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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스락 Apr 23. 2024

기다렸구나! 잘했어!

라라크루 금요문장 (2024.04.19)

모든 시작은 기다림의 끝이다. 우리는 모두 단 한 번의 기회를 만난다. 우리는 모두 한 사람 한 사람 불가능하면서도 필연적인 존재들이다. 모든 우거진 나무의 시작은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은 씨앗이었다.

랩 걸 (호프 자런)

 

나의 문장 


기... 다... 림...


나는 기다림을 좋아하는 편이다. 무언가 기다린다는 건 쫄깃한 긴장과 설레는 마음이 함께 한다. 물론 짜증을 동반한 기다림도 있지만 대부분의 기다림은 설렘이다.


기다림의 기쁜 소식들,

오늘은 모처럼 아침 출근길 하늘이 쾌청하게 웃고 있었다.

덩달아 기분이 좋아 얼마 전 진급 소식을 전한 후배에게 톡을 남겼다.


'과장님, 기침하셨습니까'


ㅋㅋㅋ 그럼요, 출근했죠~ 출근하셨습니까 ㅋ


'출근 중이죠'


'아침부터 어쩐 일로 이렇게, 감사하군요 ㅋㅋ'


'ㅋ 기준 좋지 ^^ 기분 좋은 하루 보내라고~'


'누나도 좋은 하루 되십시오'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네요. ㅋㅋ'



얼마 전 조기 진급을 했다며 맛있는 저녁을 대접한다던 녀석, 기특하고 대견하다.

긴 기다림과 인고의 시간을 거슬러 녹녹지 않았던 시간을 잘 버티고 이겨내서 좋은 결실을 본 녀석이 오늘 기다림의 주인공이다.


싱글벙글 웃음 짓는 녀석 표정이 짓궂으면서도 듬직해 보였다. 여전히 내 눈에는 삐질삐질 땀 삐질 쟁이로 보이는데 어느새 한 회사의 중간관리자가 되어 자신감 뿜뿜 거리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 기세를 몰아 차장 부장까지 쭉쭉 오르셔서, 누나 맛있는 거 많이 사줬으면 좋겠습니다. 하하하"


동네를 벗어나지 않은 집순이가 모처럼 나들이했다.

4번의 약속을 깨고 5번째 약속을 지키려 분주하게 전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나 없이 만나라고 해도 굳이 약속을 취소한다. 미안해서라도 언젠가는 나올 거라는 바람이었다고 한다)

(그 바람대로 오늘은 미안해서 꾸역꾸역 기쁜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오늘도 약속을 깰까 조바심 냈다던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 고마운 마음 친숙한 마음으로 수다 삼매경에 빠져본다. 한참 어린 후배들은 나보다 늦게 입사해 나보다 먼저 퇴사했다. 지금은 각자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함께였던 그때의 경험을 풀어놓는다.


기다림의 시간 안에서 겹겹이 쌓여 갔던 추억들은 우리를 웃음 짓게 하고 그리움으로 물들인다.


몇 번의 퇴사 유혹을 뿌리치고 조기 진급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녀석 얼굴이 반짝인다.


게으른 기다림이라며 서로를 의지했던 순간들, 녀석도 나도 끈질기게 파고드는 성격 때문에 야근을 줄기차게 했었다. 서로가 곰이 되어 기다리자고 감이 떨어질 때까지만 참아 보자고 하면서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감을 손에 들고 있었다.


우리의 걸음걸음이 언제나 꽃길일 수만 없기에 서로 듬직한 우군이 되어 주었다. 그때처럼 지금도 서로를 지켜주고 기다려 주면서 응원한다.


커피와 기다림의 공간



한 줄 요약 : 살다 보면 타인의 행복이 더 크게 느껴질 때가 있다. 지금처럼 라라크루처럼



#라이트라이팅#라라크루#금요문장#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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