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t's Toy Workshop
옛날 옛날에 '모스피다' 라는 만화영화가 있었습니다. 비행기가 로봇으로 변신하고 오토바이는 주인공과 합체하는 그런 만화영화였는데 사실 본 적은 없어요. 하지만 그 만화영화에 등장하는 전투기를 좋아했습니다. 마크로스에 나오는 로봇 발키리는 F-16에서 디자인을 따왔지만 모스피다의 전투기는 전에 없던 모양이었거든요.
이 시리즈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마크로스와 함께 로보텍이라는 이름으로 방영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모스피다를 마크로스로 부르기도 했다고 해요. 어린이 시절에 AFKN에서 로보텍을 보여주었을 때 마크로스는 보았지만 모스피다는 본 적이 없습니다. 국내에 비디오로 소개되기도 했다는데 이 만화영화는 일본에서도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다고 해요. 그래서 은근히 아는 사람이 많지 않죠.
본 적은 없어도 이런저런 대백과 사전 같은 책이나 조립 완구로 몇 번 본 적이 있어 이 전투기는 특히 좋아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thingivers.com에서 이 전투기를 발견했습니다.
https://www.thingiverse.com/thing:6173537
좋아하던 디자인은 수십 년이 지나 다시 만나도 설레었어요. 모처럼 새 3D 프린터도 시험해 볼 겸 바로 출력해 보았습니다. 그래도 그냥 출력하기에는 같은 장난감을 사는 것과 다를 게 없을 거 같아 조금 다르게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앞뒤를 콱 늘리고 위아래로 쭉 잡아당기면 모스피다 귀요미 버전으로 만들어 볼 수 있겠더라고요.
출력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출력이 끝나고 나면 빌드 플레이트가 이렇게 수평입니다. 이런 모양으로는 남은 레진이 잘 안 떨어지더라고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사용하나 보니 필드 플레이트를 기울이는 어댑터를 만들어 사용하더라고요.
이것도 냉큼 출력해 보았습니다.
출력이 끝나면 이렇게 기울일 수 있습니다. 빌드 플레이트에 남은 레진이 아래로 떨어집니다. 하지만 제 비행기는 수평이 되어버리네요.
출력물을 빌드 플레이트에서 조심히 떼어내고, 알코올로 잘 닦아줍니다.
표면을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자외선 경화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저는 작은 사진촬영용 부스에 회전하는 턴테이블을 놓고 네일아트용 자외선 경화기를 세워 사용합니다. 3D 프린터는 저렴해졌는데 자외선 경화기는 여전히 비싸거든요.
서둘러 서포터를 뜯었더니 이렇게 구멍이 송송 파였습니다. 레진을 조금 찍 찍어 바른 다음 경화기로 굳히고 사포로 정리해 줍니다. 처음부터 조심히 떼어낼 걸 후회하면서요.
https://brunch.co.kr/@matthewmin/302
앞뒤로 누르고 위아래로 늘리면 달걀 비행기가 될 줄 알았는데 이대로는 별로 귀엽지가 않더라고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귀요미는 머리가 커야 하지만 눈은 더 커야 하는 법이더라고요. 비행기에게 눈은 캐노피 아니겠어요.
커다란 캐노피를 새로 디자인해 볼까 고민하다가 탄산수 페트병이 보이더라고요. 탄산수 병은 내부 압력을 견디기 위해 바닥 모양이 독특합니다. 잘 자르면 캐노피로 만들 수 있겠더라고요.
열풍기로 가열해서 좌우를 눌러주니까 제법 그럴듯한 캐노피가 되었습니다.
이제 패널 라인을 만들어 줍니다. 처음 디자인에도 패널 라인은 있지만 위아래로 늘리고 줄이면서 선이 희미해졌어요. 없는 패널 라인도 있고요.
부스터 같은 곳은 구멍을 추가합니다.
내부를 비우고 공기와 레진이 빠져나가게 하려고 만든 구멍은 다른 작은 부품으로 막아주었습니다. 원작에는 없는 모양이지만 밋밋해 보이는 곳에도 이것저것 붙여보았어요. 어차피 SD인데 원작과 좀 달라도 괜찮겠지요.
조종석에는 조종사라도 만들어 넣어주어야 하는데 그럼 조종사 머리도 크게 만들어야 할거 같아 그냥 기계처럼 보이게 꾸몄습니다. 미래에는 조종사도 AI로 바뀌지 않을까요? 최근 기사엔 미 공군이 이미 AI 조종사를 시험하고 있던데요. 스테이플러 심을 구부려 다른 디테일도 더해줍니다.
워낙 작은 비행기라 마스킹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지난번에 사용했던 마스킹 젤을 사용해 보았습니다.
넓은 부분은 항상 사용하는 3M 마스킹 테이프로 붙이다가 유튜브 어느 마스킹 고수님의 '당신의 마스킹이 실패하는 이유'라는 영상을 보고 바로 타미야 마스킹 테이프를 주문했습니다. 내가 마스킹에 실패하는 이유는 모델 전용 마스킹 테이프를 쓰지 않아서 였더라고요. 과연 전문용은 얇고 딱 붙었습니다.
에어브러시로 하나하나 색을 칠하고 마스킹 테이프를 제거합니다.
마스킹 젤 때문에 상당히 고생했어요. 얇게 바른 곳은 젤이 뚝뚝 끊어져 깨끗하게 제거하기가 무척 힘들었거든요. 다음부터는 마스킹 테이프를 쓸 수 없는 곳만 써야겠어요. 쓰더라도 듬뿍 바르기로요.
