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by Minnesota

어제는 밤에 한숨도 못잤다.


퇴사해서 불안해서? 아니다.


안방 침대 매트리스에 오바이트를 하는 바람에 어제는 안방에서 잠을 못잤고 옷방에서 잠을 청했는데 문제는 남편의 코골이 소리 때문에 도통 잠을 잘수가 없었다.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9시~9:30에 오기로 한 청소업체에서 시간에 맞추어 방문하였다.

매트리스 청소를 예약해두었던 것이다. 어제 하고싶었지만 스케줄이 다 차서 예약이 어렵다더라.


2시간 가량 하고나니 다 끝났다.

청소업체 아저씨 1분이 나한테 오늘은 휴가신가봐요 물어보시길래, 아 저 어제 사직서 썼어요.

라고 하니 축하한다고 하셨다.


알고보니 그분도 해양수산부 산하 정부출연기관에 다녔던 분이라고 하더라.

공기업의 조직문화는 어딜가나 비슷하기에 그분이 설명하는 분위기는 대략 내가 다녔던 곳들과 유사했다.


매트리스 상태가 안좋으니 바꾸는게 좋다길래,

당장은 수입이 1/2로 줄어서 어떻게될지 모르겠네요 허허 하고 웃었다.


중요한건 지금 나는 기분이 가뿐하다.

침대 매트리스와 그 밑에 쌓여있던 먼지가 18만원을 주고 사라졌다.

내 인생에 쌓여있던 먼지가 떨어져 나간 것 같달까.


지금 나는 내 집의 데스크탑으로 편안하게 노래를 들으며 이 글을 쓰고 있다.

고구마와 방울토마토를 먹었다.


이상한게 어제도 오늘도 나는 딱히 자극적인 음식이 안 땡긴다.

회사를 안 가니 스트레스가 줄고 그래서 별로 자극적인 음식이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


몸무게가 지금 많이 불어난 상태여서 나는 극단적으로 식사를 제한하고 억지로 운동을 하진 않겠지만

의식적으로 건강하게 먹고 좀 더 활동할 예정이다.


퇴사를 하자마자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샘솟는다.

갈수록 쪼이고 터질것 같은 원피스와 치마에 억지로 몸을 끼워맞추고 회사에 안가도 되서 그런 것 같다.


출근길 내 모습에 속이 많이 상한지 오래였다.

이게 내 모습이 아닌데, 이렇게 살고 싶지 않은데.

이젠 그렇게 안 살아도 된다. 내 의지대로 살면 된다.


구속과 속박은 없다.


물론 일정 시간이 흘러 다시 구직 활동을 하고 어딘가에 또 붙어서 소속감을 느끼며 살 수야 있겠지만.


청소업체 아저씨가 그래서 다시 공기업 쪽으로 가실건가요? 라고 물었을때

나도 잘 모르겠어서 선뜻 대답을 못했다. 잘 모르겠다 정말로.


슬슬 친구나 지인에게 내 퇴사 소식을 알렸다.


잘 되어가고 있단 생각이 강하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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