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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찬히 가요! 마음이 따라올 수 있게.

농부의 마음이야기 #209.

by 마음밭농부

무언가 놓기 쉬운 계절이다.

나무는 낙엽 놓고

산은 물 놓고

철새는 머물던 곳 놓고

그렇게 익숙했던 것

놓기 쉬운 계절이다.

가을은 지난여름 놓아야

겨울로 갈 수 있다.

꽃 떨구어야 열매 맺고

열매 떨구어야 싹튼다.

고운 꽃은 매서운 한 시절

온전히 견뎌야 생명 깃든다.

무언가 놓기 쉬운 계절!

무엇을 놓아야

이번 겨울 너끈히 넘고

가득한 봄맞이 할지...

밤과 하늘과 바람에 물어보는

투명한 시간이다.

수고한 마음아 찬찬히 오시게!

별 단풍 구경이나 하고 가세!


하늘은 높아지고 바다는 깊어지는 계절.

그래서인지 마음이 하늘하늘거리고

무언가 깊어만 지는 가을입니다.


나무는 낙엽 져 단풍 내려놓고

산들은 품었던 물들을 토해 내죠.

그렇게 자연은 매서운 겨울을 준비하나 봅니다.


사람의 삶도 그런 것 같아요.

어렵고 힘든 시절이 찾아오면

지금까지 당연히 누리고 가졌던 것들을

냉정히 내려놓아야 견딜 수 있죠.

예전의 씀씀이, 예전의 마음가짐으로는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죠.


그런 혹독한 겨울을 피하고 싶다면...

평소에 겨울맞이 연습을 해보면 어떨까요?


익숙했던 것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찬찬히 되짚어 보고 하나씩 놓아보는 연습 말이에요.


우리네 마음은 늘 욕심 따라 오기를 벅차 해 하죠.

한참을 내달리며 살다 보면

"내 마음 나도 모르겠다!" 싶을 때가 있죠.

그런데도 계속 내달리며 살다 보면

정말 마음을 잃어버릴지도 몰라요.


가을이 겨울을 얼마나 슬기롭게 흐르는지?

하여 봄으로 꽃피는지?

그 자명한 계절의 이치 속에서

인생이 나에게 던진 물음에 답 찾을 수 있는

의미 깊은 가을에 흐르시길

별과 함께 두 손 모아 기원해 보는 밤입니다.


마음밭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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