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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ilda Dec 17. 2023

인간관계

나는 인간관계가 거의 없다시피 매우 좁은 사람이다.

어쩌다 직장 생활 하면서 친해진 사람이 1명 정도 생기더라도 그 직장을 퇴사하면 자연스레 그 사람과도 연이 끊어졌다. 그 사람이 끊는 일은 없다. 보통 내 쪽에서 끊어낸다.


그래서 그런지 마음을 터놓고 전화할 사람은 나이 들수록 더욱 손에 꼽는다.


그 중 하나가 지금 이 글에서 이야기할 사람 A다.


A는 아마도 나보다 3살 위일 것이다. 내가 25살 첫 직장(인턴 빼고)을 다닐 때 알게 된 사람이다.

난 정규직이었고 A는 인턴이었다. A가 인턴 마지막 날에 나에게 책을 선물해준 기억이 난다.

나는 그때도 그 사람에게 힘듬을 많이 토로했던 것 같다. 직장 또는 연애로 인한 고통을 이야기했다.


그 후에도 간혹 끊어지는 시기가 있었다 할지라도 다시 연락이 어느새 닿았다.

나는 그 사람 결혼에 축의금을 보냈고 그 사람도 나에게 축의금을 줬다.

그렇게 이어져 오는 관계일지라도 불편함은 존재하나보다.


근래 전화를 하면서 몇번 마음에 걸리는 멘트를 했었다. 내가 아니라 A가.

나는 크게 기분 나쁨을 내색하지 않았다. 당시에 바로 화가 나지 않아서기도 했고 굳이 짚고 넘어가면 이 사람과도 안녕일 것 같단 생각이 잠재적으로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 며칠 새, 터질게 터져버렸다.

가장 최근 통화에서 그 사람은 나에게 커리어 관련 질문을 했고 내 딴에는 솔직하고 성심성의껏 대답을 했다.


나에겐 굉장히 의문점이 많은 질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최선을 다해 답변했다는 점에 주목을 해야한다.


그와 반대로 A는 내가 그에게 질문을 했을 때 본인이 함구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선 좀처럼 대답을 하지 않고 회피했다. 나는 이런 그의 성향에 익숙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눈감고 못 본척 넘어갈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카톡으로 그 동안 내 신경을 거스르는 멘트, 행동, 태도에 대해 줄줄이 이야기했다.

고쳐달란게 아니다. 이러이러한 멘트에 대해 나는 굉장히 불쾌했음을 알렸다.


그는 장문의 카톡을 남겼었고 나는 이를 보고 나만의 장문의 카톡을 남겼다.

아직 1이 남아 있는 내 카톡을 A가 확인하고 대답을 하겠지만, 내 입장에서 이미 A도 삼진아웃이나 다를 바가 없다.


왜냐?


그 동안 모든 관계가 이런식으로 종결이었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만났던 친해진 사람도 이런 식으로 티격태격하다가 내가 퇴사를 하면서 자연스레 관계는 종결됐다.


나는 보통은 3번 정도 참는다. 상대가 무례하게 말을 했거나 예의없는 행동을 했을때 바로 화를 내거나 지적하진 않는다. 왜냐하면 사람은 로봇이 아니기에 실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그런데 3번을 넘어가면 더 이상은 못 넘어가고 이렇게 오늘처럼 상대에게 모든 것을 일목요연하게 뱉어낸다.


물론 이 마지막 과정을 패스하고 관계를 종료한 적도 있긴 하다.

그렇게 끝맺은 관계는 마지막 과정 조차 밟을 필요가 없을 정도의 관계였을 것이다.


역시 인간관계라는 것은 심오하고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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