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전화를 기다리는 사람

by 김윤우

얼마 전 동생이 말했다.


“언니, 근데 그거 아나? 아빠 우리한테 전화할 때 좀 눈치 본다?”


나는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가끔 부대에 있을 때 아빠가 전화를 걸어올 때가 있는데, 조금이라도 바쁜 느낌이 들면 서둘러 전화를 끊는다고 했다. 단번에 이해했다. 그건 내게도 마찬가지였다. 나도 사무실에서 아빠의 전화를 받을 때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


오후 시간대에 아빠가 먼저 전화를 거는 일은 거의 없다. 낮에 해결해야 할 은행 업무나 당장 급한 일이 아니면 저녁 시간에 주로 통화를 한다. 우리가 바쁠까 봐 일부러 낮엔 연락하지 않는 것 같다. 가끔은 저녁 시간마저도 바깥소리가 들린다거나, 드라마를 보는 등 개인 시간을 보내고 있는 느낌이 들면 아빠는 빨리 통화를 끊는 편이다. 조금 더 통화하고 싶은 마음을 알면서도 보던 드라마를 이어보려고 전화를 끊은 적이 있다. 사실 친구와 통화는 몇 시간을 주야장천 하면서 말이다. 정말 자식이 벼슬이다.


예전에 한 친구가 아는 지인 커플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서로는 갑과 을의 관계 같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관계에 갑과 을이 어딨냐며 살짝 흥분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그걸 내가 부모님에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얘길 처음 들었던 날처럼 스스로에게 조금 화가 났던 것도 같다.


누군가의 전화를 기다리는 마음을 안다. 흡사 연애 초기 상대방의 전화를 기다릴 때처럼 말이다. 자주 통화하고 싶고, 우리가 전화할 때면 늘 반가워하는 아빠의 마음 역시 잘 안다. 전화를 받는 속도로 충분히 눈치챌 수 있다. 아빠는 누구보다 전화를 빨리 받는 사람이다. 또 바깥에서 친구들과 모임을 하고 계셔도 꼭 전화를 받고 통화할 수 없는 사정을 이야기해 주는 사람이다. 아빠를 보면서 애정은 그런 것이라 느낀다.


그래서일까. 의식적으로라도 부모님과 자주 통화하려 한다. 소소한 일상이라도 공유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 시간이 쌓이면서 우린 더욱 끈끈해질 테니까 말이다.

keyword
이전 18화아빠의 청춘은 어디로 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