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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ilda Sep 28. 2023

목표의 부재

요샌 목표가 없이 살아나간다. 아마 몇 달 전, 몇 주 전에도 이와 비슷한 글을 쓴듯하다.

회사 점심 때 밥을 같이 먹은 여자 주임에게 이런 이야길 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해도 난 항상 단기 목표를 중심으로 살아갔다고.

살을 빼도 그냥 빼는게 아니라 바프를 찍을 목적으로 빼고, 대학원 졸업을 목표로 살고, 논문을 언제 어느정도까지 마치겠단 목표를 중심으로 살아나갔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없이 산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 분은 촌철살인급 한 마디를 했다. "목표 없이 산다는게 어쩌면 제일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증거 아닐까요?" 맞다. 나보다 어린 친군데 참 성숙하구나 싶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한국인은 너무 열심히 살아요." 그말도 맞다.


요새는 일이 있으면 일을 하고 일이 없으면 멍때린다. 집에 와서 배고프면 밥을 시켜먹든 만들어먹든 한다.

밖에 나갈 일이 있음 나가고 아니면 집에서 쉰다. 그냥 그렇게 흐르는 삶이다.

무언가 나를 push할만한 목표가 있으면 싶기도 하지만, 나에게 남아있는 것이라곤 출산과 육아 밖에 없어보인다. 결혼 3년차의 직장인에게 말할 것이라곤 임신 계획뿐일까?


석사를 했지만 바로 박사를 가지 않은 것도 경제력, 시간 등의 다양한 이유 때문이었고 여전히 그 문제는 잔존하기 때문에, 그 부분도 여전히 작년과 동일하게 멈춰있다.


오늘만큼은 연휴의 첫 날이라 마음껏 '내 맘대로 하기'를 누리고 있다.

남편과 쇼핑을 나가려다가, 굳이 밖에 나갈 필요가 있을까 싶어 혼자 다녀오라고 했다.

그러고선 영화를 틀어놓고 집에 남아있다. 며칠 동안은 지하철을 안 타도 된다.

남편이랑 먹을 계란감자 샌드위치를 만들 참이다.


그리고 요새 너무 습관적으로 장을 보는 것 같아 다음주 수요일까지는 장 보기를 멈추려고 한다.

최대한 만들어 먹고 쿠팡이나 이마트를 통해 불필요하게 많은 것을 사는 행동 자체를 좀 줄이려고 한다.

요새는 요리가 재밌기도 하다. 그나마 능동적으로 무언가 하는 행위랄까. 

특별히 문제는 없다. 그렇다고 엄청난 만족감도 없다. 그냥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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