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tilda Jul 12. 2023

불안한 삶

언제나 불안하다. 일을 해도 불안하고 안 해도 불안하다.

a라는 회사를 다녀도 불안, b라는 회사를 다녀도 불안.


지금 내 나이가 될 때쯤에는 모든게 좀 쉬워질 줄 알았다.

그런데 그렇게 쉽게 풀리는게 인생이 아닌가보다.


몇 번의 이직끝에 대리를 달았지만 이 조직에도 셀수없이 많은 불안감의 요소들이 존재한다.

하루종일 신경을 곤두선채 해야할 일을 마무리짓고 집에 오는 길엔 사실 그 어떤 것에도 좀처럼 집중을 하지 못하는 탈진 상태가 되곤 한다.


지금의 나는, 물론 24살때 인턴을 할때보다야 사회생활을 곧잘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그 사회생활이란게 애를 써서 하는 것이기에 에너지가 크게 쓰인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이미 꾸벅꾸벅 졸리다. 아직 7시도 안됐는데, 커피를 3잔이나 마셨는데도.


오늘은 내가 제일 힘들어하는 수요일이다.

8시에 출근을 해서 고민을 하다가 스벅에 가기로 했다.

주말에 마셨던 조합 그대로 시켰다. 아이스 커피 + 헤이즐넛 시럽 2번 추가.

맛이 괜찮았다. 그러나 예상치못한 10시 회의 소집과 함께 커피를 여유롭게 즐길새도 없이 하루가 흘러버렸다. 오후는 특히나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흘렀다.


5시 15분에 퇴근을 하면 집에 6시에 도착을 하고 샤워를 하고 시켜둔 햄버거를 먹고 브런치에 일기를 쓴다.

내가 그나마 유일하게 사회인이 되어 유지하고 있는 취미 중 하나가 브런치에 글쓰기이다.

이 글은 일기와 흡사한 그저 잡문 형태의 수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겐 소장 가치가 큰 글이다.

내 인생을 이렇게라도 기록하지 않으면 그 누가 기억해줄까.


내일 나는 오랜만에 수면내시경을 한다. 건강검진의 일환인데 조금 두렵다.

왜이렇게 졸릴까? 항상 불안감을 마주하고 살다보니 에너지가 금방 소진되서일까.

잠은 자도 자도 부족한 느낌이다.


이번주 요 며칠은 새벽에 깨서 2~3시간을 뜬눈으로 지낸다.

어젯밤에도 3시에 깨서 5시까지 잠들지못하고 깨있다가 어정쩡하게 다시 잠든 후 겨우 일어났다.

그러다보니 지금도 무지막지하게 졸리기만 하다.


불안의 서라는 책을 갖고있었다. 지금은 알라딘에 중고서적으로 팔아버린 상태다.

페르난두 페소아 라는 작가가 쓴 책인데 읽다보면 불안에 대한 엄청난 고찰을 했던 사람임을 깨닫게 된다.

나라는 사람도 한평생 불안을 짊어지고 가는 사람인데 작가또한 나 못지않다.

내용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불안에 대해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분석을 했던 내용이다.


내 삶은 누군가의 눈엔 안정적이기 그지없지만

여전히 나는 하루하루 눈을 뜨는 순간 반자동적으로 불안과 마주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