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순간

잊히지 않고 바보처럼 꼭 쥐고서

by maudie

사랑을 했다. 어제는 이 모습이었다가, 오늘은 또 저 모습이었다가 한다. 사랑은 그렇게 매 순간마다 모습을 바꿨다. 마치 내가 사랑을 알아보지 못하길 바란다는 듯이. 옆에 두고도 멀리서 너를 찾은 듯이. 사랑은 언제나 모습을 바꾼다. 덕분에 그 사랑을 알아보기까지의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린다. 내가 그것을 알아보기까지의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고 하니, 벌써 짧지 않은 인생을 지나오면서 수십 번, 아니 수백 번은 지나쳤으리라. 내가 그것을 사랑하고, 내가 너를 사랑하고,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것들을 알아채는 데까지의 시간 말이다. 모습을 바꾼다고 알아채지 못할 성싶냐고 한다면, 참 할 말이 없다. 하지만 매번 그 모습을 바꾼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랑은 그렇게 나를 맴돈다. 늘 다른 얼굴을 하고, 다른 모습을 하고 말이다. 이제 좀 알겠다 싶으면, 전혀 알지 못했던 모습이 된다. 눈을 깜빡이는 순간 이미 다른 모습이다. 내가 아는 모습의 사랑은 안개처럼 이미 흩뿌려지더니 금세 사라지곤 한다. 눈앞에서 옅어지는 것을 보면서도, 그것이 내가 알던 사랑이라는 것쯤은 눈치채지 못한다. 참 어리석고, 참 어리다. 사랑이 모습을 수십 번, 수백 번 바꾸는 동안 바보처럼 나는 하나의 모습만을 다시 찾으려 애쓴다. 내가 알았던 모습의 사랑, 그 모습 그대로. 얼마나 답답하고 어리석어 보일까. 나라는 사람은 그런 사람이다. 바뀐 모습을 눈앞에 두고도 알아채지 못하면서, 고집스럽게도 사랑을 한다. 그리고 사랑을 안다고 얘기한다. 아마 나는 내가 죽을 때까지 알아채지 못하겠지. 다시 사랑을 만나도, 영영 알아채지 못하고 눈앞에서 또 놓칠 거다, 여태 그래 왔었던 것처럼. 누가 일러주지 않으면, 전혀 모르고 또 한참을 지나치겠지. 그렇게 어리석은 모습으로 살아간다, 오늘을. 애써 붙잡고 있던 내가 알던 모습 그대로의 사랑을 양손 가득, 마음 가득 꼭 쥐고서.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놓친다.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안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을 우리는 알지 못한 채 지나친다. 그게 행여나 늘 함께하는 어떤 것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변함없이 눈앞에서 놓친다. 누군가 일러주지 않는다면, 자신이 아는 모습의 어떤 것을 꼭 쥐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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