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처럼 엄마도 커야겠다.

정리

by 바스락

엄마, 내일 야근해?

엄마, 오늘 몇 시 퇴근이야?


딸 기억하니, 매월 말일이 다가오면 울먹이며 엄마한테 했던 말. 엄마, 내일모레 야근해? 몇 시에 와? 엄마가 '응'이라고 말하면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너를 볼 수 없어서 엄마는 돌아서서 짧게 대답했단다. 그때는 몰랐어, 네 마음에 도사리는 불안을,


야근이란 단어가 들리면 화가 났단다.

그 말에 어려 함축된 의미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단다.


엄마, 외로워요!

엄마, 힘들어요!

엄마, 슬퍼요!

엄마, 나 좀 봐주세요!


그럴수록 엄마는 일에 더 매달릴 수밖에 없었어. 가족이 우선이란 생각은 변함없었지만, 버겨웠단다. 일도 육아도, 그러다보니 야근은 습관처럼 지속되었고 어느 순간 일을 즐기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 공간에서 느끼는 성취감으로 엄마는 그 시간을 살았던 것 같아.


그 순간 엄마가 느꼈던 건 무엇이었을까, 무엇을 확인하고 싶었을까, 일이 아니고서는 엄마를 표현할 수 있는 게 없었을까? 돌이켜보니 엄마의 관심사는 오로지 회사와 일이었어. 다른 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단다.


새벽 퇴근길에 밀려오는 허탈감, 하루의 시작과 끝을 통으로 쏟아붓고서야 밀려오는 엄마로서 마음, 엄마였지만 엄마여야 했던 마음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었어. 조용히 거실에서 잠이 들면, 언제 왔는지, 엄마 발밑에, 옆구리 사이 따뜻한 온기를 풍기며 네가 잠들어 있었단다. 언제나 눈을 뜨면 엄마 옆을 지켜주고 있었어.


평온해 보이던 네 얼굴을 쓰다듬듯, 지친 하루도 쓰다듬어 줄걸 그랬어. 너의 질문을 외면하듯 엄마의 하루도 외면하며 살다 보니, 어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내일을 살고 있더라, 엄마는 그렇게 하루를 버리며 사는데, 너의 하루는 너를 키우고 있더라.


너의 질문은 점점 날카로워졌어, 회사를 그만두고 네 옆에 있어 줬으면 좋겠다는 너, 하고 싶은 말이 많았을 텐데, 그런 너를 이해 시키지 못했어, 이해보다 시간을 택했고 흐지부지 시간이 지나 너의 불안은 네 몫이 되었단다. 엄마는 네 감정은 보지 못하고 엄마 감정에만 빠져 있었단다.


엄마의 스트레스와 너의 불안한 정서가 층을 쌓고 있는 동안에도 너는 성장했지만, 엄마의 성장은 멈춰 버렸어. 너의 이해를 바라는 모습 그대로,


엄마는 왜 멈춰 있었을까?

아이야, 너를 볼 때마다 생각했어. 너는 몸도 마음도 정신도 나이게 맞게 커가고 있는데 엄마는 왜 여전히

닫힌 마음으로 살고 있을까, 엄마도 변하고 싶었는데, 방법을 모르겠더라, 그래서 새벽독서, 인문학 공부를 시작했단다. 고속도로만 달리다 비포장도로를 달리면 덜컹거림을 온몸으로 느끼듯 삶 전체가 덜컹거리기 시작했어.


여전히 머릿속은 뒤죽박죽이야, 글을 쓰는데 매번 신세 한탄만 하는 것 같아서 도통 집중이 되지 않는단다. 요즘은 야근도 안 하고 스트레스도 받지 않는데, 쫓기는 사람처럼 살고 있더라, 몰랐던 걸 알아가니 마음이 조급해지는 걸까, 자꾸 감정이 치고 들어오는 통에 죽을 맛인데, 누가 그러더라 감정은 스톱! 정신은 있을 곳에 두라고!


엄마, 사랑해!


아이야, 네가 아는 걸 엄마는 몰랐어.

아이야, 네가 느끼는 걸 엄마는 느끼지 못했어.

아이야, 네가 하는 말을, 엄마는 할 줄 몰랐어.

아이야, 네가 하는 표현이, 엄마는 어색했어.

아이야, 네가 안기니, 알겠더라.

아이야, 네가 말해주니 알겠더라.

아이야, 네가 표현해 주니 알겠더라.

아이야, 네가 있어, 알아간다.



엄마 자격에 대한 의심으로 늘 미안했던 마음을 잠시 접어두고

믿음의 강도와 사랑의 밀도로 채워 가려 한단다.

부족함에 대한 자책보다, 반복으로 일궈낸 결과를 보여주려 한단다.

보이지 않은 허상에 집착하기보다, 지금 네 모습을 사랑한단다.


가족은 사랑이더라!



#사랑#스트레스#이해#해석#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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