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맫차 Sep 08. 2020

카카오TV, 모바일 세대를 위한 매력적인 콘텐츠일까?

런칭 후 일주일 동안 경험해본 카카오TV 리뷰

9월 1일, 새롭게 변신한 카카오TV가 런칭한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고,

그동안 저도 워낙 업계의 큰 사업이라 그리고 재밌는 시리즈들도 보여서

열심히 보고 있는 중입니다.


카카오TV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오는 2023년까지 연간 4000억 원 규모의 콘텐츠를 제작

올해 드라마 6개와 예능 19개 총 25개 타이틀, 350여 편의 에피소드를 선보일 계획이니

한국의 모바일 콘텐츠 생태계에선 유례없는 투자와 규모죠.

유튜브, 넷플릭스 그리고 왓챠와 웨이브, 네이버TV가 점유한

모바일 세대들의 시간을 카카오 TV는 점차 빼앗아 올 수 있을까요..?

일주일간 보면서 떠오른 몇 가지 흥미로운 지점들을 공유해봅니다.



1. 주목할만한 오리지널 시리즈


- 모바일 네티이브한가

사실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된 라인업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숏폼 영상 콘텐츠적으로 좀 더 진일보적인, 실험적 콘텐츠가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숏폼이라고는 하지만 나름 세로형 포맷에서 10분 넘어가는 시리즈들을 제작하는 시도는 좋았는데요. 그 이상은 없더라고요. 퀴비가 보여준 턴스타일이나 GPS를 접목한 시도까진 처음부터 어려웠겠지만, 그래도.. 하다못해 틴더도 인터랙티브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개하는 마당인데 말이죠..


https://zdnet.co.kr/view/?no=20200904161132

아래 틴더 제품 책임자의 말처럼

"틴더에 수백 명의 이용자들이 있지만, 이를 체감하기 힘들 때가 있었다"며 "어떻게 틴더를 더 살아있는 것처럼 느끼게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대화를 하는것 처럼 쉽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 또 "영화나 TV프로그램을 본 후에 결말에 대해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은 욕구에 대해서도 생각했고, Z세대가 흥미로워하는 종말론적 주제에 대한 콘텐츠를 만들기로 했다"

오히려 틴더의 콘텐츠 관점이 뭔가 더 카카오톡&카카오TV보다 더 메신저 플랫폼에서 내보내는 영상 콘텐츠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플랫폼 생태계에 점차 찰떡 같이 녹여내는 그림

새삼 몇몇 오리지널 시리즈를 보면서 카카오 생태계의 방대함이 느껴졌습니다.

카카오톡으로 매일 알림을 보내주는 건 그렇다 쳐도,


개인적으론 가장 좋았던 [밤을 걷는 밤]에서 자연스럽게 산책로를 확인하기 위해 카카오 맵을 키게 되는 경험이 좋고요. [내 꿈은 라이언]은 자연스럽게 출연하는 캐릭터 IP들이 카카오 이모티콘 등을 통해 점차 알려지게 되고 이벤트도 하게 될 것 같고, [개미는 오늘도 뚠뚠]은 안 봐도 카카오페이증권과 추후에는 더더 밀접하게 가볼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지금은 한화증권 라이프플러스의 PPL을 받고 있는 것 같지만)

[카카오맵] 밤마실러 유희열의밤을 걷는 밤 유희열의 첫 밤마실 장소 : 고즈넉하다가 힙해지는 반전 매력 낯선 듯 익숙한 청운효자동 http://kko.to/WtdvEAnYj


그 이외에도 [톡이나 할까?] [뉴팡! 뉴스 딜리버리 서비스]와 같은 시리즈들은 결국 카카오 생태계 판 위에서 노는 콘텐츠들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자회사/계열사지만 자연스럽게 광고주가 되고, 카카오라는 모바일에서 가장 큰 위치를 차지하는 기업의 생태계가 함께 성장하는 그림은 정말로 이상적이니까요.

