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12일의 기록. 내가 매일 약을 먹는 이유
오늘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내보려 합니다.
저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매일 먹고 있습니다. 당연히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니게 된 계기가 있겠죠? 그 계기를 차근차근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전 엄마의 타계 후 제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잘못 터득했습니다. 몸이 바쁘면 마음이 비워질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죠. 그래서 학원 조교 아르바이트를 하고 개인 과외를 여러 개씩 하며 일과 학업을 무리하게 병행했습니다. 몸이 쉴 시간을 주지 않은 것이죠. 하지만 결국 탈이 나고야 맙니다. 과로로 인한 미주성 실신, 감정 조절 불가능, 공황 증상 등이 나타나게 되었죠.
제 스스로 이렇게까지 벼랑 끝까지 밀었던 이유는, 친척들과 일부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있었습니다. 엄마를 잃은 슬픔이 가시기도 전부터 저에게 “너만 힘든 게 아니다. 다 힘든 거다. 그러니 울지 마라.”라고 말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제가 너무 유난히 힘들어하는 건가 싶어서 눈물을 참고 안 힘든 척을 해왔습니다. 남들 눈에 제가 유난 떤다고 보일 수 있겠다 생각한 거죠. 그래서 오히려 저를 달래기도 전에, 딸 생각에 슬퍼하시는 외할머니를 달래 드리는 일도 잦았습니다.
하지만 이 상황은 절 극한으로 몰아가고 있는 행위였던 것이죠. 전 충분히 슬퍼해야 했고, 슬퍼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었고, 제 마음에 대한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때의 제 나이는 만으로 19살이었거든요. 이렇게 어린아이에게 왜 이렇게 모질게들 굴었던 걸까요? 심지어 저는 “네가 아직 철이 없어서 엄마의 중요성을 모르기에 눈물을 흘리지 않는 거야.”라고 말하는 어른도 있었으니 말이죠. 한 마디로 저는 슬퍼서도 안 될, 슬퍼하지 않아서도 안 될 사람이어야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미치지 않은 것이 다행일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몸과 마음이 모두 너덜너덜해진 저는 제 발로 심리상담센터에 방문했습니다. 이때는 심각하지 않다는 검사 결과에 따라 약물치료 없이 심리 치료를 진행했습니다. 당연히 일시적으로는 괜찮아졌었죠. 상담이 진행되는 10회 동안 울기도 많이 울고 다양한 대화들을 하며 감정을 모두 토해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뒤인 2022년에 공황이 찾아옵니다. 아직도 그때가 생생히 기억에 남습니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채로 소파에 앉아서 온갖 불안감에 떨고 있었습니다. 울기도 하고 숨을 헐떡이기도 하고 심장이 미칠 듯이 뛰는 것도 느끼다 보니 정말 무서운 감정이 크게 들더라고요. 결국 전 병원을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심각했던 저의 상황과는 달리, 병원에서는 환자가 너무 많으니 초진을 받고 싶으면 한 달 전에 예약하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전 당장 힘든데 말이죠. 어쩔 수 없이 그나마 빨리 갈 수 있는 병원을 찾아서 일주일 뒤에 내원했습니다. 그리고 항불안제와 항우울제를 처방받으며 의사 선생님께 이런 말을 들었죠. “공황발작은 지난주에 나타났는데 왜 이제야 오신 거죠? 그때 오셨어야죠.” 참으로 억울하고 슬펐습니다. 어느 정신건강의학과를 가도 모두 사람이 많다는 사실도 슬펐고, 그로 인해 필요할 때 진료를 받지 못하는 저의 상황에 대해 억울함도 컸습니다. 결국 그 병원은 다시 가지 않았고, 한 달을 기다려서 다른 병원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약물치료가 필요 없었던 2019년과 달리, 2022년에는 약물치료가 필요하다는 검진 결과가 나오더라고요. 약을 먹으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복용하다 보니 벌써 3년이 지나고 있네요. 아직도 불안감이나 우울감이 모두 해소된 것은 아닙니다. 사실, 어떤 상태가 정상적인 상태인 건지 다 까먹어 버렸습니다. 그래도 앞으로 괜찮은 날들만 가득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약을 먹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