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오늘의 할 일이 모두 끝났다.
본래는 마사지만 받고 오는 일정이었으나, 눈썹왁싱이 필요해보여서 4시에 예약해두었다.
어차피 평일에 해도 회사 퇴근 후 가야하기 때문에 힘든건 비슷해보였다.
내 눈썹 왁싱을 해주시는 분은 자녀가 2인듯 하다. 아이들을 낳아 기르면서 아이들에게서 배우는 것들이 참 많고 인격 함양에도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하셨다. 신선한 이야기였다. 보통은 다들 내 아이가 너무 이쁘다 이런 이야기만 하는데, 이 분은 그런게 아니라 아이를 키우면서 본인 스스로도 발전해 나갈 수 있었다고 했다.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사실 나는 평일 내내 회사사람들과 소통하는데 내 모든 사회력을 소진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오전에 마사지 받고 한참을 또 상담을 했기에 더 지쳐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내 남동생, 그러니까 내 부모님의 2번째 자녀때문에 애를 더 안 낳고 싶단 생각을 많이 한다. 내 남동생은 나와는 전혀 다른 경로로 살아가고 있다. 시험 준비를 한다고 건너 들었는데 도대체 어떤 시험인지도 잘 모른다. 이미 정년퇴직하신 아버지는 수입도 없는데 아직도 그 친구의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엄마조차도 이젠 그 아이와 함께 사는것에 대해 지칠대로 지친 모양이다.
나는 퇴근길에 힘들어서 전화를 걸면 보통은 그 아이의 이야기가 나온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들을 수 밖에 없다. 듣고나면 언제까지 저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내가 들어야할까 싶다. 그리고 결국 오늘 나는 엄마에게 나한테 그 아이에 대한 얘기를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듣고나면 나도 기분이 무겁고 불쾌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부모 맘같이 크지 못한 자녀는 나중까지도 부모의 발목을 붙잡기 마련이다.
나도 만 31세이자 결혼한지 3년차기에 자녀에 대한 생각은 자주 한다. 그런데도 내 남동생, 그리고 주변에서 들리는 자녀 양육의 힘듦에 대한 이야기로 인해 아직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근래에는 회사에서 자주 생각한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할지.
답은 안 나온다. 이곳저곳 아는 사람에게 물어봐도 답은 없다.
그냥 회사생활만 하면서 평생을 보내야할까?
회사사람들은 골프를 추천하기도 하고, 이미 친한 몇몇과는 테니스 동호회를 꾸리기로 되어 있다.
근데 그런 것들이 내 인생의 공허함을 채워주진 못할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요새는 회사 끝나고 일주일에 1~2회는 밖에서 술을 마신다. 고주망태 정도로 마시진 않는다.
남편은 새 회사 들어가더니 거기가 그렇게 좋냐며 이러다가 바람나는게 아니냐고까지 하더라.
그렇다기보단, 이전 회사 대비 이곳 회사 사람들이 나와 좀 더 맞는 것 같고 나도 인생을 좀 즐기고싶어서 그런 것이리라.
지난 3년간, 나는 결혼준비, 회사생활, 대학원 생활로 인해 맘 놓고 즐길새가 없었다.
작년 바로 이맘때 나는 한창 논문심사를 준비중이었다. 많이 지쳐있었다.
논문만 통과되면 놀아야지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회사에서 인사발령이 나서 사업팀에 가게되었고 놀기에는 삶이 더 고단해졌다.
그래서 지금 노는 것이다. 그리고 이전 대비 편안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알 수 없는 '결핍'을 느낀다.
무언가 채워지지 않은 공간이 자꾸만 느껴진다.
그걸 뭘로 채워야할지 모르겠다.
자꾸만 욕심만 커진다.
지난주에도 갔던 수국사에 다시 가야겠다. 내일은.
수국사에 가서 부처님을 향해 빌고 마음을 비워야겠다.
사는 것이 참 쉽지가 않다. 나이를 먹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