*카카오TV가 카카오 자회사들에게 직접 광고 매출을 올리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아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들의 PPL사례처럼 co-promotional marketing을 하게 된다면? 모바일에 주요한 서비스들 대부분에서 카카오의 서비스를 쓰고 이제 카카오TV의 콘텐츠까지 노출되게 될 것

https://www.youtube.com/watch?v=RwrzXbdwXhM


또 카카오페이지의 수많은 IP들을 생각해봅니다.

이번에 공개된 [연애혁명]은 네이버 웹툰 IP이고, 네이버의 시리즈온과 함께 공개되긴 하지만,

소위 말해 대박의 가능성을 가진 IP들은 카카오페이지에도 무궁무진합니다.



2. MZ세대에겐 얼마나 어필할까?



- 레거시 출연자와 레거시 문법

사실 제일 실망스러운 부분은 이겁니다.

처음 공개된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단 하나도 뭔가 10~20대 타겟팅이 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은 시리즈는 보지 못한 것 같아요. 물론 대한민국 국민이 모두 쓰는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선보일 때는 사실상 거의 공중파와 맞먹는 대중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 타겟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그래도 Young한 느낌은 전혀 없었습니다. 기존 방송가에서 매일 보던 출연진과 편집 방식들이 대부분이었어요.


공중파에서 -> 케이블/종편으로

드라마와 예능의 콘텐츠 중심이 이동할 때와 그리고 다시

-> 디지털(모바일)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지금이 크게 다르지 않다면 카카오TV의 이러한 콘텐츠들은 꽤나 성공하겠지만


그게 아니라고 한다면,

모바일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스마트폰을 붙잡고 결코 놓지 않는) MZ세대에게도 어필하지 못하고,

작은 화면으로 세로 영상을 보기에 영 어색한 중장년층에게도 애매한 콘텐츠가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염려스러웠습니다.

(그나마 기존 웹드의 공식을 갖추고, 웹툰이 원작인 [연애혁명]이 조회수 100만을 넘으며 MZ세대에게 어필 중)


찐경규는 카카오톡에서 본다는 거 빼고 특별한 거 없는 프로그램을 자조와 해학으로 녹여낸 것 같기도 하고..


일주일 동안의 카카오TV에-

2010년대 초반 유튜브,

2015년 이후의 트위치,

2017년부터 보여진 틱톡에서의 새로움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냥 tvN과 JTBC에서 볼법한 웰메이드 예능을

카카오톡을 켜고 세로형 화면에 보는 느낌 정도랄까요.. 

:(



3. 조금은 답답한 UX


- 배속재생과 10초 빨리 감기 안되고

보면서 또 이게 제일 답답하기도 했죠.

(카카오TV라고 정말 TV처럼 봐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갑자기 떠오르는 IGTV의 악령)

이미 모바일에서 영상을 보는 경험은 너무나 유튜브화 되어 있어서

아무리 잘 만든 콘텐츠라도 자연스럽게 1.25배속을 켜고 싶고,

조금만 지루하다 싶으면 화면 오른쪽을 탭 하고 있었는데..

카카오TV에서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유독 제 폰에서만 그런지 몰라도, 한번 전체 화면을 켜면 타임라인 재생 바가 이동하지 않고

다시 나갔다 들어와야 타임라인 재생 바가 본 위치만큼 이동되어 있더라고요.

(카카오톡이 워낙 어마어마하게 무겁고 많은 기능들이 들어간 앱일테니.. 이런 부분은 점차 개선되지 싶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아쉬웠습니다)


- 광고는 빡세다(안대 광고 극혐 등극 예정...)

카카오TV에선 광고도 묘하게 TV를 모는 것처럼 좀 빡센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어떤 쇼핑몰 사장님이 나와서 말해주는 안대 광고는...

중간에 광고가 끼면 너무 길어서 그냥 나갔다 다시 키고 광고 지난 시점부터 재생바를 이동해서 보기도 했습니다.(갤럭시 광고도 너무 많이 나와요..) 물론 광고는 좋은 콘텐츠 제작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죠.


