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대 앞에서 갈 곳을 잃은 시선이 문득 앞사람의 장바구니에 멈췄다.
나도 산 물건, 몇 번을 고민하다 내려놓은 물건, 살며 앞으로 구입할 일이 있을까 싶은 물건들.
나는 고개를 들어 그의 뒷모습을 보며 그의 삶을 잠시 상상해본다.
사람의 인생이란 그들의 장바구니에 담긴 물건들만큼이나 다양하다고.
어쩌면 장바구니에 담긴 물건들이 대화보다 더 많은 것을 알려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나의 장바구니에 담긴 물건으로 나의 무엇을 알아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