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저래 쉽지 않은 나날이었지만 여행만을 보면서 버틴지 삼사개월째였다. 다만 오늘인 출국일에 체크인에 수속까지 마쳤는데 그대로 돌아나와 집으로 가게될 줄 몰랐다. 새벽 비행기라 밤을 꼴딱 샜고 나는 인생 처음으로 완전히 하룻밤을 샜고, 약간의 불안감과 쌔한 촉이 있었지만 어떻게든 가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정확히 촉이 맞았다.
내 여권만료일이 오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고, 이로 인해 코타키나발루 여행은 그자리에서 당연 취소였다. 사실 실수한 직원이 끝까지 알아차리지 못해서 말레이시아에 도착해서 이 사실을 발견했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다.
부랴부랴 비행기표, 호텔 등을 취소했고 강아지 봐주실 분 서비스도 취소했고 당연히 큰 금액의 수수료를 날렸다.
사실 오늘 예정된 면접 하나가 있어서 처음엔 그 면접을 가면 된다 생각했다. 그러나 그 곳의 상세 주소지를 넣고 검색했을 때 출근 편도 시간이 최소 1시간40분이다. 그래서 남편과 공항에서 집에 오는 길에 면접은 가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나는 공항에서 커피엣웍스 커피를 마시고나서부터 지나칠정도의 배고픔을 느꼈다. 그래서 안국역에 가서 아티스트 베이커리였나. 항상 대기줄이 길어 엄두도 안나던 그 곳 테라스에 앉아 먹음직스러운 빵을 먹었고 배가 불렀지만 원래의 목적지였던 오레노라멘도 들려 라멘까지 먹고선 집에와서 2시까지 뻗어 잤다.
모든게 일이 이렇게 되려니, 여러모로 어려웠던 것 같다. 9월 말까지 환전을 위해 두번이나 은행을 들리고 남편에게 계획을 세웠냐마냐 물어보는 이 모든게 수포로 돌아갔고 나는 다시 서울이다.
그런데 묘하게 서울이어서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단순 정신 승리는 아니다. 그런게 쉽지 않은 나다.
두시까지 자고 일어났지만 여전히 몸은 찌뿌둥했고 그냥 누워있을 순 없겠고, 이 상태로는 머리 굴리는 논문 작업은 못하겠어서 삼십여분 걸어서 헬스장에 왔다.
원래 인생은 계획대로 안 풀리지만 어째 올해는 새로움과 기겁할 정도의 계획과는 정반대의 사건이 너무 많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그런대로 이것도 괜찮다하면서 지내봐야겠다.
게다가 어제 서론까지 작성을 마친 논문도 좀 더 작성해볼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