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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ilda Sep 23. 2023

무제

내 아까운 토요일이 벌써 오후 네시를 향해 흐르고 있다. 오늘은 9시경에 눈을 떴고 맨날 가는 집 주변 까페말고 맥날 가고 싶어서, 11시 피부 마사지 예약인데 9:30경 밖으로 나갔다.


아이스크림 라떼와 아이스 커피를 사서 가는 도중에 금방 둘다 화장실이 급해서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빠졌다. 수산대축제란 것을 한단다. 축제 준비로 한창이다. 남편을 기다리면서 주변을 둘러보다 딱 한군데 커피 파는 곳이 있길래 갔다. 처음보는 광경. 수산시장에서 일하는 아저씨들이 바글바글하고 아무리봐도 그들 대부분은 이 카페 단골인듯 하다. 누가봐도 덩그러니 서있는 나는 그냥 우연히 온 손님일 뿐이었다. 아아 한 잔이 좀 너무 늦게 나왔지만 그래도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그렇게 11:15에야 강남에 도착했고 마사지를 받았다. 물방울 리프팅이란 것을 처음 받았는데 사실 난 큰 변화를 못 느끼겠었고 열심히 영업하는 분께 나는 더 이상 멤버쉽 연장을 할 의사가 없음을 간곡히 설명했다. 집에서 너무 멀다는게 주요 사유였다.


하여간 아침부터 커피만 미신터라 바로 앞에 명동칼국수집에 가서 만두에 칼국수를 와구와구 먹고 제로콜라를 사서 홈플러스로 갔다. 지금 거의 4주 연속으로 행하고 있는 토요일 루틴이다.


장을 보고 집에 와서 남편은 쉬다가 헬스장에 갔다. 나는 아무리 둘러봐도 볼만한 영화가 딱히 없어서 지루해하고 있다. 그렇다고 나가자니 너무 나기기가 싫다. 방금 사온 캔맥주를 한시간째 천천히 들이킨다.


하나도 못 쉬었는데 벌써 네시가 다되어 가서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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