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게 살고 싶어

by Minnesota

이번주 내내 '너의 이름은' OST를 들으며 회사에 출근했다.


가기 싫다 노래를 부르며 꾸역꾸역 그 노래를 들으면서 회사에 출근했다.


출근 길에 간간히 남자친구와 대화라고 하기에도 뭣한 대화를 전화로 하기도 했다.


지하철 방송 때문에 잘 들리지도 않고 주변에 사람들도 신경쓰여서 말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만 대화한 셈이다.


그러니, 대화가 잘 될리가 있나.


이번주는 그냥 모든게 다 힘들었다.


회사는 회사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수요일인가, 나를 중학교 때부터 봐왔던 학원 원장 선생님을 만나 뵜다.


월요일에 보기로 한 약속을 내가 취고하고 수요일 오후 5시에 갑작스럽게 연락했고 선생님은


감사하게도 OK했다.


일찍 퇴근해서 역곡역 투썸플레이스에서 선생님을 기다리다가 만나서 이자카야로 향했다.


사케가 먹고싶다 하니까 도쿠리가 아니라 한 병을 주문하시는 통 큰 선생님.


안주도 돼지고기숙주볶음, 어묵탕, 새우튀김으로 푸짐하다못해 상다리가 부러질 것 같은 호사를 누렸다.


만나자마자 선생님께 나는 미국이 가고 싶다고 그 말만 반복했다.


그러다가 나를 오랫동안 가르쳐준 캐나다 태생 여자 선생님의 이야길 듣게 됐다.


남편이 나이지리아 사람이라 캐나다 비자가 나오는데 장장 6년이 걸려 그 긴 시간을 한국에 억지로 묶여있다가


작년에야 겨우 캐나다로 가신 분이다.


행복하게 살고 계실 줄 알았는데 선생님이 그러시더라.


"너 얘기 못들었구나. 이혼했어."


알고보니 캐나다 비자를 노리고 결혼을 하고선 캐나다에 가서 그 남자는 다른 여자와 바람을 폈다더라.


캐나다에 간 지 6개월만의 일이다.


사람의 인생에서 6년은 굉장히 긴 시간인데, 그걸 그렇게 앗아간 것이다.


시간을 앗아감과 동시에 커다란 상처를, 남기고 간 것이다.


그 얘길 듣고나니 술이 술처럼 안 느껴지더라.


사람이 나빠지려면 끝도 없이 나빠질 수 있는 걸 알고 있었는데, 가까운 사람에게서 그런 일이 있었단 사실을 알고 나니 사케 그 큰 한 병을 다 마셔도 취하지 않더라.


그러고서도 아사히 생맥주 한 잔을 더 시켜주시길래 그거 까지 마시고 택시를 타고 집에 갔다.


가는 길에 남자친구와 무슨 얘길 한 거 같긴 한데 기억은 안 난다.


그런 이야길 듣고나니 더더욱 하루하루 이렇게 살아나가는 이유가 뭘까 싶었다.


이렇게 매일 매일 내 젊음을 회사에 저당잡혀서 좋지도 않은 사람들과 부딪히며


살면서 나이가 들고, 돈은 돈대로 항상 쪼들리겠지.


내가 무언가 대단한 사람이 될 줄 알고 공부했던 그 모든 것도 다 옛날 일이 되겠지.


결혼을 해도 배우자를 과연, 백프로 믿을 수 있을까? 절대 아닐텐데.


나는 나도 못 믿겠는걸. 이렇게 많은 선례가 있는데 어떻게 믿어.


그러면 나는 평생 이렇게 살아야하는걸까


다른 사람들이 정해 놓은 타임라인에 발맞춰서, 사회에서 용인된 삶을 살아가느라


바빠서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이었는지 생각도 못한 채 그렇게 살아가는게


최선일까.


생각한다고 답이 나오는게 아니라서, 안하려고 그렇게 사람 만나고 술 마시고 하지만.


결국 이렇게 혼자 남는 시간이 찾아오는걸.


선생님이 그러시더라.


"넌 너무 생각을 많이해. 좀 그만해도 되. 생각한다고 너 뜻대로 되는 게 아냐. 다 운명대로 되.

계획한대로 되지도 않는거 잘 알잖아. 몇 살에 뭘 하고 몇 살에 어떻게 되어야지 하는거. 타임라인 버려야 해.

이런 식으로 살면 40살에 죽을거야.


넌 영어만 잘한게 아니라, 공부를 잘했어. 그게 문제야. 방법이 없으면 사람이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데 극단적인 행동을 해야 삶이 바뀐다. 넌 그러기엔 다 잘했어. 그래서 지금 여기까지 온 거야. 미국 갈래면 갈 수 있었어. 너가 근데 여기 한국에서의 사람들이 소망하는 삶을 사는걸 택한거지. 그래서 여기까지 온 거다."


다 맞다. 40살은 커녕, 30대도 채 못 버틸거 같다.


생각 안 하고 단순하게, 단순하게.


오늘은 그래도 인천공항에 간다. 여행이 아니라 그냥 공항에서 영화도 보고 공항 분위기를 만끽하고 싶어서 간다.


그래도, 공항가자는 말에 흔쾌히 그래 그러자라는 사람이 있어서 감사하다.


그냥 모든 것에 대해 조금 더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 되는데.


Be grateful.


keyword
작가의 이전글토요일 오전 7시, 눈을 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