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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ilda Nov 22. 2023

게으름뱅이의 생활

두통이 심하다. 속도 별로 안좋다. 어제는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이리저리 쏘다니고 먹고싶은것을 한번에 다 먹었다. 물론 술은 안 먹었다. 한번 끊고나니 전혀 생각이 안난다.


평소보다 늦게 눈을 떠서 원래 커피를 마시던 시간 때에 못마셔서 두통이 이리도 심한걸까.

잘 모르겠다. 어제 너무 정크푸드를 많이 먹어서 토마토 두개에 샐러리를 넣어서 갈아 마셨다.

코코넛 밀크 커피가 마시고싶어서 주문해서 마셨다. 역시 맛있다.


월요일에 갑작스럽게 합격 통보를 받고 오히려 불안했다. 화요일이 되니 좀 더 편안해지고 지금 상황을 수용하게 됐달까. 남편도 왜이렇게 편안해보이냐고 하더라. 솔직히 그렇게 결과가 일찍 나올줄도 몰랐고 될거라는 기대도 없었고 떨어질거란 예감도 없었다. 거의 무에 가까운 상태였달까. 그러다보니 갑자기 합격했다고 해서 오히려 불안감이 가중됐던것 같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5주 전에 받은 네일이 거슬린지 꽤 됐다. 절대 손톱이 길어도 자르면 안된다고 했지만 난 손톱 긴것을 못참는 성격이라 이미 한번 잘라냈다. 그래서 손톱이 삐뚤빼뚤 못생긴 상태였는데 이제 합격도 했고 할일도 없어서 집 근처 새로 생긴 네일샵이 있다길래 13:30에 예약하고 방문하여 새로 젤네일을 받았다.


주소만 봤을땐 몰랐는데 내가 2달 전까지 멤버십 걸어뒀던 네일샵 가게였다. 물론 그때 해주던 분은 폐업했으니 나가셨고 새로운 분이 벌써 들어와서 네일샵을 오픈한 것이었다. 이 동네에 수많은 네일샵이 다 장사가 잘되는 것을 보면 여자들 대부분은 네일을 하긴 하는 듯 하다. 나는 4주에 한번꼴로 꼬박꼬박 하진 않지만 기분전환이 필요할때면 한번씩 하는 타입이다. 이번에도 기분전환은 확실히 됐다. 첫방문 20% 할인 받아서 총 4만원을 내고 왔다.


어제는 2만보 조금 못되게 걸어서 집에오자마자 너무 배고파서 피자도 먹고 계속 누워만 있었다.

남편은 치킨이 먹고 싶다길래 시켜 먹었다. 오늘부턴 다시 냉장고에 있는 것으로 먹을 생각이다.

원래 오늘 아침에 기차를 타고 대구로 떠날까 했었다. 가서 만날 사람이 1명 정돈 있다.

내가 대학 초년생 때 그러니까 내가 21살 정도였을때 대외활동하며 만났던 오빠다.

연락이 끊겼다 다시 연결됐다 하면서 이어지는 특이한 관계이다.


그런데 기차표값이 너무 비쌌다. 올때만 ktx를 타더라도 도합 7만원 정도가 표값에 든다. 너무 비싸서 생각을 바꿔 표를 반환했다. 여기에도 널린 까페를 대구에서 가기 위해 교통비만 그 정도 쓴다는게 사실 납득이 안됐달까. 이제 술도 안 마셔서 그 오빠를 만나도 할게 까페가는것 밖엔 없다.


확실히 코코넛 밀크 커피를 다 마시고나니 두통이 확 줄었다. 역시 카페인 중독인가보다.

요샌 눈을 뜨자마자 집에서 한기가 느껴진다. 오늘은 뭘하면서 시간을 보내야할까.

게으름뱅이의 하루하루다.


어디 붙고 2주 정도의 여유를 오롯이 가지는 일도 거의 없던 일이다.

대부분의 회사가 붙었으니 곧장 출근하라고 했던것 같다. 곧장까진 아니어도 1주일? 정도의 여유만 갖고 출근을 바로 했던 듯 하다.


여행을 가볼까 생각도 했지만 글쎄 굳이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짐을 챙겨 공항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가서 그 수많은 절차를 거쳐 비행기를 타고 가서 호텔에 자리 잡고 하는 이 모든 잡다한 과정이 지친달까. 이미 너무 많이 해본 절차다. 일본 정도야 충분히 갈 수 있지만 안 가본 도쿄를 가자니 굳이? 서울이나 도쿄나 싶고. 그렇다고 가본 오사카, 후쿠오카, 오키나와를 다시 가자니 또 그걸 굳이 다시 가야할까 싶어서.


대만이나 다른 나라를 가도되긴 하지만 그건 더더욱 안 끌린다. 별로 날씨가 나랑 안맞을 것 같아서.

그래서 그냥 스테이하기로 결정했다. 다소 지루하긴 하지만 여기서 이렇게 게으름뱅이 생활 하는것도 아마 12.1.부턴 다시 그리워질테니.


지금은 남편 암보험 가입을 알아보는 중이다. 뜬금없이 왠 암보험이냐고 한다면, 유튜브에서 우연히 본 사람의 가족은 아버지, 어머니, 형 모두 암에 걸렸던 내력이 있어 채널 주인 본인도 항상 두려워하며 몸을 관리한다고 한다. 남편 아버지가 폐암에 걸렸던 전적이 있고 이상하게 유튜브에서 남편이 암에 걸려 죽은 사람을 자주 본터라 무서워진지 꽤 됐다. 정작 남편은 별생각도 없어보인다. 항상 본인이 나보다 먼저 죽을거라고 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남겨질 나에 대해 전혀 생각조차 없는 듯하다.

그래서 시간이 남아도는 지금 이 시점에 가입을 할 생각이다.


나도 같이 할까하다가 방금 빠져나간 내 실손보험 금액을 보고 굳이 지금 내 암보험까지 할 필욘 없겠다 싶다.

물론 일찍 가입할수록 가입비가 싸진다고는 하지만 말이다.


몇주전부터 프렌즈를 다시 보고 있다. 겨울에 참 잘 어울리는 프렌즈.

이상하게 프렌즈는 등장인물이 반팔을 입고 있어도 겨울 배경만 머리에 남는 미드다.

심지어 지금 보고 있는 에피소드 챈들러는 산타 복장을 하고 로스의 아들 밴에게 하누카의 기원을 알려주는 내용이 나온다. 


게으름뱅이의 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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