다음 날 다시 작은 성공을 내 삶에 붙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아니, 알고 있었지만 다시 한번 마음속에 그리고 행동에 담았다.


그리고 한가지 더!, 사람은 누구나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두려움도 있고 마음도 흔들리고 어느날은 자리를 박차고 나갈 수도 있지만 다시 내 자리로 돌아오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것이 죄책감이 아니라 성장을 위한 적극적인 행동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함 없이 하다 보면 내가 원하는 목표에 꼭 도달하지는 못할지라도 그 언저리 어디에라도 가 있겠지. 무언가 되어 있겠지. 내가 성실하게 움직이고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다 보면 내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평온하고 별일 없는 무난한 하루를 즐길 때가 오겠지. Just walk!


이것이 하루를 망친 나에 대한 반성이며 앞으로 다시 별일 없는, 어쩌면 지루할 수도 있는 나의 하루에 작은 성공을 붙이는 나만의 주문이다.




사진: Unsplash의Ariel Tang

사진: Unsplash의青 晨


태준열 (taejy@achvmanaging.com)

리더십 코치/컨설턴트

25년 동안 음반회사, IT 대기업, 반도체 중견기업, 소비재 기업 등 다양한 기업에서 인사, 조직개발 업무를 경험하였으며 15년 동안 인사팀장/조직 개발실장을 맡아왔다. 현재는 리더십 개발기관 Achieve. Lab의 대표이며 팀장 리더십, 성과관리 등 강의와 팀장 코칭, 리더십 개발 컨설팅, 조직개발 활동 등을 활발히 이어 나가고 있다. 저서로는 <어느 날 대표님이 팀장 한번 맡아보라고 말했다><Synergy Trigger><존버 정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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