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by Minnesota

오늘은 좀 나아지려나 했건만 목소리는 완전히 나갔다.

남편은 아침 내내 화장실을 왔다갔다한다. 나랑 같은 음식을 먹었건만 장염에 걸린듯하다.


혼자 운전해서 내가 어제 갔던 병원을 가려다가 결국 포기하고 걸어간다고 한다.

운전하는 길에 배가 아파서 사고가 날 것 같아 두렵다고 한다.


나는 오늘 좀 차도가 있으면 걷고싶었다.

그런데 몸은 여전히 퉁퉁 부었고 목소리는 하루에 담배 5갑은 필듯한 남성 목소리라 엄두가 안난다.


감기 걸렸을 때 머리 감고 잘못말리면 더 심해져서, 어제부터 안 감고 있다.(샤워는 했다.)

맥도날드에서 드립커피 스몰 한잔, 아이스 커피 라지 한잔을 시켰는데 마시는 중에도 아쉽다.

양이 부족할 것 같다.


밤새도록 나랑 남편은 번갈아가며 화장실에 들락날락 한 것 같다.

나는 잠을 못잤다. 약을 다 먹었긴 했는데 잠을 못잤다. 온몸이 뚜드려맞은 기분이다.


남편과 나는 어제 그래도 병원을 다녀와서 영화도 보고 ifc몰에서 쇼핑도했건만

일요일인 오늘은 이제 그럴 힘도 없어보인다. 아쉽게 되었다.


나는 작년 6월에 심하게 장염에 걸려본 경험이 있어서 남편이 얼마나 아픈지 잘 안다.

그때 나는 회사도 못가고 그냥 화장실만 하루종일 왔다갔다하며 이불이 땀에 젖도록 누어만 있었다.


올해 안아프고 넘어가려나 했는데 이렇게 감기에 걸리는구나.

독감이란 말은 없었다. 그리고 주사를 맞으란 말도 없길래 금방 나으려나보다 했다.

약은 오늘 꺼 먹고나면 딱 하루치만 남는다.


내일 회사에 가려면 나아야만 한다.

나도 남편도 걱정이다.


남편은 20일(화)에 이미 연차를 써둔 상태다.

그날은 우리의 2주년 결혼기념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무 연차를 내지 않았으나,

이대로라면 이번주 수요일에 쉬어야하지 않을까 싶다.


병원에 가기위해 힘겹게 옷을 입고 채비를 하는 남편에게 나는 한 마디했다.

"우리 연초에 좋은일 있으려나봐. 올해 마지막 액땜한다. 그치?"


꼭 그러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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