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짧은 시간 동안 당신은 내게 참 많이도 흔적을 남겼더군요. 어찌 보면 눈을 마주한 시간보다 귀를 마주댄 시간이 훨씬 길었을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눴더라고요. 비록 그게 오래 눈을 보고 한 얘기들은 아니지만요. 당신의 말대로 언젠간 우리의 마음이 속도가 맞는 날이 오면, 그럴 리 없겠지만 그런 날이 오긴 온다면, 그래요 우리 또 보겠지요. 하지만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겁니다. 억겁의 시간이 지나도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거예요. 시간이 지나면 서로 무뎌지게 마련이니까. 각자의 시간에서 우린 무뎌질 겁니다. 원래 두 사람이 하나로 마음을 모을 때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한 거예요. 물론 그 용기도 받아줄 때에 빛을 발하겠죠. 나름대로 우리는 서로 용기를 냈지만, 뒷걸음질 친 건 당신이었습니다. 관계에 대한 확신을 바라는 마음을 당신은 그저 속도에 비유했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우리는 그렇게 각자의 길을 따라 점점 더 멀어지겠죠. 하지만 내내 들었던 당신의 소리는, 이야기들은 잊지 못할 겁니다. 뜨문뜨문 나눴던 얘기들 중 하나가 툭 하고 튀어나오면 당신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거예요. 자존감을 탓하고, 자신을 탓하고, 능력을 탓하고, 가족을 탓하고, 세상을 탓하고. 내내 탓만 하던 당신이기에 기다리려던 마음을 접습니다. 오늘이 없이는 내일이 없어요. 오늘 행복하지 않은데, 내일이 어떻게 행복하겠어요. 내내 내일만 기대하는 사람, 오늘보다는 내일이 먼저인 사람. 당신은 내내 오늘의 당신 스스로를 갉아먹겠지요. 부디 당신의 오늘이 내일보다 중요해지고, 당신의 내일보다 오늘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당신이 탓한 모든 것들이 달리 보이는 날이 있을 거예요. 당신과 나는 우리일 수 없지만 당신의 행복은 빌어드릴게요.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응원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