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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ilda Dec 19. 2023

울적한 날

노트북을 켜기도 귀찮아서 핸드폰으로 글을 쓴다.

오늘은 조기퇴근을 해서, 여유롭게 아아 하나 테이크아웃해서 광화문역까지 걸어가서 퇴근했다.


지하철을 안 갈아타니 훨씬 편하다는 사실을 한번 더 깨달았다. 내일은 템플스테이다. 회사에서 2박3일로 템플스테이를 교육 차 보낸다.


조기퇴근을 했으니 짐을 제대로 싸야하는데 기분이 멜랑꼴리하다. 사온 맥주를 들이키기까지 꽤 오래걸렸다. 잔에 따라놓은 맥주를 조금씩 들이킨다.


눈이 펑펑 내려서 맞으면서 귀가했다.


어제 기다리던 결과가 나왔고, 탈락이다.

30분간 아쉬웠다만 곧 잊어냈다.

올해로서 마지막 지원이었다.

또 어딘갈 지원할 수 있겠다만 이제 서류 발표도 1월 경에나 날듯 싶다.


새 회사에선 아직도 발령을 못받아 내 팀이 어딘지 그저 예상만 하는 중이다. 오늘 교육 종료 후 전원에게 희망 부서를 묻더라. 모두가 원하는 부서를 이야기한다. 누군가는 심지어 3순위까지 이야기했다.


나는 입을 꾹 닫고 나를 지나치기를 기다렸다.

나를 부르길래 마지못해 배정받는 곳에 가겠다라는 대답을 했다. 어차피 갈곳이 어느정도 정해져 있단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보통 조직은 개인의 희망사항을 들어주지 않는다. 그리고 난 이미 어느정도 갈 것으로 예상되는 팀을 선호하고 있고 나머진 큰 관심이 없는터라 할 말이 없었다.


아무래도 나는 회사에 대해 크게 뭘 기대할 여력이 남지 않은 듯 하다. 특히 올해 많이 지쳤기도 하다. 뭘 기대하면 실망이 컸다. 언제나.


눈내린단 남편의 카톡에,

눈 내린김에 눈사태나서 절에서 죽고싶다고 답했다.

진심이다.


뭘 이렇게 주구장창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참고로 난 우울증 환자가 아니다.

그냥 언제나, 뭘 이렇게 아등바등 살아야하는지 모르겠는 평범한 사람일뿐이다.


사는게 지겹다.


동기들끼리 모여 하하호호 하는 이야기가 재미가 없고, 회사에서 받은 돈으로 먹는 쑥 비엔나 커피에도 감흥이 없다. 그러나 와- 하면서 좋아해야한다. 그래야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고 이상한 사람이 안 되기 때문이다.


배가 터질 것 같다.

오늘은 배고플 새가 없었다.


어린왕자가 간혹 생각나는 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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