(저도 이러면 안 되는 거 알지만)

그런데도 왠지 카카오톡에서 보는 영상 콘텐츠에 중간 광고로 1분이 넘는 영상이 나와버리니..

유튜브와 네이버TV에선 느낄 수 없던 짜증이 나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이 부분도 추후 광고 없는 유료 모델이라던가,

웹툰처럼 부분 광고화를 한다던가..

좀 더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이 등장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고작 일주일밖에 보지 않았지만,

새로운 콘텐츠와 그에 맞는 플랫폼에게는

단거리 스프린터보단 장거리 마라토너 같은 투자와 결과표가 필요 하단 생각입니다.

언제나 새로운 콘텐츠 그리고 새로운 플랫폼은 등장하고

모두가 매번 넥스트를 이야기하지만,

단 한 번도 갑자기 그 넥스트가 당장 나우가 된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콘텐츠 제작과 투자에서 대세가 되기 위한 꾸준함과 함께

그걸 알아봐 주는 초기 팬덤이 필요하고,

그렇게 서서히 일상생활 속에 자리 잡는 콘텐츠와 그 콘텐츠를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플랫폼이 되어야만 정말 넥스트가 된다고 믿습니다.



카카오TV는 사실 카카오톡을 끼고 있으니 그 자체로

너무나 부럽고 좋은 환경이죠.

하지만 카카오TV가 처음 나오던 2015년에도,

공격적으로 크리에이터를 영입하던 2017년에도 비슷한 말들을 하곤 했습니다.


https://www.techm.kr/news/articleView.html?idxno=75056

http://www.newstomato.com/ReadNews.aspx?no=993476


그래도 위의 기사에서처럼

이번엔 성공한 경영진과 함께 돈을 더 쏟아붓고 투자도 많이 합니다.

좀 더 긴 호흡으로 모바일 콘텐츠 생태계에 녹아들 카카오TV가 기대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a. 숏폼 콘텐츠 하니 자연스럽게 북미의 퀴비를 떠올릴 수밖에 없죠.

퀴비를 직접 쓸 수 없으니 체감할 순 없지만, 종종 나오는 기사들은 우울한 편입니다.

특히 한 인터뷰에서 퀴비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제프리 카첸버그가 한 말이 기억납니다.

"미안하지만, 저는 이 일을 오래 해왔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어요. 저는 여기에 있는 여러분들이 X발 태어나기 전부터(before you all were fucking born) 이 일을 했어요."

아재와 라떼는 글로벌리 존재합니다 여러분-

http://www.ttimes.co.kr/view.html?no=2020052118037733156&VRO_P


b.

김지운 감독이 연출하고, 수지가 출연한 랑콤의 브랜디드 필름

[내 물건이 너의 집에 남아있다면 헤어진 게 아니다]도 카카오TV를 통해 공개되었는데.

차분하고 좋으니 추천드립니다.

김지운 감독이 연출한 브랜디드 필름하니, 윤계상과 박신혜가 나오고

이전에 코오롱 스포츠와 함께 만들었던 사랑의 가위바위보 (One Perfect Day)를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나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lI9FwV2JESE

(갑자기?!)


b.

스필버그 영화가 개봉하면 한두 번은 보겠지만,

매일매일 그 영화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다음 시리즈를 기다리던 시대는 지났고,

형/언니처럼 순간순간의 트렌드를 빠르게 캐치해서 이야기해주는 콘텐츠가 도처에 널려있는 세상입니다.

그리고

이미 그런 영상들을 이동할 때, 밥 먹을 때, 자기 전에 보고 있고요.


Z세대까지 갈 것 없이 그냥 지금의 우리가 말입니다.


다음엔 또 어떤 흥미로운 콘텐츠들을 어디서 어떻게 보게 될지 매일매일 궁금해지는 요즘입니다.

(카카오TV 덕분에 버티컬 플랫폼에서 하나둘씩 생기고 있는 ~TV/~Live 콘텐츠에 더 신경도 가구요)


작가의 이전글 밀레니얼이 보는 Z세대의 콘텐츠, 트레바리 첫번째 시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