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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ilda Feb 07. 2024

걸리적 거리던 것

작년 7월이었다.

여느날처럼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던 기억이다.

02로 시작하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익숙한 번호였고 어디서 전화한건지 생각난 순간 신호음은 끊겼다.

얼마안되서 문자가 왔다. 전 직장 감사팀장이었다.


요약하자면, 내가 쓴 회사 관련 석사학위논문에 대해 법률 검토를 진행했고 내 학교에 심의를 의뢰할 것이며 그 결과는 학교측에서 나에게 통보할 것이란다.


크게 놀라진 않았다. 왜냐하면 이미 23년 3월인가 4월쯤에 그 회사 동료가 귀뜸해준 상태였기 때문이다.


일단 그 문자를 보낸 사람의 연락처를 차단했다.

그 회사와의 악연을 끊어내고 싶었다.


내 논문은 지도교수 포함 대학원 교수들의 심사를 통과한 논문이다.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심사 과정에서 걸러졌을 것이다. 실제로 논문의 큰 부분을 차지하던 내용을 많이 삭제했었다. 향후 논란이 있을거란 교수님의 충고에 따른것이다.


그런 절차가 있었기에 학교에서 내 논문에 대해 재심의 한다고 밝히면, 그건 나뿐만 아니아 내 논문 상단에 제일 먼저 나오는 교수에게 해가 되는 일이다.


그래서 난 잠자코 있었다.

7월 문자 이후 나는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어떠한 연락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오늘, 오전 반차였던 남편이 법무법인 00의 000 변호사로부터 소포가 와있다길래 얼른 내용물을 찍어 보내달라 했다.


결론만 말하자면, 내 논문은 회사 허가 없이 내부자료 또는 대외비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비공개를 요청한단 내용이다. 현재 RISS 등 논문 검색 사이트에서 공개되어 있는 논문으로 누구든 전 회사 이름으로 검색하면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나는 비공개를 해도 하등의 문제가 없다.

마지막 문구가 웃겼는데 ‘내가 자진해서 논문을 비공개로 돌릴시 그 이후 추가적인 법적 절차는 밟지 않겠다’라고 되어있다. 그뜻은 나에게 법적 조치를 가했을라면 이미 충분히 가했을 것이지만 그리 하지 못한 것은 나에게 얻어낼게 없었기 때문이며 승소할 가능성도 적다고 회사 측에서 판단했단 것이다. 결국 그 대단한 전 회사는 나에게 진것이다. 내가 이겼다.


난 사실 7월 문자 통보를 받고 그 누구에게도 해당 내용에 대해 논의하거나 알리지 않았다. 그럴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일이 발생하면 차분하게 대응하면 된다. 벌벌 거리고 발을 동동 구르면 상대가 원하는 걸 줘버리는 것이고 그만큼 승률도 낮아진다.


하여간, 걸리적 거리던 게 하나 해결됐다.

나는 학교에 논문 비공개 절차를 문의했고 비공개 사유서에 지도교수 직인을 찍어 직접 제출하면 된단다.


내일 4시 퇴근이라 직접 교수님께 직인을 받으러 갈 예정이다.


귀찮긴해도, 이렇게하면 그 회사와의 불필요한 관계는 모두 깔끔하게 끝이 나게 되니 더없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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