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 쓰는 글

by Minnesota

오늘은 눈치를 보지 않고 사무실 책상에서 글을 쓸 수 있다.


회사 상사 대부분이 국회에 가 계신 상태이기 때문이다.


국정감사 피감대상이 된 회사를 다니고 있다는 사실.


2014년부터 국회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과 굉장히 인연이 깊다.


2014년 언론사 정치부 인턴기자로 근무하던 시절,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는 채


국정감사 내용 전반을 속기로 작성했고 해당 속기는 모두 실제 기사로 업로드 되었다.


그 후 2015년, 준공공기관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당연히 국정감사 피감대상이 되었고


당시 나는 기획조정팀에 있었기에 국정감사의 여파는 상당했다.


물론 당시에 나는 타 부서에서 전보된지 얼마 되지 않아, 직접 자료를 작성하는 일은 많지 않았으나


다 같이 회사에서 밤을 새는 경우, 당연히 나 또한 남아 있었다.


그리고 2016년 건너뛰고, 2017년.


현 직장은 매년은 아니나 국회의원 임기 4년 중 1번은 국정감사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는 성격을 보유한 직장이다.


그리고 재직 1년 째인 현재, 현 직장 또한 국정감사 피감대상이 되었다.


이번에는 2015년과는 많이 다르다.


실적 담당자로서 매일 요구자료 작성에 시달렸으며, 매일 달라지는 윗 사람의 기준에 따라서 자료를 이리저리 고치다보면 하루가 끝나 있었고 나는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그렇게 1~2달이 흐르고, 오늘 드디어 국정감사일이다.


오늘 나는 3년만에 국회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에 접속하여 다시 국정감사 생중계를 듣고 있다.


어찌어찌하여 나는 국정감사를 피해가기 어려운 회사만 골라 다니고 있는 셈이다.


어찌어찌하여 나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의원들의 요구자료에 시달리며 가을 하늘 올려다볼 여유도 없게 되었다.


2014년의 나는 피폐했다. 인턴기자로서 언론사에서의 삶을 경험해볼 수 있었고, 그 중에서도 원하던 부서였던


정치부에 들어가 단독 인턴으로서 혜택, 소위 말하는 꿀 빠는(경력상에는 보기 좋고, 실제 근무는 그리 빡세지 않은) 자리에 있었으나 나는 6개월간 광화문과 여의도를 오고 가며 날로 피폐해졌다.


그리고 2015년, 요즘같은 때에는 들어가기만 하면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준공공기관에 입사했으나 14년 못지않게, 아니 더더욱 속이 썩어나갔다.


마음 놓고 쉴 수도 없었고 업무에 집중할 수도 없었고 관계에 몰입할 수도 없었던, 그야말로 부유하는 삶이었다.


그리고 2016년을 건너뛰고, 2017년.


그대로인 듯하다. 누군가의 눈에는 대외적으로 보일 때 긍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으며 공공기관과 동등한 혜택(고용 안정성, 9 to 6 근무 등)을 제공하는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행복하지 않다.


매일 출근길, 얼굴을 봐야 하는 상사를 생각할때마다 어떻게 표정관리를 해야 할까 생각한다.


매일 사무실에서는 틈틈이 채용 공고를 둘러보지만, 그 어떤 곳도 그렇게까지(이력서를 작성하고 제출할정도로) 끌리지 않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다시 오후가 되고, 퇴근할 때가 되면 퇴근을 한다.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의 눈에는 징징대는 걸로 보일 수도.


"국감 피감대상 회사만 다닌다는 거, 사실 좋은거 아냐? 나랏돈 받아서 피감대상 된다는 건데. 나랏돈 받으면 안정적이잖아?"


누가 이렇게 묻길래, 그런가? 정말 그런가? 이런 생각을 한다.


나도 잘 모르겠다. 지금이 최선인지. 난 지금 행복해야만 하는 자리에 있는건지.


그렇다면 나는 왜 만족을 못하는건지. 나도 모르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낙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