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by Minnesota

제목을 거창하게 달면, 쓰다가 멈추게 된다.


무제로 달고 시작하는 편이 한결 가볍다. 그리고 더 솔직해질 수 있다.


작년, 일도 힘들고 사랑도 힘들고 가족도 힘들던 때 Adele의 Hello를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물론 워낙 명곡이기에 나 이외에 수많은 이들이 그 노래를 즐겨 들었을 것임을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이 노래의 의미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가사 한 구절 한 구절이, 내가 하고 있던 연애와 맞아 떨어지는 다소 클리셰라 할 수 있으나 그 땐 그랬다.


오랜 기간 별 탈 없이, 싸우는 일 없이, 흐르는 강물처럼, 연애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런 사람들과 대척점에 있는 사람이다. 내 연애는 언제나 드라마틱했다.


싸우고 할퀴고 사랑하고 다시 싸우고 상처를 주고 받고 헤어지고 울고 멀쩡해지고.


조용한 연애를 즐겨하는 사람들, 그들의 스타일일 뿐이다.


나는 내 스타일을 고수하는 것일테고.


난 내 연애에 후회가 없다. 이기적이었다는 점도 인정하고. 사랑도 참 많이 받았다는 것도 인정한다.


사랑을 많이 했다?고는 말하기 어려울 수 있다.


노래 이야기로 다시 돌아오자.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하거나, 연애가 정말 매일 매일 드라마틱했을 경우에는 항상 그 연애가 끝나고나면


그 연애를 떠올릴 수 있는 노래가 하나씩 남는다.


2012년 미국에서 내가 유일하게 좋아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과 만났을 때를 떠올리게 하는 노래는


Eminem의 Love the way you lie 다. (함께 들었던 노래는 Bob Dylan-Don't think twice it's alright)


미국에서 돌아와서 이별의 슬픔에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걸어다닐 때 자주 들었던 노래.


연애를 하는 와중에도 눈이 가득 쌓인 길을 걸으면서 들었던 노래기도 하다.


그 때도 나쁜 짓을 많이 했다. 많이 좋아했긴 했는데. 아직도 그 때 생각을 하면 순식간에 눈물이 고일 정도로.


이상하게도 아주 예전일이지만 기억에 남는 몇 장면은 머릿속에 생생하다.


가끔씩, 그렇지만 가슴 아프게 솔직하게 하던 그 사람만의 방식에 따른 애정 표현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최근 연애를 떠올리게 하는 노래는 Adele의 Hello다.


지금도 여전히 이 노래를 듣는다. 무심결에 듣기도 하고 일부러 듣기도 하고.


그 사람은 다른 노래를 들으면서 나를 기억할게 분명하다. 나랑은 음악 코드가 달라도 매우 달랐기에.


누가 그러더라. 상처를 준 사람이 오히려 상처 받은 사람인양 굴기 마련이라고.


내가 그러는 거 같다. 일부러 그러는게 아니라 그냥 그렇게 되더라.


그냥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인데, 연애는 '가슴 아프게'하는게 맞다고 본다.


무미건조하게 생활 하듯이 하는 건 연애라고 보기 어렵다. 내 개인적인 생각임을 거듭 강조한다.


매일 같이 봐도 모자라고, 다 알았다 생각할 때 새로운 모습이 눈에 보이고, 그냥 그런것들.


항상 불타올를 수는 없다고들 한다. 그런데 나는 돌이켜 생각해보면 항상 불타오르던 연애만 한 거 같다.


나보단 항상 상대방이. 왜냐하면 나는 방어기제 때문에 좋아해도 좋아하는 걸 내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갑갑한 생활, 권태로움에서 벗어나서 숨 쉴 수 있게 하는 유일한 한 가지가 연애 아닌가?


물론 연애를 하면 잡다한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하루 종일 시달리게 될 수도 있다.


그래도, 연애를 하면 기억할 만한 일상의 한 조각이 생기니까.


그리고 그 때를 떠올릴 때 생각나는 노래도 생기니까.


그래서. 연애를 하는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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