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뿌리가 준 선물

처음부터 거기 있었다.

by 바스락

수요질문 (2025.02.26)

감사하면, 떠오르는 대상이나 일이 있나요❓


돌뿌리에 걸려 넘어졌다. 육중한 몸이 절퍼덕 시멘트 바닥을 덮쳤다.

품속에 있던 빵이 조용히 사망했다.

몸을 일으켜야 하는데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무릎을 끌어올려 쭈그리고 앉아 손바닥을 보니 작은 돌멩이와 모래가 박혀있고 그 주위로 선홍빛 피가 맺혔다. 아픔보다 창피함에 주위를 둘러보니 어둠 속에 적막뿐이다. 휴~ 다행이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집에 들어왔지만, 욱신거리는 다리와 배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심상치 않았다.

조용히 화장실로 들어가 살펴보니 무릎에 빨간 피가 흐르고 있었고 땅바닥을 고스란히 껴안은 배에는 빨간 상처가 있었고, 기분 나쁜 통증이 느껴졌다. '에구 이런 망신이'


휴, 한동안 수영은 못 가겠구나, 손이 이 모양인데 베드민턴 라켓은 어떻게 들지!

상처를 보고 드는 생각은 운동 못하는 현실뿐이었다.


상처를 살피고 밖에 나오는데 엉거주춤 걷는 품이 이상했는지 남편이 묻는다.

"어디 아파"

"아니, 그냥 다리가 좀 불편하네"

"근데 빵은 왜 이래?"

예상 못 한 남편의 질문에 살짝 망설이다 이실직고했다.

"넘어졌어" 손바닥을 보이고 무릎에 상처를 보여줬다.


도대체 어디서 넘어졌냐는 남편에게 아파트 출구 돌뿌리에 걸려 넘어졌다고 했다.

문득 생각해 보니 유심히 살피지 못했던 돌뿌리가 거기 있었다. 처음부터 거기에 있었다.


밖으로 나가 돌뿌리를 찾아봤다. 작지만 뾰족하게 삼각형 모양으로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평소에 작아서 보이지도 신경도 쓰지 않았는데 터줏대감처럼 거기 있었다.


급하게 뛰어오다 신발 앞코가 돌뿌리에 걸려 중심을 잃고 '철퍼덕' 넘어지고 나서야 작은 돌뿌리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똘뿌리는 어제와 전혀 다른 일상을 선물했다.


손에 박힌 모래알만 한 돌가루를 떼어내고 씻으니 따갑고 아팠다.

무릎 상처는 남편이 소독하고 간단히 붕대를 감아줬다. 생각보다 상처가 깊었다.


잠깐 사이 일상이 바뀌었다.

잠시 쉼을 주는 것 같아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쓰라림에 속이 상하기도 했지만, 크게 다치지 않아 감사했다.

'철퍼덕' 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아직도 생생하다.


돌뿌리에 집채만 한 몸이 넘어져서 상처가 나고 보니, 네덜란드 한 소년이 제방에 구멍이 뚫린 걸 보고 손가락을 넣어 댐이 무너지는 걸 막았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별거 아니지만 별거였다.


작은 돌뿌리는 큰 휴식을 선물했다.

새벽 기상을 뒤로하고 늦은 잠을 청하는 여유와 잠시 운동을 쉬어가라는 강제 휴식을, 적당히 요령껏 일하라는 좋은 핑계를 선물했다. 고로 오늘의 상처를 감사한다.



한 줄 요약 : 쓸모 있는 작은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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