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산책

선물같은 시간

by maudie

시끄러운 마음을 달래기엔 이만한게 없다 싶을 정도로 밤 산책이 좋다. 조금은 무서울 정도로 조용한 거리를 홀로,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발걸음 속도를 맞춰 터벅터벅 걷는다. 한참을 그렇게 걷다보면, 말 없이, 아무런 생각도 없이. 걷다가, 걷다가 보면. 어느 새 훌쩍 새벽이 된다. 누군가에겐 바쁜 하루의 시작일 그 시간이 나에게는 그저 산책하기 좋은 시간이겠지 싶다. 어쩌면 일을 쉬고 있으니 가능한 일이겠다만은, 그래서 더 기분 좋은 시간이다. 사실, 겁이 많아 걷다가 한번씩 잔뜩 긴장을 하긴 하지만, 아파트 단지 안에서의 산책은 그래도 조금 덜 무서우니까. 세상이 온통 적나라하게 보이는 시간의 산책보다, 다들 잠이 들고 어둠이 짙게 깔린, 낮보다 차가운 공기를 마주하는 시간의 산책이 좋다. 무서워도 좋은 건 좋은거니까. 잔잔한 음악소리와 사부작 사부작 내 발소리를 듣고 있으면 괜히 기분이 좋다. 하루내내 꽉 쥐었던 마음을 내려놓는 것. 그 어떤 것보다도 강력한 것. 밤이 주는 선물같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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