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GHT LOG
어떻게든 조그마하게 욱여넣어 다녀 보자고 선택한 IKEA 가방은 사실 좀 작은 편입니다. 최근에 (하고 하긴 좀 그렇지만) 바꾼 Fatshark 고글 케이스는 왜 그렇게도 커야만 했는지 지금은 더 빵빵해져 버렸습니다.
그래서 그때도 다른 것들이야 뭐 좀 한여름 출근길 지하철처럼 구깃구깃해도 이것 하나만큼은 꼭 지키고 싶었습니다. 30년 가까이 게임으로 단련된 엄지손가락과 만나는 조종기 스틱 말이죠.
조종기에서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은 스위치가 있겠냐만 조종을 담당하는 2개의 스틱이 없으면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됩니다. 가방 안에서 스틱이 망가지기라도 하면 사발면의 나무젓가락이 너무 터무니없는 방향으로 쪼게 지는 슬픔 같은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고통입니다.
저의 조종기 스틱 보호대. 소중한 것을 표시할 때는 항상 "내 뇌 주의" 스티커를 붙이곤 합니다.
그래서 현란한 색의 포장재를 곱게 잘라서 이걸로 소중한 스틱을 보호하곤 했습니다.
그리고는 여느 때와 똑같이 행복한 일상을 누리며 짬 날 때마다 인터넷 윈도쇼핑을 하던 중에 이걸 보게 된 거죠.
이 품격 높아 보이는 조종기 스틱 보호대는 내가 고민해서 선택한 빨간색을 비웃듯 테두리로 주황색을 둘렀습니다. 쓰는 사람이 거의 없어 외로운 제 9XR Pro 조종기에도 왜인지 꼭 맞아 보입니다. 아마존 가격은 고작 19.95USD 관세하고는 거리도 멀어 보였지만 여기에 배송비를 더하면 대강 3만 원은 되어 보입니다. 가만 생각해 보니 이건 조종기 짐 벌 값이네요.
그래서 어쩌나 이걸 위시리스트에서 장바구니로 장바구니에서 위시리스트로 만지작거리며 초조하게 지름신을 기다리던 어느 날 Holis 선생님께서 다이소에서 발견하셨다며 안경케이스 절반을 주셨습니다.
생산되고 단 한 번도 안경을 품어 보지 못한 안경케이스는 지퍼를 고정하던 실을 잘 자르고 천이 풀어지지 않게 라이터로 주변을 살짝 녹여줍니다.
뜻밖에 귀한 선물을 받아 저도 넢대대한 고무밴드를 구해서 나누어 드렸습니다.
언젠가 요긴한데 쓰려고 남겨둔 가방 클립은 하나는 고글 밴드에 다른 하나는 여기 달았습니다. 클립만 풀면 가볍게 벗을 수 있게 만들려고요.
패브릭과 패브릭을 붙이는 가장 전통적인 방법은 실로 꿰매는 것이지만 사실 글루건이 더 효과적입니다. 충분히 가열된 글루는 원제질 손상 없이 떼어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단단히 고정시킵니다.
그래도 역시 패브릭은 실이지 하며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해줍니다. 나의 섬세함을 여기 남기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꿰매줍니다.
이제 이렇게 조종기에 쒸우고 뒤에 클립을 닫으면 조종기 스틱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아우 그냥 사!"도 됩니다.
하지만 즐겁게 만든 소박한 조종기 스틱 보호대를 볼 때마다 드론을 즐기면서 배운 여러 가지 즐거움 중에 또 다른 하나를 발견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더 많은 드론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 FPV미니드론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php?bid=13584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