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여러 조직들을 거쳐오면서 인사조직장으로서 구조조정, 그러니까 인력 조정을 한 경험이 꽤 많이 있습니다. 인사팀장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 정말 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지만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대부분이었죠. 과정은 고통스러웠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슬프고 분노에 찬 눈을 보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고 그럴 때마다 도망치고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회사에 나쁜 영향이 없도록 잘 마무리해야만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런 어려움은 인사를 하는 사람들의 숙명이라고 스스로 위로하기도 했지만 때로는 정말 피할 수 없었을까?.... 누구의 잘못이었을까... 왜 직원들이 희생되어야만 할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글세요.. 누구의 잘못이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굳이 말을 해야 한다면 회사를 나가야 하는 직원들의 잘못은 아니었습니다. 인력 조정은 미래를 예측하지 못한, 잘 나갈 때 조직을 방만하게 운영 한, 사람 관리를 잘 못한, 공부하지 않고 자만했던 그래서 변화하지 못했던 리더들의 잘못이 더 크지 않을까 합니다. 굳이 회사가 기울어가는 이유를 꼬집어 이야기하자면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 누구도 직원들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습니다. 왜 인력 조정을 하게 되었고 이 모든 것이 누구의 잘못이고 누구의 잘못된 판단이었고 누구의 미흡함이었는지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을 보진 못했습니다. 인력조정은 조직에 은근히 소문이 퍼지거나 부서장을 통해 전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직원들은 그저 그러한 상황에 가슴이 내려앉는 일을 겪는 것뿐입니다.
어려운 상황이었다 할지라도 진실을 말할 수는 없었을까..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도 가끔 생각해 봅니다. 그럼 직원들이 경영진에게 책임을 추궁했을까?.. 물론 그런 일이 생길 수도 있을 겁니다. 인력을 줄이고 조직을 개편하겠다는 경영진의 목표를 이룰 수 없게 될지도 모르죠. 하지만 경영진이 회사를 정말 사랑했다면 잘못된 원인을 찾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회사를 돌아보는 과정을 한 번쯤을 겪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떠나는, 남아있는 모든 직원들에게 진심을 다 해 사과해야 하지 않았을까요? 모르겠습니다. 순진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듭니다.
"진짜 리더십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언제인가 경영진은 인력 조정을 하고 남아있는 직원들에게 힘내라고 금일봉을 준 적이 있었습니다. 경영진이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의도는 잘 알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아쉬웠던 건 직원들이 그 돈을 받으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입니다. 물론 돈을 주니까 좋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동료들을 내 보낸 핏 값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직원들도 마냥 좋지만은 않았을 것입니다. 정말 그것이 직원들을 위한 것이었을까요? 조직 분위기를 환기시키려고 체육대회도 하고 회식도 했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차라리 우리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을 가졌다면 어땠을까요? 경영진이나 직원들이나... 왜 이런 상황을 막지 못했는지, 앞으로 이런 상황을 오지 않게 하려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차라리 마음을 터 놓고 서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어땠을까요. 인력조정을 하고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회식과 금일봉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를 위한 통렬한 반성과 분석,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명확한 방향 제시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누군가 파이팅을 외쳐야 할 필요도 있지만 그것이 의미 없는 메아리라면 그 누구도 파이팅에 함께 동참하지 않습니다.
리더십이 그런 것 같습니다. 갑자기 스티브 잡스에 대한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듣는다고 혁신리더가 되는 것이 아니며 마윈의 기적적인 성공 이야기를 듣는다고 마윈이 될 수는 없습니다. 리더십 이론을 공부한다고 당장 좋은 리더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해 없는 파이팅은 통하지 않으며 직위로 사람들을 따르게 한다 해도 진심은 그곳에 있지 않습니다.
리더십은 "돌아보는 곳"에서 옵니다.
나를, 사람들을, 상황을 다시 복기할 때부터 생겨납니다. 사람들의 진짜 마음을 헤아릴 때 생깁니다. 리딩 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하고 혹여나 잘 못된 일이 있었다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을 하는 곳에서 옵니다.
리더십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어쩌면 당신이 무심코 돌아본 곳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셀프리더십이든 조직리더십이든 어렵고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가 자신을 돌아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태준열 (taejy@achvmanaging.com)
리더십 코치/컨설턴트
25년 동안 음반회사, IT대기업, 반도체 중견기업, 소비재 기업 등 다양한 기업에서 인사, 조직개발 업무를 경험하였으며 15년 동안 인사팀장/조직개발실장을 맡아왔다. 현재는 리더십 개발기관 Achieve. Lab의 대표이며 팀장 리더십, 성과관리 등 강의와 팀장 코칭, 리더십 개발 컨설팅, 조직개발 활동 등을 활발히 이어 나가고 있다. 저서로는 <어느 날 대표님이 팀장 한번 맡아보라고 말했다><Synergy Trigger><존버 정신>이 있다.
리더십코치 태준열의 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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