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아침에 눈을 뜨긴 떴지만
무언가를 하고 싶지도 않았고 할 예정도 없었다.
눈을 뜨고 있을땐 멍하니 천장을 볼 수는 없어서
넷플릭스로 영화를 틀어놓았으나 사실상 봤다고 말하기엔 중간에 또 잠들기도 했다.
어제 11시경에 퇴근하고 집에 와서 맥주를 두 캔마시고 너구리 라면까지 먹고 잠들었으니
오늘 하루가 사실상 훤히 내다 보이는 상태였다.
이번주가 꽤나 지옥같았다.
회사에서 가장 친하다고 볼 수 있는 분께 그래서 투정을 짜증으로 선사하였다.
아직 나는 멀었다.
그렇게 짜증을 내는 나에게 인덱스 카라멜 쥬쥬베 맛을 선사하는 그 분을 보고,
나는 대체 왜 짜증을 낸 것인가 순간 깊이 반성을 하게됐다.
그저 나는 자유를 박탈 당한 이번 한주가 힘들었으리라.
그렇게 꾸역 꾸역 버텨냈다.
남들도 다 '벌어먹고' 살아야하니까 하는 짓이라고해서 나도 했다.
이걸 안 한다고 내가 다른 밥벌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하면 하겠다만 굳이 그걸 시도하기엔 내가 너무 게으르다.
남편은 아침에 결혼식 간다고 부산을 떨고선,
지난주 금요일에 맡겨 둔 내 결혼기념일 선물 목걸이를 가져왔다.
나는 오후 4시까지 비몽사몽 침대에 붙어서 아무것도 안했던 지라
사실 결혼식이고 목걸이고 아무 안중에도 없었다.
내가 정작 이 글에 쓰고 싶던 것은
나의 게으름이다.
나는 정말 무지막지하게 게으르다.
이것 때문에 결혼 전에 엄마랑 참 많이 싸웠다.
당시에 나는 지금보다 훨씬 외향형 인간에 속했기에
회사 퇴근 후 곧장 집에 오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건 서울에서 근무하든 수원에서 근무하든 매 한가지였다.
당시 나는 직장은 있었어도 '남편감'을 찾아야하는 막중한 임무가 있었기 때문에 어쩔수가 없었다.
또한 아직 20대였던 나는 지금보다 훨씬 자주 내면의 공허함을 마주했기 때문에 그걸 술로 채워야했다.
각설하고, 퇴근 후 누군가와의 만남 후 집에 오면 아무것도 안했다.
허물처럼 옷을 벗어던지고 어떤때는 짜파게티를 하나 끓여먹고 잠들었고 다음날 그대로 씻고 출근했다.
그러다보니 내 방은 돼지가 사는 곳 같았다.
영화 레옹에서 레옹은 마틸다에게 사실 돼지는 굉장히 깨끗한 동물이라고 알려주더라.
그렇다면 내가 돼지보다 더 더러울 수도 있겠다.
하여간 청소를 정말 안하고 못한다.
그런 내가 지금 내 방만은 치워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내 방에 자그마한 쓰레기통을 산지 최소 3개월이 넘었는데 3개월간 그 통을 쓰레기로 채워놓고 한번도 비운 일이 없었다. 드디어 오늘 그 일을 했다.
그리고 청소기를 돌렸고 내 기분 탓인지, 정말 더러운진 모르겠지만 침대 위 시트를 바꿨다.
남편은 3년만에 만나는 대학 동기들과의 모임이 그렇게나 중요한지 내 연락에 아무런 대답이 없다.
처음엔 화가 났으나 나는 그 지점에 대해 화낼 이유가 없단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남편은 내가 손 놓고 지내는 동안 빨래, 설거지를 도맡아했고
내가 오후 늦게 퇴근하면 그래도 데리러 오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핸드폰을 비행기모드로 해두고 샤워를 하고 청소를 한 후 이 글을 쓰는 것이다.
집에 세탁용 액체 세제밖에 없다는 사실을 방금에서야 알 정도로,
나는 집안일에 대해 생각조차 안하고 산지 꽤 된것이다.
내가 자주 찾아서 보는 공기업 퇴사 후 단기 알바하며 살아가는 여성분의 영상을 봤다.
최근 어떤 글 쓰기 공모전에서 1등을 해서 아직 내가 죽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하더라.
나는 이상하게 그 분에게 묘하게 끌린다. 나와 비슷한 부분이 어느정도 있어서 일 것이다.
그래도 청소를 하고 새 침대 시트위에 앉아 이 글을 쓰니까
나빴던 기분이 어느 정도 정돈된다.
물론 좀 전에 다녀온 분노의 산책도 기분을 환기시킨데 나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오늘은 침대에 붙박이로 있었던터라 커피 1잔도 오후 4시까지 다 마시지 못했다.
보통 카페인에 중독된 사람은 평소 먹던 시간에 커피를 안마셔서 주말만 되면
두통에 시달린다고 하던데 나는 멀쩡하다.
이번주 목, 금에는 특히나 커피를 많이 마셨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중독은 아닌건지 신기하다.
목요일은 3잔, 금요일은 4잔이었다.
산책할때 나는 디카페인 커피를 2잔이나 사마셨다.
오후 네시를 넘기고 오후 6시가 되어 깜깜해지니까 밖을 나온 나 자신이 낯설었다.
보통의 나는 오전에 최대한 외출을 마무리짓고 밤에는 안나오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어제 공연 때문에 장시간 더현대서울에서 머무르면서
여성 전체 인원의 2/3가량이 똑같은 코디를 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모두가 짧은 치마에 긴 부츠를 신고 한껏 멋부린채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나는 일로서 그곳에 와 있었고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기 때문에 그들이 참 대단하고 신기했다.
그래도 나도 셀카 몇장은 틈틈이 남겼다.
그거라도 해야지 어쩌겠는가. 젊음은 돌아오지 않는다.
청소가 주는 효과가 이정도구나 하며 지금 현실자각 중이다.
내가 얼마나 그동안 청소를 멀리하는 게으름뱅이였는지 조금 반성하게 된다.
그리고 남편이든, 회사의 친한 분에게든
가깝게 지낸다는 이유로 짜증을 낸게 미안해진다.
이정도면 하고싶었던 모든 이야기를 브런치에 쏟아냈다.
기분이 나쁘거나 컨디션이 저조할땐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 보다
나는 브런치에 글을 쓰는 편이 훨씬 효과가 좋다.
언제부턴가 그래왔다.
사실상 회사 사람들 또는 내가 조언을 구하는 학교 선배 등등을 제외하곤
내 또래 친한 친구가 거의 없는 나에게 브런치는 어쩌면 소중한 친구가 되어버린 것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