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tilda Nov 05. 2023

무제

미루고 미루다 오늘 눈을 뜨고 일어났을때 좀 빠진 것 같단 생각에 몸무게를 쟀다.

아니나 다를까 남편 말대로 난 10월 한달간 폭식으로 인해 많이 쪄있던 것 같다.

어제는 샐러드 1끼, 일반식 1끼(밥은 적게) 먹고 간식으로 친구가 준 초콜릿 한개를 먹었다.

배가 고파서 인지 만보 걷기도 하고 밖에 나갔다 오기도 했는데 어제 밤은 거의 잠을 못잤다.

몸무게는 달력 오늘 날짜 위에 기재해두었다. 


오늘은 비가 오는 날이다. 밤에 벼래별 꿈을 다 꾼듯 하다. 그 중에 기억에 남는건 뱀 두마리를 보고 무서워하던 나. 원래 오늘은 드라이브도 가고 수산시장가서 회도 떠오려고 했는데 어떻게 하루를 보내야할까.

남편이 머리 자르기 전에 나에게 뭐 사오냐고 묻길래 잠이 덜 깨서 생각해보겠다고 말했고 스벅에서 사이렌오더를 시킬까 하다가 그냥 집에 있는 원두로 핸드드립을 내렸다. 맛은 싱글오리진 원두인 집에 있는 커피가 더 낫겠단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내년 4월 이사를 가야한다. 이번주에 집주인에게도 그렇게 말을 해두었기에 준비를 해야하는데 아직 어디로 갈지 아무것도 정해진게 없다. 막막하다. 내 자신의 인생도 막막하고 우리의 인생도 막막하다. 달력에는 아기를 원하는 남편이 말해준 배란일도 표시가 되어 있지만 잠정 보류 상태다. 왜냐면 내가 수입이 끊겼고 솔직히 나는 아기를 원하지 않고 있다. 정말로 출산과 육아를 감당하고 싶지 않다.


아직도 모기가 많다. 하루에 대여섯마리를 남편이 잡는다. 나도 가끔 잡는다. 전기 채가 있기 때문에 그걸 휘두르면 보통 죽는다. 남편이 머리자르고 와서는 할아버지됐다고 울상이다. 흰머리가 워낙 많아서 머리 자르고 오면 항상 저 소리다. 내가 집에서 염색을 해준다. 일단 이 글을 마저 써야하니까 조용히하고 있으라고 했지만 계속 말을 건다. 핸드드립 커피를 한잔 내어주었다. 이 커피를 마시고 나니 저가 커피 브랜드에서 커피를 먹으면 너무 맛이 충격적이라고 한다. 저가커피는 살려고 마시는 커피라면 지금 마시는 핸드드립 커피는 커피를 즐기기 위해 마시는 커피랄까. 나도 회사를 안나가면서 저가 커피를 뚝끊고 나니 이제 다시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


이전 회사 다닐땐 스벅 리저브 매장에서 주2회 정돈 싱글 오리진 커피를 마셨던 기억이다. 그땐 같은 팀 분이 자주 사주셔서 마실 수 있던 기억. 1잔에 6000원이 기본이었으니까. 지금은 물가 상승에 1잔 당 8000원 기본인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이번 회사 다닐땐 내 돈 주고 딱 한번 사마셔봤다. 커피를 안 마시면 살이 더 잘 빠진다는 많은 다이어트 영상을 봤지만 커피마저 끊어버리긴 곤란하다. 


우리나라는 비가 너무 자주 온다. 비가 오면 습기가 가득하고 기분이 다운되고 내 묘기증 증상이 더 거세진다. 이미 내 팔뚝엔 내가 긁은 자국이 고스라니 벌겋게 올라와있다. 한 동안 저 상태로 그대로 상처처럼 나타나 있다. 


오랜만에 바흐 바이올린 플레이리스트를 틀었는데 좋다. 요샌 재즈 위주로만 들었는데 클래식이 주는 특별한 감성이 있다. 클래식 음악 공연을 했던게 바로 올해 1월까지였는데, 생각해보면 인생은 참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흐를지 정말 모를 일이다. 


오늘은 잠을 잘 잤음 싶다.


https://www.youtube.com/watch?v=_ioc6sdgugo






작가의 이전글 무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