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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ilda Jan 21. 2024

식사 중 대화

남편과 나는 식사 중 대화를 잘 안한다.

평일에 집에 와서 저녁을 먹을때면 서로 찌들대로 찌들어서 앉아서 음식을 우겨넣기 바쁘다.

주말에 외식을 해도 마찬가지다. 평일에 못먹었던 음식을 먹느라 바쁘고 나는 나대로 남편에게 무슨 말이라도 하라고 종용하지만 나 조차 그가 뱉은 몇마디에 큰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어제는 오랜만에 아웃백을 갔다. 아웃백은 파인다이닝 근처에도 못가는 다소 우직한 스타일의 패밀리 레스토랑이 되어 버린지 오래지만 우리에겐 꽤나 정겨운 곳이다.


스테이크와 파스타 하나, 6700원짜리 에이드를 하나 시켜놓고 먹었다.

남편은 마치 하루종일 끼니 한번 못챙긴 사람처럼 걸신들린 듯이 먹었다.

좀 천천히 먹으라고 내가 몇번을 이야기했지만 들리지 않는 듯이 행동했고 무슨 말이라도 하면서 먹자는 말에 겨우 내뱉은 말이 이것이었다. "우리 여행 가게되면 어느 나라에 제일 가고싶니?"


솔직히 말하면 내 대답은 "우리 여행을 어떻게 가. 지금 이러고 사는데." 이것이었다.

아주 로맨틱함과는 담을 쌓은 지극히 현실주의적인 대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탈리아, 그리고 쿠바."


남편은 마치 당장이라도 갈 것처럼, "쿠바를 왜 가. 볼 것도 없는데." 라고 한다.

나는 "어차피 갈 것도 아니잖아. 너는 어디 가고 싶은데?"라고 물었고 남편은 답한다. "미국."

그는 미국에 가서 NBA 경기만 보고 오자고 한다. 

나는 "그럴거면 미국을 왜 가."


남편은 내가 미네소타에 있을 때 남자친구를 만난 것을 알고 있고 이미 수차례 술먹으면 등장하는 그 사람에 대해 익히 들어 알고 있다. 그래서 미네소타 만큼은 절대 안 간다고 한다.


하여간 우리의 대화는 사실 내가 결혼하면 이런 대화를 하면서 살겠지라고 꿈꾸던 그림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도 뭐 어떤가. 우리는 460그람짜리 스테이크를 30분도 안 되서 다 비워낸다. 산더미같이 쌓아올린 파스타를 소스도 남김없이 30분만에 헤치운다. 소화가 안되서 영화보는 내내 장에 까스가 찬다.

현실부부인 것이다. 웃기는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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