파란색을 칠하기 위해 새로 마스킹을 붙입니다. 모델용은 처음 써보는데 정말 깨끗하게 작업할 수 있네요. 지금까지 무슨 쓸데없는 고생을 한 걸까 후회했습니다.
파란색을 고루고루 칠해줍니다. 배터리로 동작하는 에어브러시는 힘이 약해서 명암 도색을 하려면 물감 농도를 정말 잘 맞춰야 하더라고요. 조금이라도 묽으면 저렇게 점점이 분사되고 그렇지 않으면 도료가 나가지 않습니다. 그래도 단색으로 칠할 때는 붓보다 훨씬 좋습니다.
조심스럽게 마스킹을 떼어냅니다.
전에 마스킹은 항상 어딘가 도료가 스며서 다시 칠을 해야 했는데 정말 깨끗하게 떨어집니다. 마스킹 작업이 즐거운 거였네요. 지금까지 무슨 쓸데없는 고생을 한 걸까 두 번째로 후회했습니다.
붓을 빨기도 귀찮은 작은 부분은 이쑤시개를 이용해서 칠합니다.
그때까지 만지작거리던 캐노피는 패널 라이너로 테두리를 표시합니다. 그 선을 경계로 테두리를 칠해주었습니다.
먹선은 회색과 검은색을 사용했습니다. 하얀색에 검은색 먹선은 너무 도드라지더라고요. 파란색으로 칠한 곳과 그래도 어딘지 너무 심심한 곳은 검은색으로 먹선을 넣어줍니다.
다 마르고 나면 면봉에 시너를 묻혀 패널 라인 밖에 묻은 도료를 지웁니다.
검은색으로 강조해도 이것만으로는 허전하네요. 용이 눈알을 그려야 승천하듯 장난감이라면 스티커를 붙여야 완성이잖아요. 80년대 변신 로봇은 안전 문구 따위가 잔뜩 붙어 있곤 했는데 생각해 보면 당시 전투기가 그랬던 거 같아요. 그래서인지 어린이 시절에는 뭔가 잔뜩 붙어있는 게 좋아 보였나 봅니다. 지금도 광고가 잔뜩 붙은 레이싱 자동차를 보면 80년대 변신 로봇이 떠올라 기분이 좋아져요.
하지만 3D프린터로 만든 달걀 전투기에 스티커가 없는 건 당연합니다. 없으면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이런저런 도형을 그려서 수전사 용지에 출력합니다. 하얀색 배경 용지는 배경이 있어 무늬를 넣지 못하지만 투명 용지는 하얀색을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꼼꼼하게 자를 수만 있다면 하얀 용지가 더 유용합니다.
물론 더 유용하게 꼼꼼히 자르고 싶어도 시력은 마음과는 다른 곳을 향하고 있네요.
확대경까지 동원해서 어떻게든 붙였습니다. 눈물을 한 바가지 흘리면서요.
파스텔로 명암을 넣어줍니다. 아무리 SLA 프린터라고 해도 확대경으로 보면 층이 있습니다. 먹선이 그 사이에 스며 깨끗한 선이 나오지 않아 지저분해졌습니다. 가리려고 파스텔을 더 진하게 넣고 비행기는 더 지저분해지고, 저는 이게 웨더링이지 웨더링이야 하고 어물쩍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넘어간 김에 은색을 묻혀 말린 붓으로 엔진을 덧칠합니다. 이렇게 하면 꼭 금속처럼 보이거든요.
철물점 무광 래커로 코팅한 다음 반짝이는 곳을 마지막에 칠합니다. 조종사는 요즘 핫한 AI로 바꾸기로 했으니 조종실은 번쩍번쩍 기계처럼 칠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에도 들어가는 AI가 뭐 이렇게 조종실을 다 차지하나 싶기도 한데 80년대 만화영화니까 그런 거라고 합리화하기로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탄산수 페트병 캐노피를 붙입니다. 순간접착제는 종종 투명 부품을 뿌옇게 만들기 때문에 투명 자외선 접착제를 사용하고 자외선 경화기로 굳입니다. 꼭 붙을 때까지 손으로 눌러 주느라 손가락도 같이 넣었는데 어쩐지 엄지손가락이 시커멓게 탄 거 같아요.
오늘은 마스킹 하나, 내일은 색깔 하나, 모레는 데칼 하나 이런 식으로 만들다 보니 이 작은 비행기 한 대를 만드는 데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 모르겠어요. 어차피 비행기 한대 만드는 필요한 작업량을 쪼개서 오래오래 만든 것뿐이지만 만드는 일이 좋은 저에게는 완성된 모스피다를 보는 것보다 만드는 동안이 더 즐거웠습니다.
이렇게 모스피다 레기오스 파이터 달걀 비행기 버전 장난감을 완성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었던 과정을 영상으로 정리하고 서랍에 넣어 두었습니다. 오밀조밀하고 귀여운 걸 좋아하지만 그런 게 눈에 띄는 곳에 있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동안 만들었던 것들은 대부분 그냥 어느 구석에 숨어 있어요. 하지만 이 비행기는 만드는 시간이 무척 즐거웠어요. 넣어 장식할 예쁜 유리 상자도 만들어 봐야겠습니다.
3D 프린터는 크기를 마음대로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을 크게 손보지 않아도 SD를 손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듄에 등장하는 비행기인 옵니솝터도 달걀 비행기 버전으로 출력해 두었어요. 어떻게 만들지 느긋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세요 : 3D 프린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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