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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ilda Jan 06. 2024

무료함

대개 내 일상은 매우 무료하다.

모든 직장인이 매한가지 아니겠냐고하면 할말은 없다.

그런데 내 직장 동료, 동기들은 각기 다른 삶을 꾸려나간다.

그들은 아침 일찍 크로스핏을 하고 퇴근 후엔 수영을 가기도 하고 요가를 가기도 한다.

나도 그래보고 싶다만 일만하고 오면 지쳐 쓰러져 잠드는 나날이다.


오늘은 주말이다. 주말엔 특히 더 무료하다.

10시에 조조영화를 보고 왔다. 서울의 봄을 또봤다. 개봉 초기에 보고 거의 1달 가까이 지나서 다시 봤는데 역시 재미 있다. 역동적이랄까. 그러고선 바로 이태원으로 넘어가 명동칼국수를 먹었다.

장을 보러가서 10만원어치 장을 봐왔고 딸기라떼가 먹고싶어서 4900원이란 거금을 들여 사마셨다.


옆집 사람들이 자꾸 공용 구간인 복도에 유모차로 시작해서 본인 집의 쓰레기를 내놓기 시작했다.

나는 남편에게 내가 직접 가서 말하겠다고 열변을 토했으나 남편은 내 성격을 알기에 연초부터 난리 피우지 못하게 본인이 알아서 관리인에게 이야기하겠다고 했다. 집에 나갔다 오니 3시반이 넘었는데 여전히 아침에 본 모습 그대로였다. 쓰레기 수집가인가 싶었다. 그래도 그렇지 왜 남의 집까지 피해를 주는건지.


집에 온지도 벌써 2시간 넘게 흘렀다. 딱히 하는 일이 없으니 괜히 뭘 더 먹기만 한다.

장 보러가서 사온 떡도 먹고 유부초밥도 해먹었다. 다행이 배달을 시키는 불상사만큼은 막아냈다.

너무 졸려서 핸드드립 커피를 또 내려마시는 중이다. 


내일은 점을 보러 간다. 연초에 1번쯤은 봐도 괜찮겠다 싶어서 남편이랑 같이 보러간다.

23년 내내 어쩌다보니 연락까지 주고받게 된 그 여자분께 다시 보러간다.


남편은 새로 산 게임이 그렇게나 재밌나보다. 어제도 휴가여서 꽤나 많이 했을텐데도 지금도 게임만 한다.

나는 게임 자체에 대해 흥미를 느낄 수 없는 사람인지라 이해가 잘 안간다.

내가 외롭다고 하니 애꿎은 햄스터를 방에 갖다 놓는다. 햄스터는 잠만 자서 헛헛함을 채워주긴 어렵다.


이번 햄스터는 다른 애들과 다르게 굉장히 건강하고 아픈 곳이 하나도 없다.

튼튼해서 정말 다행이다. 


매일매일을 일만하면서 보내면 스트레스를 풀 수가 없으니 이렇게 쉬는게 좋겠지만, 좀 많이 무료하긴하다.

애꿎은 카톡만 확인하다가 노트북을 켜본다. 결국 오는 곳은 이곳, 브런치이다.


sns를 아예 안하다보니 이렇게 주말이면 더 무료할지도 모른다.

남의 일상도 안보고 내 일상도 안올리는게 익숙한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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