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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ilda Jan 21. 2024

헤이즐넛 커피

요새 헤이즐넛 커피를 파는 까페를 찾긴 굉장히 힘들다.

사실 요새가 아니라 3-4년전부터 이미 헤이즐넛 원두 커피를 파는 곳을 본 일이 거의 없었다.

20대 후반에 가끔 부모님이 가는 공원 근처 개인 커피숍에서나 마셨던 커피다.

근데 어느순간부터 그곳에서도 더 이상 헤이즐넛 '원두' 커피는 없다고 했고 '시럽'을 넣은 커피는 있다고 했다. 원두와 시럽이 뭔 차이냐 라고 한다면, 자전거와 비행기의 차이라고 보면 된달까.

전혀 다른 커피다. 시럽은 기본적으로 달다. 헤이즐넛 향을 입힌 원두로 커피를 내리면 그냥 그 향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당은 전혀 안 느껴지는 헤이즐넛 향이 나는 블랙커피, 그게 바로 내가 원하는 것이다.


1월 초에 스벅에서 평소처럼 핸드드립용 원두를 구매했는데 평소와는 달리, 아메리카노 무료 쿠폰이 안 오길래 이곳저곳에서 찾아보니 올해부터 정책이 바뀌어 더 이상 원두를 구매해도 무료 쿠폰 따윈 안 준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사실 쿠팡이나 마트에서 원두를 사면 훨씬 싸게 살수 있는데도 스벅에서 샀건만, 더 이상은 스벅에서 살 이유가 없어져 버린 것이다. 한 순간에.


서두가 길었는데, 결론은 그렇게 해서 스벅에서 산 디카페인 원두가 더 떨어져가길래 어제 마트에서 무슨 원두를 사야할까 고민하다가 뜬금없이 '헤이즐넛' 원두가 보이길래 그것을 집어온 것이다.

어제 밤에 심야영화를 보고와서 제로사이다캔을 다 비우기도 전에 잠들어(12시 좀 넘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10시에 눈을 뜬 나는 농구갔다가 돌아온다는 남편이랑 잠깐 통화를 하고 어제 사온 헤이즐넛 커피를 내려 마셨다. 


너무 맛있고 완벽했다. 이상하게 견과류 자체를 그렇게 즐기지 않는 나라는 사람은 헤이즐넛은 유독 좋아한다. 커피로도 초콜렛에 들어간 토핑으로도 헤이즐넛은 완벽하다. 아이스크림에 간혹 등장할때 조차도 아주 좋다.


지금은 제리 사인펠드의 넷플릭스 쇼를 틀어놓았다. 코메디언 동료를 초대하여 슈퍼카(또는 올드카)를 타고 동네 카페에 가서 커피를 셀수 없이 많이 마시면서 웃고 떠드는 쇼인데 아주 마음에 든다.

나는 미국식 농담에 매우 익숙한 편이다. 물론 미국에서 산 기간은 5-6개월이 전부긴 하지만 말이다.

한국 드라마를 안 보기 시작한게 중학교 때였고 나는 줄곧 미국식 드라마, 영화만 파고들었기 때문에 한국식 농담이 뭐가 웃긴지 잘 이해가 안갈때가 많았고 지금도 여전히 미국식이 편하다.


솔직히 제리 사인펠드의 농담을 듣다보면 내가 왜 이 곳 한국에서 여전히 이러고 있을까란 생각이 들때도 있다. 내 모든 마인드는 미국에 맞추어져있어도 경제적인 이유로, 막연한 공포감으로 나는 여전히 한국 서울에 쳐박혀 있는 것이다. 


그래도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


고작 헤이즐넛 커피 한잔에 여기까지 글이 이어지게 된다.

헤이즐넛 커피는 그냥 아메리카노, 핸드드립커피와는 다르다. 약간의 희소성, 과거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그 때의 기억이 묻어난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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