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동생이 말했다.
“언니, 근데 그거 아나? 아빠 우리한테 전화할 때 좀 눈치 본다?”
나는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가끔 부대에 있을 때 아빠가 전화를 걸어올 때가 있는데, 조금이라도 바쁜 느낌이 들면 서둘러 전화를 끊는다고 했다. 단번에 이해했다. 그건 내게도 마찬가지였다. 나도 사무실에서 아빠의 전화를 받을 때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
오후 시간대에 아빠가 먼저 전화를 거는 일은 거의 없다. 낮에 해결해야 할 은행 업무나 당장 급한 일이 아니면 저녁 시간에 주로 통화를 한다. 우리가 바쁠까 봐 일부러 낮엔 연락하지 않는 것 같다. 가끔은 저녁 시간마저도 바깥소리가 들린다거나, 드라마를 보는 등 개인 시간을 보내고 있는 느낌이 들면 아빠는 빨리 통화를 끊는 편이다. 조금 더 통화하고 싶은 마음을 알면서도 보던 드라마를 이어보려고 전화를 끊은 적이 있다. 사실 친구와 통화는 몇 시간을 주야장천 하면서 말이다. 정말 자식이 벼슬이다.
예전에 한 친구가 아는 지인 커플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서로는 갑과 을의 관계 같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관계에 갑과 을이 어딨냐며 살짝 흥분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그걸 내가 부모님에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얘길 처음 들었던 날처럼 스스로에게 조금 화가 났던 것도 같다.
누군가의 전화를 기다리는 마음을 안다. 흡사 연애 초기 상대방의 전화를 기다릴 때처럼 말이다. 자주 통화하고 싶고, 우리가 전화할 때면 늘 반가워하는 아빠의 마음 역시 잘 안다. 전화를 받는 속도로 충분히 눈치챌 수 있다. 아빠는 누구보다 전화를 빨리 받는 사람이다. 또 바깥에서 친구들과 모임을 하고 계셔도 꼭 전화를 받고 통화할 수 없는 사정을 이야기해 주는 사람이다. 아빠를 보면서 애정은 그런 것이라 느낀다.
그래서일까. 의식적으로라도 부모님과 자주 통화하려 한다. 소소한 일상이라도 공유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 시간이 쌓이면서 우린 더욱 끈끈해질 테니까 말이다.