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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티제빅 Jan 29. 2023

공감(共感, Empathy)

공인중개사와 소통하며 느낀 '공감'의 중요성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전월세로 내어 놓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기 위해 몇 개월 전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소 3곳에 연락을 돌려 매물로 올려놓았다. 최근 고금리에 이은 부동산 침체기의 영향으로 부동산 거래량은 현저히 줄어들어 있었고, 막상 매물을 내어놓으니 시장 상황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특정 일자에 반드시 이사를 해야만 하는 상황은 아니라서,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지고 우리 집을 보러 오는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낮아지는 호가와 계속해서 줄어드는 방문 손님 수로 인해 어느 순간부터 머리가 지끈거리고 몸과 마음이 지쳐갔다.


마음이 점점 안 좋아지는 상황이다 보니 공인중개사 분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예민해졌고, 그분들의 미세한 언행과 태도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떤 중개사분의 사소한 언행에 감동을 받기도 하고, 또 다른 중개사분의 언행에는 마음이 상하기도 했다.



[사례 1]

(집을 제대로 정리해놓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중개사 사무실에 손님이 찾아와 집을 보여달라고 하는 경우) 


A 중개사의 경우, "고객님, 지금 미리 약속하지 않은 손님이 와서 그런데 혹시 5~10분 정도 뒤에 방문이 가능할까요? 아... 지금 방문하기 어려운 상황이신가 보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다시 이분과 말씀 나누어보고 따로 약속 잡아서 방문하도록 할게요. 감사합니다." 


B 중개사의 경우, "고객님, 지금 손님이 한 분 오셨는데,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네? 지금 어려우시다고요? 그냥 잠깐 보고 갈거라 따로 정리 안 하셔도 됩니다. 5~10분 정도 뒤에 갈 테니 준비 좀 해주시지요. 아... 그래요? 어질러져 있어도 괜찮습니다. 금방 보고 가겠습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사례 2]

(호가가 계속 낮아져서 걱정을 하고 있는 경우)


A 중개사의 경우, "지금 시장 상황도 안 좋고, 찾아오는 손님도 없다 보니 급매물이 많이 나오면서 호가가 계속 낮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고객님 입장에서도 여기서 받는 돈으로 이사할 곳을 알아보셔야 할 텐데, 걱정이 많이 되시겠어요. 여기서 하는 거래액에 낮아질수록 가실 곳에서 집 구하기가 더 어려워지실 테니까요. 당장에 이사가 급한 상황이 아니시면, 조금 더 지켜보셔도 됩니다."


B 중개사의 경우, "지금 시장 상황이 안 좋아서 어쩔 수 없습니다. 고객님 집뿐만 아니라 이 동네 다른 집들도 다 마찬가지예요. 지금 그 가격에 나가기만 해도 다행이라고 봐야 합니다. 오시는 손님이 거래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 보이면 말씀드릴 테니, 조금 아쉬운 감이 있더라도 가급적 거래하는 쪽으로 하세요."




전반적으로 보면, 


A 중개사분은 매물이 당장 거래로 이어져야 본인에게 이득이 생김에도, 고객이 처한 상황과 걱정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공감하며, 거래 성사가 다소 뒤로 미뤄지더라도 고객이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편이었다. 단지 사소한 말 뿐이더라도 나의 마음에 공감하며 상담해 준다는 느낌을 받았고, 본인이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모르는 부분을 이야기한 후, 다른 전문가를 통해 내용을 확인하여 알려주는 친절함도 가지고 있었다.


B 중개사분은 자신감 넘치고 일을 추진력 있게 밀어붙이는 장점이 있으나, 그 과정에서 고객의 마음을 헤아리는 배려와 정성이 다소 부족한 것 같았다. 만나서 말씀을 나누어보면, 업무처리도 깔끔하게 하시는 것 같고, 전문성도 있어 보이지만, 대화를 하고 돌아왔을 때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끼기보다, 왠지 모를 기분 나쁨이 마음 한 구석에 남는 것 같았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다 보니, 결국 B 중개사무소에 올렸던 매물은 내리고, 앞으로 A 중개사무소와만 거래하기로 했다. (이 참에 매물을 올려놓았던 다른 중개소에도 매물을 내리고 A 중개소와만 거래하기로 마음먹었다.)




비즈니스를 함에 있어 중요하게 갖추어야 할 역량으로 전문성과 업무 추진력 등 다른 역량들도 있겠지만, 그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역량이 아닐까 한다. 고객이 있어야 기업이 생존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고객의 마음을 얻는 가장 확실하고 빠른 방법은 그들의 Needs를 꿰뚫고, 가슴을 울리는 '공감(Empathy)'에서 나온다고 생생각한다. 스탠퍼드大 d.school에서 정의하고 있는 디자인씽킹 프로세스에서도 '공감'의 단계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며, 가장 먼저 진행해야 하는 부분으로 여겨지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두 중개사분과 수개월간 소통하며 느낀 것은, 당장 나 또는 내가 속한 기업에게 이익이 되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충성 고객 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그들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고 배려하는 '공감(共感, Empathy)'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내재화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충성 고객과의 강력한 네트워크는 더 많은 충성 고객을 양산해 내는 메커니즘을 만들고, 나 또는 기업의 긍정적인 브랜딩에 기여하여, 지속적으로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강한 동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비단 기업과 고객의 관계뿐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과 맺는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보다는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부분에 더 노력을 기울일수록, 오래도록 나와 함께 있어주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그동안 나를 아껴주는 가족, 친구, 직장동료들에게 얼마나 배려하고 공감해 왔는지 반성해 보고, 앞으로 조금 더 나아지겠다 다짐해 본다. 


※ 타이틀 및 본문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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