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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ilda Oct 29. 2023

무제

제대로 된 백수 생활은 내일부터 시작이다. 실제로 지난주 금요일까지의 월급을 받았고, 그날이 퇴사일이기 때문이다. 금요일엔 생리와 함께 여러모로 컨디션이 최악이었다. 토요일도 컨디션은 저조했지만 원래 예약해둔 피부마사지를 받으러 갔다가 오후 세시에 명동예술극장에 연극을 보러갔다. 모든 일정은 내가 퇴사할것을 모르고 한 달 전에 미리 짜둔 일정이었다. 오랜만에 가본 명동 거리는 외국인으로 한 가득이었다. 연극은 오랜만에 봤는데 좀 난해했다. 남편이 내 화장한 얼굴을 엄청 좋아라 했다. 당일 피부관리를 받아서 그런가 내눈에도 얼굴에서 광이 반짝반짝 나는 것처럼 보였다.


일요일이 되니 컨디션 난조가 좀 사라져서 푹 자고 일어나 점심으로 감자계란 샌드위치를 해서 남편이랑 맛있게 먹었다. 감자 한개, 계란 3개, 마요네즈, 후추만 있으면 속재료 완성이다.


우리는 오랜만에 샛강 산책을 다녀왔는데 아무래도 10월 주말 내내 다투고, 컨디션이 좋지 않아 주말 산책을 못했던터라 오늘은 만보도 못채우고 집에 겨우왔다.


내일부턴 이 집에 또 나 혼자 남아 살아나갈 것이다. 솔직히 남편 없이 혼자 있는게 마냥 좋진 않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누구 하나라도 돈을 벌어야지. 우리는 많이 먹는 사람들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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