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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ilda Oct 24. 2023

 D-3

오늘을 겨우 마감했다. 퇴사 통보 후 오늘을 보냈다.

아침에 가자마자 같은 부서 대리가 얘기하자길래 이야기했고 일을 잘 마무리하기로 얘기는 좋게 끝났다. 그런데 점심 먹고 오후에 갑자기 날이 서서 나에게 감정적으로 소리를 지르며 얘기하길래, 이건 또 뭔가 싶었고 나는 똑같이 대응할 필요도, 생각도 없었다. 인사담당자와 부서장에게 이야기했다. 나는 당장 퇴사해도 사실 큰 문제가 없으며 왜 저런 감정적인 소리를 들어야하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아침에 분명 잘 얘기하고 끝났는데 혼자서 화를 내며 본인이 다 하겠다길래 줘버리니, 또 혼자 분을 못 삭이고 나에게 난리다. 내일, 내일모레 이틀을 더 가야한다. 정말 힘들다.


어제 잠을 자긴 했으나 사실 2시간마다 깼던것 같다. 아예 못 잔건 아니니까 다행이라고 해야겠지. 오늘은 모든 커피를 디카페인으로 먹었다. 점심엔 다른 부서 여자 주임이랑 슬로우캘리에 갔다가 스벅에 갔다. 그리고 오후에 그 여자대리가 난리를 치고 얼마 안되서 동기랑 같이 밖에 나가서 콜라를 한 잔 했다. 제로 콜라를 마시면서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왔다. 돌아와보니 그 동기에게 메세지가 와있었다. 내일 저녁 먹자고. 그래서 알겠다고 했다. 술을 먹게될지 밥만 먹을지 모를 일이다.


나는 사실 항상 회사를 도망치듯 퇴사했다. 아 물론 올해 3월에 다녔던 곳은 좋게 나왔다. 근데 그 곳은 1달만 다녔던 거라 논외로 해도 될 듯 하다. 이번엔 그래도 잘 마무리 지어보려고 노력 중이다. 그래도 사이 좋게 지낸 사람들도 있었던 거니깐. 좋게 좋게 하려고 참 무던히도 열심히 노력중이다. 왜이렇게 사는게 힘들까?


나 보고 이 회사에 오기 싫었냐고 묻길래, 나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사실 나는 이 회사에 대한 열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냥 공고가 보여서 썼을 뿐이고 합격해서 온거다. 나는 모든 직장을 그렇게 다니고 퇴사했다. 남들은 열과 성을 다해서 준비를 하여 어떤 기업에 붙고 다니더라. 나는 그래본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애석한 일이다. 그래서 이렇게 잘 때려치는 걸까.


솔직히 얼른 남은 이틀이 흘렀으면 좋겠다. 다음주 월요일 오후에 임원 인사로 인해 잠깐 회사에 들리긴 하겠지만 그건 그거니깐. 일요일에 술먹고 혼자 화가나서 거의 자해에 가까운 상처를 냈다. 고작 멍 자국이라고하면 할 말은 없다만 그래도 시퍼렇고 시퍼렇다. 왼쪽 손목에 멍이 들어있다.


나는 왜이렇게 회사가 힘들까. 왜 회사를 계속 다녀야할까. 이렇게나 많은 회사를 다녔는데 맞는 곳이 없다면 그냥 조직 생활이 안맞는거 아닐까. 언제까지 해야할까. 죽을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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