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힘들었다. 끝내 밤새도록 잠도 못 이뤘다.
너무 더웠다. 그리고 연이틀 술을 마셔서 그 여파도 있었다.
어제는 그냥 맥주를 마셨고 살찔테니 제로로 마셔라는 충고에 따라 제로슈거 한캔에 독일 맥주인데 2.5도 밖에 안하는 자몽맛 맥주를 홀짝였다.
속이 아팠다. 아마도 스트레스와 커피 세잔의 영향일 것이다.
전날 와인 한병도 영향이 있었겠지.
바로 전전날 친정에 가서 이번엔 마치 최고의 회사에 들어간것처럼 했는데, 어제 상사랑 부딪히고 오늘 아침에도 눈떠서도 그가 한 말에 대해 곱씹는다.
잊어버리라고 하고, 가볍게 생각하라곤 하는데, 글쎄다.
나한테 내뱉은 말들이 결코 가볍지가 않은걸?
에어컨을 틀어도 더운 나날인데, 전기세는 너무하다.
녹록지가 않다.
오늘 밤엔 잠을 잘까. 아침에 나올땐 마른 하늘에 벼락이 치고 비가 내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꿋꿋이 버스에 올라탄다.
나는 서서가는데 내가 들고있는 우산에 맺힌 빗방울이 자신에 바지에 닿는게 극도로 싫은듯한 아저씨가 나를 올려다본다. 나도 그냥 쳐다본다. 뭐 어쩌라고? 비가 내려서 우산을 썼고 그럼 그 우산을 버리니?
참. 진짜.
8월이 언제 끝날까. 8월생인데 매해 8월이 힘들다.
올해는 더워서 잠도 못자는 나날이다.
일을 하러 왔는데 일로 갈구든가 왜 괜한 트집을 하는건지.
그렇게 해서 얻는게 뭔가 궁금하다.
나보고 조언해주는 이곳에서 5년넘게 일하신 분의 말에 의하면 그분은 원래 그렇게 사람에게 테스트하고 간파하려 든단다.
다 좋은데, 내로남불 적당히 하셔라 하고싶다.
나는 안되고 자기는 된다라는 말도안되는 이상한 논리로 자꾸 이야기하던데, 내가 이제 한계에 다다라간다.
일이 없어보이면 시키면돼지.
뭘 어쩌라고 나보고.
뭔 얘기를 대체 해야할까. 내가.
한번만 더 내 어조가지고 운운해봐라. 녹음해서. 공론화해야지.
예의만 지키면돼지. 내가 이십대 초중반 신입도 아닌데 삼십대 중반에 어조가 단정적이라느니 이따위 지적을 내가 듣고 있어야되나.
하다하다, 최종에서 나랑 A라는 다른 후보자가 있었고 본인은 A가 경력도 많고 학예사 자격증도 있어서 A를 원했다나. 근데 회장님이 나를 선택했단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거야.
웃기지도 않아서. 진짜.
적당히 좀 해라.
딱 이야기했다.
상무님, 요즘 그런 말씀하시면 공공기관이었으면 진짜 큰일 났어요.
라고.
표정이 변한다.
그리고 내가 속한 팀은 인사 직급 체계가 본인 머리속에 있다고 했고, 잘하면 바로 팀장달고 못하면 대리 쭉하는거지 이 발언에 대해 말나온김에 이야기했다.
난 한평생 살면서 무기계약직, 계약직은 해본적도 없고 그런거면 여기 안썼다고.
그리고 여기 붙기전에 이미 다른데도 붙었었다고.
만년대리 할 줄 알았으면 내가 여기 왔겠냐고.
어조 이야기 백날해야 소용없다.
월급 100, 200만원 더 얹어줘도 어조까지 바꿔가면서 일안한다라고 했다.
어디서 사람을 우습게 봐.
박물관 팀 직급 만든다고 하는데 내가 이야기했다.
그 팀 직급 만들거면 내가 속한 팀도 직급체계 만들라고.
재단이 작아서 어쩌구 저쩌구, 전 대표님도 아무것도 안만들었다는 둥 다 변명만 이야기하드라.
그래서 내가 이야기했다.
재단은 어딜가나 다 작습니다. 큰 규모 재단 없어요.
그래도 어느정도 인사 체계 직급 기준 다 있습니다.
여기는 아무것도 없잖아요?
저도 하다가 맞춰보다가 아니면 나가겠죠?
제일 바쁜 상황에서 갑자기 자기 재택이라고 전화해서 내 어조 운운하고 메신저 몇시에 보낸거 어쩌구저쩌구 별쓰잘데기없는거 이야기해서 나는 사무실이라 사람들 주변에 다 있고, 네네 했더니 왜 네네만 하냐고 해서.
그래서 전화 부스까지 자리 옮겨가서 이야기해드렸다. 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러게 바쁜상황에 중요하지도 않은 이야기하고 그랬네. 이러더라.
별 진짜 미친년이 다 있더라.
내가 가만히 있나 한번 보자.
니랑 일하는거 안불편하냐고?
불편하지. 니가 이렇게 하는데.
내가 아니라 어떤 사람을 갖다놔도 다 불편해할거라고 말해줬다.
상무면 뭐, 내가 니 밑에 빌빌 겨야되니?
정신차려라 이 사람아.
요새 세상이 그렇게 안 돌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