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현재 애쓰는 중이다.
퇴사한지 벌써 7일째다. 정확히 지난주 화요일에 퇴사했다.
오늘 아침에 나는 항상 타는 방향과 반대로 가는 버스를 탔고 평소보다 1시간 늦은 시간에 출발해서 서서 도착지까지 갔다. 내린 곳은 종로와 광화문 근처.
은행 오픈 시간에 맞추어가서 다행이도 2-3분만에 환전 예약해둔 돈을 찾아왔다.
링깃은 자주 쓰는 통화가 아니어서 이렇게 따로 예약까지 하는 건지 전혀 몰랐다.
돌아가는 길에 버스를 타기가 싫었다. 날씨가 선선했고 어차피 집에가서 논문을 쓰려면 커피를 하나 더 사야했다. 커피를 사서는 버스에 오를 수가 없다. 그래서 선택한게 쭉 직진하기.
잘 선택했다. 도로에는 버스보단 사람이 적었다. 그리고 종로를 오로지 혼자서 걷는게 처음있는 일이다.
남편과 갔던 종로 주얼리 상점 근처 스벅을 지나서, 정처없이 걸었다.
나는 지금 애쓰는 중이다.
나에게 마지막 남은 총알을 움켜지고 전쟁터에서 애쓰는 중이다.
더 이상 비관하거나 누굴 탓하거나 울며 술 마실 시간 따윈 없다.
그런건 질리도록 이미 많이 했다.
정신 없는 와중에 남편을 대신해서 환전하려고 은행을 두번이나 다녀왔고,
그 와중에 무슨 정신으로 하는지 모르겠지만 해야만 하니 지원서를 몇 군데 써두었다.
그 와중에 체력 보전은 해야하니 운동도 하고 강아지도 챙긴다.
그리고 박사 2학기는 내가 퇴사를 하든 말든 관계 없이 진행중이기에,
어제부터 고민하면서 작성했던 연구계획서를 정리해서 학교 LMS에 올려두었다.
그러니까 내가 무슨 상황이든 말든 삶은 지속된다.
그리고 절망에 빠져 허우적댈만한 일은 없다.
사지 멀쩡하고 최소한 아침에 일어나 밤에 잠들 때까지 꾸준히 무언가 해낼 정신적 힘이 남아있다면 나는 괜찮다고 본다.
9월 내내 배달로 끼니를 때웠던 나다.
지난 주말에 장을 봐온 것으로 어제부터 줄곧 만들어 먹는다.
남편말로는 내가 눈에 띄게 행복해보인다고 한다.
다른 건 아니고 아마도, 그건 내가 내 삶의 주체자로 되돌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번만큼은 현재의 행복을 저당잡힐 수 없다고 단단히 마음 먹었기 때문이다.
내가 퇴사를 했든 말든, 나는 가을 바람을 즐기고 활짝 핀 나팔꽃을 감상한다.
그거랑 내가 현재 즐길 수 있는 내 행복은 별개다.
그렇게 당분간은 살 참이다.
전전긍긍하면서 현재의 행복을 등한시하면서 살지는 않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