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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by Minnesota Mar 08. 2025

어제 간신히 일주일을 마감했다. 오늘은 학교에 가는 날이다.

8시 넘어 눈을 뜬 것 같고 다행이 이번엔 좀 잠을 잔 것으로 보인다.

어제는 커피를 한잔도 마시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잘 모르겠다.

컨디션도 조금은 올라왔다. 물론 아직 배는 싸르르 아프다. 약을 꼬박꼬박 먹는다.


아무래도 어제간 병원의 의사가 내린 진단대로 나는 노로바이러스에 걸린게 맞는 것 같다.

굴은 일체 안먹고 해산물을 최근 먹지도 않았으나 걸려버렸다.


남편은 어제 밤에 계속 때려치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

하루종일 운전하는 영업직 일을 한지 10년차인데, 새로옮긴 회사에 대한 불만이 쌓일 때로 쌓인 모양이다.

그럴만도 한게 내가 봐도 그 회사는 회사같지도 않은 회사다.


나는 어제 2년전에 혼자 방문하고, 1년전엔 남편과 함께 방문했던 점집 아주머니와 전화로 상담?을 했다.

신점처럼 봐주기 보단 내 인생의 주요 이슈에 대해 물어보면 답변을 하는 방식이었다.

그 분은 철학원도 아니고 신점도 아닌 여러가지가 짬뽕된 상태의 점을 봐주는 듯 하다.


그래도 1시간 가량 털어놓고 5만원이란 거금을 내고 나니 마음이 좀 후련하다.


오늘 아침에 나는 남편에게 내가 배가아파서 시킨 생강레몬청으로 차를 타주었다.

차와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남편은 내 회사가 회사다워 보이고 부럽단다.

각자의 입장에선 한 가지 현상도 달리 보이는 것이기 마련이다.


노트북을 재부팅까지 하고 별짓을 다해도 계속 인터넷이 불안정하다.

이 글을 쓰기 까지 대략 10분을 허비해버렸다. 인터넷 연결이 불안정해서.


양치를 하려고 칫솔을 들고보면 치약이 다 떨어져서 집에 치약이 없다.

청소기를 돌리려고 청소기를 들어 전원을 키면 금방 죽어버린다. 배터리가 없어서.

뭐 이런식이다. 


내 한정된 체력을 기반으로 살아가기 위해선 조금이라도 힘이 있을때, 덜 아플때, 덜 우울할때, 생리 안할때 움직여야만 하는데 그렇게 따지면 정상적인 범주에서 살아나갈 수 있는 나날이 한달에 손을 꼽는다.

인터넷이 안되길래 노트북에 저장된 예전 사진을 봤다.


작년 초에는 대구, 부산, 그리고 기억나지 않는 바닷가 마을 등 1박 정도 여행을 자주 갔었다.

물론 봄까지만 그렇게 다니고 여름, 가을, 겨울은 어느곳도 가지 않았다.

강아지가 생겨서도 있겠지만 여러모로 속 편히 여행다닐 상황이 되지 않았다.


요새는 여행이 가고싶다. 작년에는 그런 생각조차 들지 않았던 것 같다.

요새는 좀 벗어나고 싶다. 나도 호텔 조식 좋아하는데. 나도 예전엔 그런데 가서 사진도 찍고 했었는데.

이런 생각이 머리에 맴돌다가도 냉장고에 붙여놓은 올해의 목표를 보면 다시 마음을 접게 된다.


3월 초부터 생각지도 못한 돈이 깨졌다. 수액맞는데 7만원이 나가고 병원 약값, 진료비 등.

1월에는 화상을 입어서 패드사고 연고사는데 또 몇만원 깨졌다. (십만원까지 갈수도 있다.)

이렇게 예상치도 못한 지출은 계속 생기는데 이 와중에 떡하니 여행까지 가면 내가 과연 냉장고에 붙여놓은 목표를 생각이라도 하면서 살아가는게 맞는가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여행을 가기가 어렵긴 하다.


나는 회사에서 6월초에 제주도에 갈 예정이다. 가능한 5월에 가고싶었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회사 사람들이랑 먼 곳에 간다는 것 자체가 내 과거 경력에서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첫 회사에선 워크숍으로 여수 정도 갔던 기억이 가물가물하게 있다.


나와는 가치관이 전혀 사람과 맞추어서 일을 해나가자니 힘듬이 많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계속 발생하는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의견을 어느정도는 개진하고 있고, 

남편 말로는 니가 그렇게 딴지를 거는데 가만히 있으면 상사가 나쁜 인간은 아니라고 한다.


내가 다니는 4개월간 병원만 4차례 가게 한 사람인데 나쁜 인간이 아닐까? 


결국 나는 올해의 목표 중 하나인 '이직 없이 이 회사에서 1년 만근'을 채울까?

채우고 싶다. 더 이상 이직이 없길 바란다.

올라오는 공고를 봐도 더 이상 쓰고 싶은 곳도 없다.

돈도 적고 딱봐도 그림이 나온다.

다른걸 다 떠나서 여기서 하는 기획 업무가 나에게는 소중하다.

내가 좋아하는 업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업무를 갑작스런 발령으로 22년 8월에 잃었다.

그때부터 내 불행이 시작된 것으로 기억한다. 

22년 8월~24년 10월까지 나는 원치 않는 업무를 전전하며 이 회사 저 회사를 보부상처럼 돌아다닌 것이다.

그렇게하다가 어찌저찌 아다리가 맞아서 24년 11월 여기서 다시 기획업무를 하는데 이걸 버리고 떠날 순 없다. 


아마 상사도 알 것이다.

나는 떠날 생각이 없다. 그렇지만 내가 여기를 얼마나 다닐지도 알수는 없다.

오래오래 다니면서 누릴 것을 다 누려보고 떠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마저도 잘은 모르겠다.

일단은 1년 만근을 채우고 그 이후는 그때가서 생각해 볼 참이다.


한바탕 소란스럽게 개 목욕을 시키고 개털로 가득 덮인 내 이불을 세탁기에 돌리고 티타임을 가지고 나니,

제법 집이 고요해졌다. 지금은 세탁기가 털털털 하면서 다소 소란스럽게 울리는 소리만 집안을 채울뿐이다.

기력 자체가 떨어진지 꽤 돼서, 양배추즙을 다 먹고 나면 홍삼을 사먹을까 싶다.


한 평생 홍삼을 먹고 자란 나이기에 홍삼만큼 기력 떨어졌을때 특효약이 없었다.

지금은 그냥 생각 중이다.


오늘은 머리가 무겁지도 않고 눈이 아프지도 않고 윗배가 쓰라려서 곱추처럼 허리를 굽히고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한 상태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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